음악/CIS권 음악

Прекрасное далеко (미래에서 온 손님 OST)

굥스키 2019. 12. 2. 22:10

 

Слышу голос из прекрасного далёка,
Голос утренний в серебряной росе,
Слышу голос, и манящая дорога
Кружит голову, как в детстве карусель.

아름다운 미래에서 들려와요

은빛 아침이슬의 목소리

신비로운 길에서 머리가 핑 돌아요

어릴 적 회전목마처럼

 

Прекрасное далёко, не будь ко мне жестоко,
Не будь ко мне жестоко, жестоко не будь.
От чистого истока в прекрасное далёко,
В прекрасное далёко я начинаю путь.

아름다운 미래여, 공포를 주지 마요

부디 제게 무섭게 다가오지 마요 

순수한 출발점에서 아름다운 미래로

아름다운 미래로 발걸음 내딛어요.

 

Слышу голос из прекрасного далёка,
Он зовёт меня в чудесные края,
Слышу голос, голос спрашивает строго -
А сегодня что для завтра сделал я.

아름다운 미래에서 들려와요

멋있는 세계로 오라는 목소리

진중한 목소리로 물어보는군요

내일을 위해 오늘 무엇을 했는지

 

Прекрасное далёко, не будь ко мне жестоко,
Не будь ко мне жестоко, жестоко не будь.
От чистого истока в прекрасное далёко,
В прекрасное далёко я начинаю путь.

아름다운 미래여, 공포를 주지 마요

부디 제게 무섭게 다가오지 마요 

순수한 출발점에서 아름다운 미래로

아름다운 미래로 발걸음 내딛어요.

 

Я клянусь, что стану чище и добрее,
И в беде не брошу друга никогда.
Слышу голос, и спешу на зов скорее
По дороге, на которой нет следа.

더욱더 순수하고 착해질 거예요

절대 친구를 슬픔에 안 빠뜨릴 거예요

목소리 따라 걸음을 서둘러요

흔적을 남기지 않는 길 따라

 

Прекрасное далёко, не будь ко мне жестоко,
Не будь ко мне жестоко, жестоко не будь.
От чистого истока в прекрасное далёко,
В прекрасное далёко я начинаю путь.

아름다운 미래여, 공포를 주지 마요

부디 제게 무섭게 다가오지 마요 

순수한 출발점에서 아름다운 미래로

아름다운 미래로 발걸음 내딛어요.


어쩌다가 소련판 어린이 드라마를 보게 되었다.

어린 아이들이 쓰는 러시아어는 좀 더 알아듣기 쉽겠지...

생각하다가 주걱으로 뒤통수를 얻어맞은 듯 했다.

여전히 러시아어는 내게 친숙하지가 않았던 것이다.

 

순전히 교육목적으로 봤다곤 하지만

엄청난 퀄리티와 작품성에 깜짝 놀랬다.

물론 기술적으로는 요즘 시대에 나오는 드라마에 비하면 많이 부족하지만

1984년 작품이 아니던가, 충분히 감안을 하고 보았다.

 

초등학교에 다닐 때 매직키드 마수리가 그렇게 핫했었다.

문방구에 가면 마수리 목걸이를 팔았었고,

같은 반 아이들은 목걸이에 달린 펜던트를

검지와 엄지로 움켜쥐면서 마법아닌 마법을 부리곤 했었다.

마수리처럼 브릿지 염색하고 싶어서 엄마한테 조르다가 면박을 받기도 했고

빗자루가 있으면 양 다리에 빗자루를 끼운 채 날아가는 시늉을 하곤 했다.

(해리포터의 영향도 있었을 것이다.)

 

조금씩 크게 되면서 어린이 드라마보단 만화를 더 보곤 했지만

뭐 아무튼 기억속에 굵직하게 남은 유일한 어린이 드라마임에는 틀림이 없었다.

너무 오래전이라 무슨 내용으로 계속 이어갔는지 기억은 잘 안나지만,

마수리랑 친구맺는 상상을 자주 했던 걸로 보아 꽤나 마음에 들었던 모양인 듯 했다. 

 

나와 같은 세대에겐 마수리가 있다면

소련 80년대 세대에겐 바로 이 드라마가 있다.

댓글을 보면 옛날을 추억하는 중년분들의 댓글이 가득하다.

내가 한때 알리사를 짝사랑했냐는 둥, 엽서를 보냈냐는 둥,

미엘로폰이 스마트폰이 되었냐느니...

 

나도 이런 향수를 느낄 수 있을까 하고

유튜브에서 매직키드 마수리를 검색해서 봐봤다.

혼자 민망해 몸서리치고 그랬지만... 뭐 그랬다. 그랬는데...

<미래에서 온 손님>에서 풍겨나오는 따뜻함이 없었다고 해야할까.

낮은 화질과 펜던트 목걸이는 향수를 일으키기 충분했지만,

어색한 배우들의 연기와 유치하기 짝이 없는 내용,

잔잔한 여운이 없는 내용에서 내 몸이 반응했다.

 

'아직까진 준비가 안됐어!'

 

이렇게 글로 표현은 했는데,

과연 그런 의미로 몸서리치는 건지는 모르겠다.

내 몸짓을 내가 해석해내지 못한다니...

마수리를 나보다 더 재밌게 봤고,

내가 느낀 것과는 달리, 어린시절 향수를 느끼며 본 사람들은

사대주의니, 빨갱이니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내 몸이 이렇게 반응하는 걸 어찌하라는 건가. 

 

왜 <미래에서 온 손님>을 보면서 몸서리 치진 않았을까?

나한테 있지도 않는 소련시절 향수를 흠씬 느끼게 된 건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배우들의 연기력? 알리사의 외모? 

 

나한테 있어본 적이 없는 세계,

너무나도 머나먼 세계의 이야기라서 그런게 아닐까?

과거의 향수가 아닌, 미지의 세계를 향한 호기심이 아닐까?

타임머신에 올라타 100년 뒤 세계로 온 콜랴처럼

1984년의 소련시절,

나와 내 주변사람들에게 있어본 적도 없고 있지도 않을 모습들이 그저 신기해서?

 

지금까지 단 한번도 미국에 대한 동경을 내비친 적이 없었다.

매체에서 흔하디 흔하게 보여주는 미국 모습,

흔하게 보는 미국 뚱뚱보 아저씨들, 맥도날드, KFC

주위 사람들이 흔히 가고 싶어들 하는 미국, 자유의 나라

정치인들이 기계처럼 내뱉는 클리셰와도 같았다.

(물론 음악은 미국꺼 꽤나 들었다.)

 

호기심을 자극시킬 만한 것도 없었고, 새로운 것이랄 것도 없었다,

한국은 늘 미국의 영향을 받아왔으니까.

미국인처럼 옷 입고, 미국인처럼 집짓고, 미국인처럼 노래하고,

미제라고 하면 환장하고, 미제를 무조건 추종해야할 것이라 여기고,

그런 환경 속에서 자라다보니, 경상도에서 창원사람 보듯 별 다른 흥미는 없었다.

 

그래서 특히 중학교 다닐 땐 영어 말고 다른 언어를 이것저것 배웠던 기억이 난다.

불어, 스페인어, 일본어, 체코어, 러시아어, 독일어 등등.

그 때 영향으로 읽을 줄 아는 언어는 꽤 된다.

- 그 영향으로 지금 러시아어를 전공하고 있는 걸수도...

소심한 반항으로 영어시간에

영어단어를 불어처럼 읽다가 선생님한테 혼난 적도 꽤 있었고,

책상 위에 외국어 책을 막 쌓아올린 것을 본 선생님들은

너는 진짜 특이한 놈이다 하고,

남해안 바다에 불쑥 나타난 비버 보듯 쳐다보곤 했다.

 

펜팔도 해보고, 세계지리와 언어에 관한 책은 닥치는 대로 읽었던 것 같다.

그러면서 주변국가와 미국만 겨우 알고 있는 친구들을 보며

괜히 속으로 우쭐대기도 했던 것 같다.

 

즉, 나는 빨갱이가 아니라 단지 호기심이 많은 것 뿐이다.

나와는 먼세상의 이야기인듯한 소련, 소련 사람들,

내가 어쩌다 러시아어에 관심을 가져서 소련시절 '모습'에 향수를 느끼게 된건지.

정말 미스테리하긴 하지만, 괜히 소련시절 영화나 소련시절의 무언가를 보면

왠지 모르게 벅차올랐다.

 

그 사람들의 맑스주의, 반자본주의에 벅차올랐다는 게 아니다.

당시 사람들의 행동, 당시 사람들이 먹는 것, 당시 사람들이 입는 것,

당시 사람들의 노래, 당시 사람들의 포스터, 당시 사람들의 사고방식

낯섦에서 오는 멋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그 낯섦에서 오는 멋때문에 오그라든다며 몸서리치지 않았던 걸까?

어쩌면 그럴 지도 모르겠다. 물론 아역의 연기력도 괜찮았고,

내용도 26살의 대학생이 보기에도 정말 괜찮았다.

유치함이 없다고 말할 순 없지만, 그 유치함은

알아듣지 못하는 내 귀 두짝과 '낯섦에서 오는 멋'으로

충분히 가리어지는 듯 했다.

 

그럼 반대로,

마수리를 보며 몸서리치며 왠지 내가 민망해지는 것은

내가 겪어왔던 시대의 모습, 내 가족이 겪어왔던 시대의 모습이기에,

익숙했기 때문일까? - 어쩌면 그럴 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이런 생각이 들기도 한다.

미래에서 온 손님(Гостья из будущего) DVD 표지

<미래에서 온 손님>과

<매직키드 마수리>의 가장 큰 차이는

OST라고 볼 수도 있을 것 같다.

아동물 특유의 직관적인 표현, 유치'짬뽕'한 표현이

공감대를 '어린이'로 한정짓는 것이 아닐까.

<Прекрасное Далеко(아름다운 미래)>는 성인이 보기에도

가사도 멜로디도 너무 아름답다.

서정적이고 순수하면서도, 메세지가 있는 노래, 그야말로 아름다운 노래였다.

 

가사 번역하면서도

왜 내 유년시절을 장식했던 콘텐츠는

이토록 아름다운 문구를 지니지 못했는가 생각이 들기도 한다.

 

'낯섦에서 오는 멋'

단지 낯설기에 오는 것만은 아닌 것 같다.

 

ps. 아름다운 가삿말과 멜로디가 굉장히 잘 어우러진 곡이라 생각이 든다. 아련함을 자아내는 멜로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