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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껏 포스팅 쓴 거 다 날아가 버리는 바람에 의욕이 사라져 버렸다... 거의 다 썼는데... ㅠㅠㅠ

아무튼, 언젠가는 써야 될 여행기기도 하니 다시 마음을 잡고 써본다.

 

열차에서 맞이한 노보시비르스크의 노을. 다음에는 오비강에서 보노라.
점점 멀어져간다...

거의 어두워질 시간이 다 된 듯 해서 노을 지는 풍경을 가만히... 보진 않았고 사진도 좀 찍어가면서 봤다.

빨갛게 물든 하늘 아래 서서히 멀어져가는 노보시비르스크의 풍경을 그저 넋놓고 바라봤을 뿐이다.

맞은 편에 앉은 아주머니도 나처럼 가만히 노을을 바라보고 있었다.

"노을이 참 아름답네요..."

"그렇네요..."

 

노을이 다 지고 나서야 침구류를 깔고 잘 채비를 했다.

하루종일 걸은 탓에 몸이 꽤나 많이 피로해졌으니.

이틀 연속 기차에서 숙박을 할 줄이야... 

노보시비르스크를 돌아다니면서 땀도 꽤 흘렸는데, 

어찌 되었든 찝찝한 몸으로 잠자리에 누웠다.

다행히 노보시비르스크역에서 잠옷차림으로 갈아입은 지라

마냥 찝찝하진 않았다.

 

하루만 참자, 하루만 참자.

기차에서 사흘도 있었는데, 하루 반도 있었는데,

그거 하나 못 참으랴...

 

처음으로 2층칸을 써봤다. 그래서 그런가 깊게 잠에 들지는 못했다.

열차칸이 계속 흔들거려서 잠에 좀 든다 싶으면 깨고 그랬던 것 같다.

여태까지 그런 적은 없었던 것 같은데... 2층이라 흔들리는 게 더 잘 느껴졌나 보다.

 

옴스크 역.

그렇게 3-4시간 정도 잠든 것 같다. 열차가 꽤 오래 정차하는 듯 해서 시간표를 한 번 봐봤다.

옴스크 역이었고, 정차시간이 꽤 길었기 때문에, 나름 큰 도시긴 하니까 역 주변만 둘러보기로 했다.

옴스크역 주변.
옴스크역 주변 2.

역사가 생각보다 크기도 했고, 옥색으로 칠해져 있어서 그런가 노보시비르스크역 같은 느낌이 많이 들었다.

물론 왕관모양 시계탑은 없었지만....

시간이 얼추 되어 가자, 열차에 탑승하러 갔다.

많은 사람들이 자고 있어서 조심스럽게 2층에 올라가 누웠다.

기차가 멈춰있는 지라, 잠은 생각보다 잘 왔다. 피곤함이 누적되어 있는 것도 한 몫 했으리라.

 

튜멘 역.

또 다시 잠에서 깨어보니 튜멘역에 멈춰져 있었다.

여기서도 꽤 오랫동안 정차해서, 잠시 나와 내 슈퍼에서 해바라기 씨랑 마실 것을 좀 샀다.

역 자체는 굉장히 최근에 지어진 듯 했다. 그냥 밋밋한 사각형이었다.

그렇게 열차로 돌아와 보니 아주머니께서 좌석을 세워두고 앉아계셨다.

기차가 출발하고 가만히 밖을 응시했다.

낯을 굉장히 많이 가리는 편이라, 무슨 말로 대화를 시작해볼까 고민을 좀 했다.

아주머니께서 제일 처음으로 꺼낸 말은 "이반 차이가 온 만신에 다 있네!"

이반 차이? 이반 차茶? 생전 처음 들어보는 낯선 말에 대해 물어보았다.

"이반 차이가 뭐예요?"

"저어기 봐봐, @#^@%@"

"아아..."

"보여?"

"아뇨... 하핳..."

"저어어기 봐봐 여기도 있고 저기도 있고, @#%@#$하게 생긴 거."

"아아... 저게 이반 차이인 거예요?"

"응... 저기도 있네~"

차창 풍경.
작은 교각.

뭔가 '차' 종류인 것 같아 이것 저것 물어보았다.

마실 사람은 마시고, 옛날에는 꽤 즐겨 마셨다나 뭐라나.

꽤나 흔한 풀이라고 했던 기억이 난다.

 

예카테린부르크 숙소에 도착해서 궁금해 찾아봤더니 "아!"하고 감탄사가 나왔다.

차창 너머 어디서 많이 본 듯한 그런 풀이었다.

불 떼는 데 쓰기도 하고 옛날에는 직물 만들 때 쓰이기도 했었고 차로 우려먹기도 하고...

여러모로 용도가 많은 풀이었다.

 

"이반 차이 맛은 어때요?"

"읭? 너 이반 차이 안 마셔봤어?"

"네... 저 방금 전에 처음으로 들었습니다만..."

"한 번 마셔봐, 러시아에 있을 때. 너네 나라에는 이런 게 없나 보지?"

"네, 없어요. 한국에서는 차를 잘 안 마셔요."

 

이반 차이 밭이 펼쳐질 때 마다 일러두시곤 했다. "여기도 이반 차이네~"

 

아주머니께서 주신 해바라기씨(왼쪽)과 튜멘에서 산 보급형 해씨.

 

내가 보급형 해씨를 까먹고 있으니, 우리나라 사람들도 해바라기 씨 많이 까먹냐고 여쭤보셨다.

"아뇨, 노보시비르스크 가는 길에 만난 이웃이 입문시켜 줬어요."

"이걸 뭐라고 하는지 알아? 러시아 마약이라고 해."

격하게 공감하면서 웃었다.

"그렇다고 하더라고요. ㅋㅋㅋㅋㅋ"

 

아주머니께서 자신의 가방에서 뭔가를 꺼내셨다.

"이게 진짜 맛있는 해바라기씨야. 속도 꽉 차고 맛도 더 진하고... 소금처리까지 되어 있어서 짭쪼름하기도 하지."

"아아..."

"근데 먹을 때 조심해, 껍질이 꽤나 튼튼해서 혀 다칠 수도 있어."

당부의 말씀이 끝남과 함께 한 봉지 전체를 통째로 주셨다. 

"먹어봐. 나 한 봉지 더 있어."

"아... 앟ㅎㅎ 감사합니다! ㅠㅠ"

아주머니 말마따나 껍질이 단단했고, 알맹이가 더 컸다.

그래서 그런가 잘 부스러지는 보급형 해바라기씨보다는 껍질 까는게 더 쉬웠다.

 

해바라기씨의 잔해. 그 뒤에 라하트 초콜렛.
초콜렛 꾸러미. 봉지에 덜어서 나한테 나눠주셨다 ㅠㅠ.
뭔가 체리잼 같은 게 들어있었던 초콜릿.
사과까지! 너무 아낌없이 퍼주시는 거 아닙니까 ㅠㅠㅠㅠㅠㅠㅠ

아주머니의 성함은 타냐, 카자흐스탄에서 친지들을 보고 자신이 살고 있는 사라토프로 돌아오시는 길이셨다.

여행이 끝나면 카자흐스탄 아스타나에서 1년 동안 교환학생 신분으로 간다고 하니까 걱정의 말씀을 하셨다.

"거기 엄청 추울 건데... 옷 단디 챙겨 가도록 해. 겨울엔 영하 40도까지 떨어져."

"저도 익히 들었습니다. 아하하핳."

가방에서 뭔가 주섬주섬 꺼내셨다. 초콜릿 봉지였다. 

"초콜릿 먹어. 카자흐스탄 초콜릿이야."

"어! 이거 저 편의점에서 일했을 때 카작사람이 저한테 준 거랑 똑같네요! 되게 맛있던데. ㅎㅎ"

여행 경비 모으느라 편의점에서 일했을 때, 카작에서 온 외노자 친구가 나한테 해바라기씨나 자기네 나라 초콜릿을 먹어봐라고 주곤 했다.

(당시엔 해씨 맛을 몰라서 큰 감흥은 없었다.)

그 친구가 줬던 초콜릿이랑 똑같아서 왠지 반가운 마음이 좀 들었다.

"아 그래? 이 브랜드가 '라하트'라는 브랜든데, 카자흐스탄에서 되게 유명한 브랜드야."

"카작 브랜드예요?"

"응."

당시 카작 친구(단골이다 보니 손님 없을 때 이야기 많이 나누곤 했음. 그러면서 친해짐)가 준 사탕 외에도 되게 다양하게 있었다.

안에 과일맛 잼이 들어있는 것도 있고, 다크초콜릿도 있었고 되게 다양한 질감, 다양한 맛이 있었던 것 같았다.

맛 없었던 초콜릿은 없었던 것 같다. 그렇게 초콜릿까지 있으니 홍차가 숙숙 들어갔다. 

뜨거운 물을 다시 채우러 간 사이에 뭔가를 또 꺼내 놓으셨다. 사과였다.

"사과 먹을래? 카자흐스탄 사과가 그렇게 맛있단다."

"옿! 한 번 먹어봐도 괜찮을까요?"

"당연하지! 자."

"감사합니다!"

어떤 이야기를 더 하긴 했는데 내가 이해할 수 없는 선이었다.

지금 시점에서 유추해보건대, 아마 카자흐스탄 옛 수도 알마티가 '사과산'이라는 것을 설명하신 듯 하다.

사과는 솔직히 한국 사과가 훨씬 맛있었다. 뭔가 사과가 푸석푸석해서 씹는 맛이 많이 없었던 걸로 기억한다.

그래도 반질거리는 사과의 겉모습, 물렁물렁한 질감, 한국 사과의 1/3정도 크기는 이국적인 느낌을 내기엔 충분했다.

"사과가 뭔가 부드럽네요. 한국 사과랑 좀 다른 것 같아요."

"아 그래? ㅎㅎ"

 

첨엔 저 하얀 색 꽃이 이반 차이인 줄 알았다.
보라색 꽃이 이반 차이.

어쩌다 문학 쪽으로 이야기가 빠졌다. 책 읽는 것을 굉장히 좋아하신다고 했다.

고전도 좋아하시고 현대 소설도 좋아하시고, 가리는 게 없다고 하셨다. - 현대 소설에 대한 깨알 디스도...

"너 바죠프라는 작가 알아?"

"바죠프요? 음... 처음 들어 보네요."

"네가 지금 가는 곳이랑 관련 있는 사람이야. 우랄 지역의 전래 동화를 수집하고 연구한 사람이야."

"오오... 정말요? 재밌겠다."

"예카테린부르크 가면 서점 들려서 이 사람 책 기념품으로 사. 러시아 웬만한 서점에는 다 팔지만, 예카테린부르크에서 사면 더 의미가 있을 거야."

"그렇게 해야 겠네요. 유명한 작가예요?"

"그럼, 유명하지. 우랄 지방 원주민들의 전래 동화는 다 이 사람을 거쳐서 세상에 알려졌다고 보면 돼."

"아아... 되게 궁금해지네요. 난이도는 어때요? 현재 제 수준에서..."

"음... 아마 가능하지 싶은데? 그렇게 어렵게 쓰여진 책은 아니라서."

는 개뿔! 아주머니... 저를 너무 과대평가 하신 것 아닙니까 ㅠㅠㅠ

일단 예카테린부르크에서 사긴 했다. 카잔 숙소에 도착했을 때 한 번 읽어봤는데, 한 바닥도 못 넘기고 그냥 덮어버렸다.

현재 고향 집에 기념품 식으로 꽃아 놓고, 가끔씩 꺼내 읽긴 하는데, 여전히 어렵다.

하긴, 한국의 전래 동화를 외국인이 읽으면 그게 쉽겠소 ㅠㅠ 한국인 한테야 술술 읽힌다지만...

옆 좌석 아저씨들이 자는 사이 찍어본 차창풍경. 차창 너머에 작은 시골마을이 보인다.
숨은 이반차이 찾기. 자작나무가 되게 운치 있게 서있다.

한 번은 소련 시절에 관해 이야기를 하기도 했다.

"옛날에 내 옆집에 타타르 계열의 이슬람교를 믿는 사람이 살았어. 인종이고 종교고 할 것 없이 그냥 조화롭게 잘 어우러져 살았어 그 땐. 내 주변 뿐만 아니라, 소련 시절에는 민족이나 종교로 다툴 일은 없었던 거지. 내가 사는 곳에는 없었지만, 고려인들도 차별받지 않고 별 탈 없이 잘 섞여 살았어. 오히려 일 열심히 하는 걸로 악명 높아서 좋은 대우를 받기도 했지. 빅토르 최 누군지 알지? 이 사람 고려인이잖아. 쪼이(최), 이거 너네 나라 성 맞지?"

"네 ㅎㅎ"

강제 이주라는 아픈 역사가 있지만, 스탈린 이후 사람이라 그러려니 했다.

"종교차이나 인종차이 때문에 갈등이 생길 일이 없었어. 그런데 지금 러시아 내 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종교 때문에 전쟁 일으키고, 인종 다르다고 차별하고 그러잖아. 옛날에는 그런 일 상상도 못했는데. 참... 안타까워 생각하면..."

가만히 듣고 있었다. 그러다가 옛날부터 소련 시대를 살아온 분들께 묻고 싶었던 질문이 있었는데, 그 질문이 갑자기 팍 떠올랐다.

"혹시, 그럴 때 있나요, 소련 시절이 그립다거나 그런...?"

"당연히 있지. 음, 뭐, 그래, 그렇다고 보면 될 것 같아. 돈 때문에 싸우고 할 일도 없었고, 사람들 교육 수준들이 높아서 범죄도 많이 없었고. !@$#%#$@(그 외 여러가지 장점.)"

 

과거는 언제나 미화되기 마련이다. 하지만 그것 하나는 확실한 것 같다.

"다름으로 인한 차별이 없다는 것만 해도 평화의 반 이상을 차지하지 않을까?" - 평화라는 것을 수치로 매기는 게 참 이상하긴 하지만.

물론 소련이 아프간 전쟁, 소수민족 강제이주와 같은 몹쓸 짓을 하기도 했지만,

조금 미시적으로 보면, 개개인 간에는 외형으로 인한 차별이라는 것이 없어 삶이 더 다채롭지 않았을까.

타냐 아주머니는 이런 다채로움을 그리워하시는 게 큰 것 같다.

 

타냐 아주머니. 덕분에 기차에서의 시간이 훅훅 갔던 것 같다.

그렇게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차장이 내게 다가와 20분 뒤에 예카테린부르크에 도착한다고 일러두었다.

이반 차이 구경하랴, 이야기 나누랴, 시간이 너무 순식간에 흘러버렸다.

칭기즈나 드미트리와는 다른 매력을 지닌 타냐 아주머니를 통해 정말 따뜻한 정으로 시간을 보냈던 것 같다.

많은 이야기를 듣고, 카자흐스탄 생활 예습(?)도 해보고... 여러모로 정말 뜻깊었던 기억이 난다.

 

예카테린부르크로 향하는 동안에는 '한 명의 이방인'이라기 보다는 '말 서툰 현지인'이 된 느낌을 받았다.

아주머니께서 그리워하는 '평등함'과 '조화', 그것이 일상생활에 묻어난 것이다.

마치 현지인과 일상적인 대화를 주고 받듯, 그렇게 자연스럽게 녹아들어 색달랐던 것으로 기억한다.

 


사라토프에서 항상 즐거운 일만 가득하시길.

재미있는 대화, 의미있는 대화를 함께 나누어 주시어 정말 감사드립니다.

아주머니 덕에 예카테린부르크에서 뜻깊은 시간, 뜻깊은 기념품을 가지고 돌아갑니다.

여러모로 많은 것을 베풀어 주시고 가르쳐 주심에 정말 감사드립니다. 항상 행복하시길.

PS. 모스크바에서 이반 차이 마셔봤습니다. 가격도 괜찮았고 향도 맛도 정말 좋았던 것 같아요.


 

예카테린부르크 입성!

 

그렇게 타냐 아주머니랑 작별인사를 나눈 뒤, 열차를 나가 역으로 들어오자마자

택시기사들이 외국인 한 놈 속여가지고 오지게 돈 좀 벌겠다고 미친듯이 나한테 달라붙었다.

그 중 끝까지 집요하게 나한테 들러붙는 택시기사랑 흥정을 했는데,

처음에는 500루블 불렀다가, 겨우 350루블까지 내렸다.

그래도 뭔가 아 이거 너무 비싼데 싶어서 생각 좀 해보겠다고 한 뒤

승객 대기실로 들어가 얀덱스 택시 급하게 다운 받고 주소 찍고 요금을 확인해 보았다.

(서쪽으로 갈 수록 얀덱스를 많이 쓴다 그래서... 블라디랑 이르쿠츠크에선 막심 썼어용)

167루블... 택시아재요 장난하십니까? 바로 호출한 뒤 다른 택시기사 구했다고 하고 

호출한 택시 기다리러 밖으로 나갔다. 그렇게 택시를 타고 에어비앤비 숙소 위치까지 갔다.

 

아파트 정문 쪽에서 호스트를 만나 방 안내를 받았다.

뭔가 젊고 호쾌한 비즈니스맨같은 인상을 풍겼던 호스트는

사업 차 서울 가본 적 있다면서 뭔가 친근감을 표현하시곤 했다.

베란다에서 담배 피면서 이런 저런 이야기 나누고는 (예카테린부르크 뭐 볼 거 있냐 이런 류.)

방 안내를 받고 호스트가 나가자, 급한 대로 빨래를 돌린 뒤 샤워를 했다.

(마침 노보시비르스크에서 한국산(!!) 폼클렌징을 산 덕에 얼굴까지 깨끗이 씻었다.)

샤워를 끝내고 나니 몸이 엄청 나른해졌다.

시간도 애매하고 하니 시내 관광은 하지 않기로 하고,

아파트에서 휴식시간을 갖기로 했다.

신축된 아파트 호 하나를 반나절 동안 숙소로 사용하는 터라,

되게 넓직하기도 하고 깔끔하기도 하니, 휴식을 취하기엔 정말 좋았다.

창 밖의 전망도 나쁘지 않았고, 다만 흠이 있다면, 내가 왔을 때 수도 공사로 인해서 따뜻한 물이 안 나왔다는 거...

그래도 여름이고 하니 찬물로 샤워하는 것도 나쁘진 않았다. 

 

카메라에 있는 사진들 좀 옮기고, 앞으로의 여행 계획을 세우기도 했다.

예카테린부르크와 카잔 여행을 계획하면서 나름 꿀을 빨았던 것 같다.

(물론 카잔에서는 여행계획이 엄청 흐트러졌다. 예상치 못한 긍정적인 변수로 인해.)

 

역시 이 맛에 에어비앤비 하지! 

 

지금 생각해보면 그 방은 숙박용 보다는 파티용으로 많이 쓸 것 같았던 느낌이 든다.

어찌 되었든 덕분에 편안하게 잘 쉬었다.

 

창밖 풍경. 이것 저것 하다보니 노을이 지고 있었다.
공사가 한창이다. 내가 있을 동안엔 소음이 딱히 없었다.
평원이 노을 질 때는 정말 이쁜듯 하다.
실루엣.
조금 더 광각으로.
서서히 건물에 불이 켜진다.
사진 찍을 때 저 왼쪽 끝에 있는 건물 모서리가 좀 거슬렸다.
멋있구만.

그렇게 노을을 감상하고, 갑자기 출출해져 마트로 갔다. 

근방에 있는 슈퍼가 문을 다 닫은 바람에 조금 거리가 있는 24시간 마트로 갔다.

냉동 펠메니(러시아식 만두)랑 냉동 체부레키(삼사 비스무리한 것), 컵라면, 쥬스 등 이것 저것 걍 샀던 것 같다.

결국엔 다 못 먹었다고 한다... 너무 쓸데 없이 많이 샀다. 

그렇게 많이 사도 가격은 그리 많이 안 나갔던 걸로 기억한다.

 

Трубочка вафельная с начинкой. 달달하니 맛있었다.
돌아오는 길에 사먹은 샤우르마. 170루블 정도 했던 걸로 기억난다. 샤우르마가 뭔가 했더니만 케밥이었네... 도네르, 됴네르, 샤우르마... 다양하게 불림.
체부레키 나부랭이와 펠메니, 라면. 펠메니 한 봉지에 너무 많이 들어있어서 결국 다 못 쪄 먹음. 냉동실에 박아놓음... 호스트가 고맙댄다 다행히 ㅠㅠ

그렇게, 하루가 또 저물어갔다. 타냐 아주머니와의 수다로 시작해, 냉동 나부랭이 먹방으로 끝난 하루...

그 다음 날에 또 기차를 탔다. 카잔으로 가는 기차. 모스크바가 머지 않았다. 

예카테린부르크로 가는 이유는 딱 하나, 피의 사원을 보기 위해서!

니콜라이 2세와 그의 일가족이 볼셰비키 군에게 살해당한 사원...

그 전 포스팅에서, 이번 포스팅에 예카테린부르크 여행한 것 까지 다룰 것 처럼 마지막 사진을 올렸었는데,

사실 그러려고 했다가 포스팅 한 번 다 날아가는 바람에 이렇게 끝내는 걸로...

이제 여행기를 반 정도 쓴 것 같다.

 

방문자 수 팡팡 늘었으면 좋겠다 ㅠㅠ

 

모두다 이루어질거야. 그랬으면... 다음 포스팅에서 봐요, 빠까찌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