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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전 세계적으로 유행하고 있는 COVID-19으로 인해, 해외여행을 가지 못하는 사람들이 정말 많아졌다. 거의 못 간다고 보면 보면 될 듯 하다.

그렇게 정부에서 자가격리해라, 외출 자제해라 말로 규제를 해도 사람이라는 것이 어찌 평생 방 안에 콕 박혀 살수 있나이까.

그래서 바이러스로 흉흉한 시국에도 해외여행을 가지 못하는 사람들이 이제 국내로 시선을 돌리곤 한다.

숨은 여행지 발굴과 같은 테마를 다룬 공모전도 많이 시행하곤 했고, 인스타그램 여행 사진도 거의 국내 여행 사진이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

돈 없는 나같은 거지 나부랭이나 랜선 여행이니 뭐니 하면서 사진 보면서 위안 삼지...

 

그게 한국 뿐만의 이야기가 아니라, 아마 전 세계적으로 다 그렇지 않나 생각이 든다.

국경을 봉쇄하고, 입국자를 제한하다 보니 대중들은 국내에 눈을 돌리게 되면서,

'아 우리나라에도 이런 곳이 있었구나' 하면서 많이들 놀라곤 한다.

즉, 세계화에 기류에 휩쓸리다보니, 이국적인 것에 접근하기가 더욱이 용이해졌고,

그러다보니 자신과 가장 가까이 있는 것의 아름다움을 쉽게 간과하고 있었다는 결과가 나온다.

 

전 세계가 이런 움직임을 보이면 결국 나같은 블로거만 이득인 셈이다. 

코로나가 종결되면 각 나라별로 숨겨진 명소들이 하나 둘 발견되고,

러시아어와 영어를 할 줄 알기에 CIS 지역의 정보를 가장 최전방에서 입수하기에 남들보다 빨리 정보를 전파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난 또 한 곳의 신비한 장소를 찾아버렸다. 바로 시바쉬(Сиваш) 만! 일단 사진으로 보면 이해가 빠를 것이다.

 

https://www.5.ua/ru/dyvohliad/puteshestvuem-po-ukrayne-unykalnie-rozovie-ozera-khersonskoi-oblasty-219465.html
Q-LIEB-IN / WIKIMEDIA COMMONS

사실 시바쉬 만은 다양한 지역에 걸쳐 있기 때문에, 다양한 그림이 나올 수 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인 관광객조차도 레무리아 호수(Лемурийское озеро)로 가면 사진과 같은 절경이 나올거라 기대하고 간다.

결과는? 레무리아 호수라고 검색하면 1960년대에 비행기가 꼴아박아서 생긴 자그만한 붉은 소금 웅덩이로 안내할 것이다.

그래서 의외로 실망한 유튜브 비디오라 꽤 존재한다. (약간 우유니 사막같은 느낌?) 기후나 계절을 좀 타는 것 같기도 하다.

 

뭐 아무튼, 현지에서 레무리아 호수는 우크라이나의 사해라 불리곤 하는데, 사해처럼 염분이 굉장히 높아 몸이 둥둥 뜬다.

근데 사해는 일반 바다색을 띠는데 왜 시바쉬 만은 되게 핑크핑크할까?

염분이 높은 물에 사는 두날리엘라 살리나라는 식물 플랑크톤이 자외선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베타카로틴이라는 염료를 활성화시켜 붉은 빛을 띤다고 한다.

아마 사해에 비해 시바쉬 만에 두날리엘라 살리나가 많이 살아서 그런 것이지 않을까?

 

두날리엘라 살리나는 안티에이징에 도움을 준다 하여 화장품 업체나 피부과 측에서 많은 관심을 보이는 듯 하다.

사해 소금이 그러하듯이, 이 곳 소금도 건강에 좋다는 의사의 소견도 있어서, 사람들이 머드팩도 하고 웅덩이에서 해수욕(?)을 즐기기도 하기도 한다.

물론 그런 시설과 샤워 등의 시설을 이용하려면 20 흐리브냐를 지불해야 하긴 함.

 

여담으로 시바쉬 만(혹은 시바쉬 호)의 별명은 "썩은 바다(Гнилое море)"인데

염분이 높아서 생물이 살 수 없고, 염전 냄새가 고약하기도 해서 이런 별명이 붙여졌다고 한다.

사해도 '죽음의 바다'니 어느 정도 일맥상통은 하구만!

 

여기가 바로 레무리아 호수.

소금 성분이 일부 안 맞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다는 말과

사진에 나오는 것 처럼 넓은 호수를 보기 위해선 진흙탕을 따라 쭉 걸어야 하고

머드 팩을 하고 팔 올리는 게 조금더 수월해졌다는 아저씨고 나온다. (응?)

 

영상에서 보이다 시피 일단 흔히 아는 '레무리아 호수'는 노천 형식으로 되어 있다. 따라서 진짜 야생의 호수를 보려면 강변 따라 차를 타고 가야 한다.

그런 곳이야말로 관광객의 발길이 많이 닿지 않아 좀 더 자연적인 상태에 놓여 있다 볼 수 있다.

이바니우카(Іванівка)라는 소도시에서 약 4키로 정도 떨어진 곳에 '베레지나 곶'이 있는데, 트립 어드바이저에 의하면 이 곶을 더 추천하곤 한다.

하지만 문제는 정보가 전무하다. 이바니우카에서 조금만 더 가면 있다는 말 외에는 구글 지도에 첨부된 사진 몇 개가 고작이다.

알려진 지 얼마 안 된 지역이라 그런지 아무런 인프라도 조성되어있지 않다고 한다. 러시아어나 우크라이나어 자신 없으면 좀 힘든 여행이 될 수도...

거기에다가 교통편도 그렇게 많은 편이 아니라 렌트를 해야할 듯 하다. 근데 길도 비포장 도로라 안 좋음. ㅠㅠ

 

그래도 차가 있으면 레무리아 호수부터 해서 시바쉬 호수 따라 드라이빙 하면 정말 괜찮을 것 같기도 하다.

 

오른쪽 밑에 붉은 색과 푸른 색이 나눠진 모습을 볼 수 있다. 붉은 선은 우크라이나-러시아 국경선. Google Earth.

차를 렌트했다면 저 국경선 쪽으로 가보는 것도 추천해보고 싶다.

물론 본인은 가보진 않았지만, 물이 길 하나를 중심으로 핑크색, 푸른색으로 나뉘어지는 정말 진귀한 광경이 펼쳐지지 않을까 싶다.

근데 저기까지 가려면 시간이 좀 많이 필요할 것 같긴 하다. 난 그냥 구글 어스 사진으로 만족해야 할 듯.

 

한편, 동쪽을 쭉 가서 헤니체스크 쪽으로 가면 보면 아조프 해와 시바쉬의 경계선 역할을 하는 아라바트 곶(Арабатская стрелка)이 있다.

해수욕장이나 리조트 시설이 많은 걸로 봐서 우크라이나인의 휴양지로서 제 역할을 다 하는 지역인 것으로 보인다.

다만 아라바트 곶으로 가면 이미 핑크핑크한 호수는 끝나있다. 그냥 푸른 시바쉬와 아조프 만이 곶을 중심으로 갈라져 있다.

하지만 이 아라바트 곶 안에도 핑키핑키한 호수가 몇 개 있다고 한다.

 

출처 : https://www.061.ua/news/2817218/goracie-istocniki-i-rozovoe-ozero-zacem-zaporozcam-stoit-ehat-na-arabatskuu-strelku-fotoreportaz

헤니체스크 호수와

 

http://nezhatin.com.ua/2020/07/13/yidemo-na-rozhevi-ozera-ukrayiny-top-7-rozhevyh-ozer-v-ukrayini/

쟈블리브 호수

 

특히 쟈블리브 호수는 봄에는 우윳빛 감도는 핑크빛을 지니고 여름에는 소금으로 하얗게 덮힌다고 한다..

 


가는 루트는 다음과 같습니다.

 

헤르손(ХЕРСОН) - 차플린카(ЧАПЛИНКА) - 흐리호리우카(ГРИГОРІВКА) - 이바니우카(ІВАНІВКА)

헤르손은 주청 소재지, 차플린카는 시청 소재지, 흐리호리우카는 '레무리아 호수', 이바니우카는 '베레지나 곶'입니다.

 

헤르손(Kherson) : Polkovnyka Kedrovskoho St, 1 (Kherson Bus Station)

차플린카(Chaplynka) : Hrushevsky St.22 (Chaplynka Avtostantsiya)

헤니체스트(Heniches't) : Переулок Казакова 6 (Avtovokzal)

 

헤르손에서 이바니우카로 바로 가는 경우도 있고, 차플린카에서 갈아타야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헤르손이나 차플린카에서 이바니우카로 가는 길에 흐리호리우카(레무리아 호수)에서 내릴 수 있습니다.

반대로 이바니우카에서 차플린카나 헤르손으로 가는 길에 흐리호리우카에서 내릴 수 있습니다.

 

평일만 운행. 차종 : IBEKO
월수금만 운행 (화목토일 x). 차종 : ЛАЗ-699
매일 운행. 차종 : РУТА-19
일요일만 운행. 차종 : РУТА-19.
헤르손 - 차플린카 시간표. 평일/주말

차플린카에서 헤르손 가는 버스는 1~2시간 간격으로 오후 5시까지 있습니다. 

 

헤르손 - 헤니체스크(아라바트 곶) 버스.

8:10, 11:30분에 차플린카에서 헤니체스크(Генічеськ)로 가는 버스가 있습니다.

 

헤니체스크 - 헤르손 버스.

 

공상은 엄청 단순한 것에서 시작된다. 

무심결에 피터팬 콤플렉스의 로케트라는 곡이 머릿속에 맴돌면 2013년 갓 새내기가 되었던 그 시절의 추억을 왜곡하고,

지나가다 우연히 중앙아시아 출신 노동자를 보면, 나를 정말 못살게 굴었던 우즈벡 공연단원(특히 남자 아재들!)들과 우즈베키스탄, 키르기스스탄에서의 좋은 추억이 왜곡된다.

 

'볼쇼이 쿠날레이'라는 곳을 내가 알게된 것도 굉장히 사소한 것에서 비롯되었다.

노보시비르스크로 가는 열차에서 만난 드미트리의 인스타 스토리를 보고, 그가 부랴티아 출신이라는 것을 머릿속에 떠올렸고,

갑자기 부랴티아라는 곳에 호기심이 생겨 검색을 해봤다.

처음에는 완전히 티벳정교스러운 건축물로 조성된 어느 작은 마을을 떠올렸지만,

그런 곳은 많이 없었던 것 같고(다짠도 그렇게 많진 않았던 걸로 기억난다...), 대체로 자연 관광지가 주를 이루었다.

그러다가 찾게 된 곳이 '타르바가타이 시'였다.

타르바가타이 시의 사진을 어느 정도 보고 인터넷 서핑도 좀 하다 보니, 이 주위에 가장 아름다운 시골로 선정된 곳이 있다고 해서 알아본 게 볼쇼이 쿠날레이(Большой куналей)다.

 

17세기 중엽 정교회가 신구파로 나뉘었고, 고의식파(старообрядчество)들이 국가의 차별과 탄압을 피해

구교도의 박해를 피해 현 벨라루스의 베트키(Ветки; 호멜 주)로 이주하곤 했다. 

당시 베트키를 통치하고 있었던 폴란드-리투아니아 공국이 쇠약해지자, 러시아가 이 곳을 점령했고, 그 후

예카테리나 2세의 칙령에 따라 1765년에 거기에 있던 약 40,000명의 구교도 신자들이 부랴티아로 쫓겨나 바이칼 인근의 다양한 곳으로 흩어져 살았다고 한다.

대체로 대가족 단위로 이주를 해왔기 때문에(혹은 그렇게 보였기 때문에), 이들을 세메이스니예(Семейные)라고 부르게 되었다.

 

구교도인의 전통 의복(혹은 짬뽕)을 입은 사람들. 출처 : http://wiki.starover.net/

예카테리나가 구교도 신자를 세금 감면 혜택까지 줘가면서 멀고 먼 땅으로 이주시킨 데에는 이유가 있는데,

러시아 민족이 살아가는 모습을 통해 부랴티아가 러시아령이라는 것을 정당화하고, 국경을 수호하는 코사크에게 식량을 공급해줄 농민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원했든 원하지 않았든 머나먼 낯선 땅으로 이주당해 부랴티아의 서남부 지방에 터를 잡고 살았는데,

대표적으로 타르바가타이(Тарбагатай), 비추르(Бечурский), 무호르시비리(Мухоршибирь) 등이 있다. - 대체로 러시아-청나라 국경지대.

볼쇼이 쿠날레이도 이주민의 마을 중 하나로, 구교도적 생활 양식에 따라 살고 있다. 

출처 : https://newbur.ru/n/44641/
출처 : https://zen.yandex.ru/media/id/5c40615ef2b20900a9599b2c/bolshoi-kunalei-i-malyi-kunalei-5d9e8a630ce57b00af047c27
출처 : https://visit-rzn.ru/strany-evropy/krasivye-nazvaniya-russkih-dereven-pyat-samyh-privlekatelnyh-sel-rossii/

지금까지 구교도의 생활방식을 잘 보존해왔다는 공로로 타르바가타이 일대의 문화는 유네스코 세계무형문화유산에 등재되기도 했다.

전통복장은 채도 높은 색의 옷감을 사용한 것과, 구슬을 이용한 장식이 가장 큰 특징이고, 폴란드, 우크라이나, 벨라루스적 요소가 기본적으로 존재한다.

그 외에도 부랴트 족을 비롯한 원주민들의 의복 양식에도 영향을 받기도 했다.

그 외에도 오두막 집도 알록달록하게 채색되어 있어 세메이스니예의 특징을 잘 반영하고 있다.

 

또한 그들은 자신만의 유서있는 합창단을 갖추고 있는데, 프랑스, 미국 등 다양한 국가에서 공연을 하기도 했다고 한다.

 

 

팻말에 다음과 같이 적혀 있다: 러시아의 가장 아름다운 시골&소도시 - 볼쇼이 쿠날레이. 어서오십시오!

어느 시골이나 마찬가지지만, 인구의 고령화가 가장 큰 쟁점이다.

이를 계승해야할 젊은 사람들은 돈을 벌기 위해 도시로 나가버리고, 그러다 보니 마을의 평균 연령이 높아지는 것이다.

문제가 될 수 있는 게, 이러한 기조는 러시아 시골의 옛 모습을 잘 간직한 곳이 머지 않아 사라질 것이라는 거다.

그래서 러시아 정부 차원에서도 '가장 아름다운 러시아 시골 마을'을 엄선해 인프라를 구축하려 하는 듯 하다.

 

사실 구교도들이 모여 살았던 곳 중 규모가 가장 큰 곳으로 타르바가타이(Тарбагатай)가 있다.

거기도 선명한 색으로 칠해진 건물이 꽤 많이 있다.

원색 계통을 많이 이용하고, 그런 계통을 좋아하는 것은 구교도 신자의 공통적인 취향인 것 같고,

오히려 과감한 색상을 이용하면서 '원초적인 느낌'이 굉장히 많이 드는 것 같다.

'구'라는 말이 헛되지 않음을 느끼게 된다.

 

하지만 시대가 시대인 만큼 (영상에 의하면) FM적인 요소는 더이상 없다고 한다.

즉, 민족 의상은 특별한 행사가 아닌 이상 잘 안 입게 되고, 결혼식같은 경우도 전통 방식으로 잘 진행되진 않는다고 한다.

- 어찌 보면 당연하긴 하다, 이미 현대 문명을 맛보았으니...

그래도 드문드문 오는 관광객들을 위해 전통 방식으로 환대를 하면서 구교도 문화의 많은 부분을 최대한 보려주고는 하고 있다.

국가에서도 가장 아름다운 시골 중 하나로 선정한 걸 보니 이 마을을 말미암아 관광 수입을 어느정도 노리는 것 같긴 하다.

 

만약 이 곳이 관광객을 많이 끌어 들이고자 한다면, 마을을 어느 정도 재정비할 필요는 있다고 본다.

나같은 놈은 정말 이런 원초적인 게 맘에 들지만, 대개 관광객들은 도시나 촌락을 여행할 때 어느 정도 정돈된 모습을 바란다.

여행객들의 원하는 바를 잘 파악하여 러시아 당국이 이 마을을 잘 다듬어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사진과 영상을 보고, 무형문화유산이 살아 숨쉬는 공간인 만큼, 이러한 문화를 계승하는 사람들에게 정부 차원에서 많은 지원을 해야 겠다는 생각이 좀 들었다.

 

길을 잘 만들고, 양철 지붕을 기왓장으로 대체시키고 하면 정말 이쁜 곳이 될 것 같다.

깔끔하게, 마을이 가진 매력을 파괴하지 않으면서 인프라를 잘 구축해내면,

아마 전 세계에서 오려고 난리 칠 거고, 한국 사람들 인생샷 찍으러 많이들 올 것 같다.

 

잘리시치키 포스팅할 때 말했듯, 이 시설 저 시설 아무거나 막 넣고 그러진 않았으면 좋겠다.

우리나라 유적지나 자연관광지는 그 경관을 해치는 요소를 인프라랍시고 너무 많이 잡아넣어서 문제다 하여간에...

이 아름다운 시골 마을의 미를 인프라라는 빌미로 훼손시키지 않길...

 

 

 

 

혹시 갈 사람이 있나 싶어서 가는 방법을 살짝 적어놓긴 하겠다.

 

http://www.visitburyatia.ru/company/raspisanie/

 

(Ulitsa Sovetskaya 1, Ulan-Ude, Buryatia)

여기서 441번 버스 타고 출발하면 된다. 아침 7시 부터 저녁 7시 까지 30분 간격으로 출발함.

다르가브스 겨울 풍경. 출처 : StarsInsider

치토 그브리토를 포스팅할 때, 카프카스와 사랑에 빠졌다고 언급을 했었다.

이 포스팅을 빌어 조금 더 자세히 말하자면, 조지아와 아르메니아에 대한 사랑인 것이다.

아제르바이잔은 가 보지도 않았고, 그렇게 구미가 당기진 않는 나라라 이 나라 가보고 싶다고 선뜻 말하긴 그렇지만,

조지아랑 아르메니아 같은 경우 정말로 매력 있었고, 심지어 신비하기까지 한 인상을 내게 주어 몇 번이고 또 갈 수 있을 것 같다.

 

북 카프카스도 내심 궁금하긴 하지만, 막상 가기엔 조금은 두려움이 앞서는 게 좀 있다.

크고 작은 내전이 있었던 곳인 건 둘째치고, 북캅카스 계열 사람들이 굉장히 전투적(!!)이라 들었기 때문이다.

작년에 모스크바에서 체첸이나 다게스탄 쪽에서 온 사람들과 이야기를 좀 나눠보았는데 사람들이 나쁘진 않았던 걸로 기억한다.

역시 내가 한국인이라고 하니 가장 먼저 묻는 건 "내가 복싱을 좀 하는데... 너네 나라에서 복싱 선생님 안 구해?" 허허...

 

뭐 아무튼, 호기심은 많지만 두려움이 앞서서 감히 갈 수 있을 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현재로써는 가고싶은 마음이 크니, 한 번 랜선으로나마 여행을 해보려고 한다.

 

가자.

 

 

[소련 영화음악] Вахтанг Кикабидзе - Чито Гврито (Мимино OST)

원어 : ვახტანგ კიკაბიძე - ჩიტო გვრიტო 영화 미미노(Мимино; Mimino) 중. 'Песня Года(1978)' 중 Trio Mandili(무려 약 40만명의 구독자수를 자랑하는 유튜버) 커버. მ..

gyongski.tistory.com

이번에 랜선으로 떠나볼 곳은 바로 북 오세티야에 있는 '다르가브스'라는 곳이다.

- '다르가우스'가 더 입에 착 감기긴 하지만, 외래어 표기법에 따르기로 했다. -

사진으로만 봤을 때는 굉장히 이국적이고 원시적인 매력이 있는 마을로 보이겠지만,

사실 마을이라기 보다는 묘지 단지라고 한다.

즉, 한 건물 안에 여러 명의 시체가 들어가 있었다는 것이고, 지금도 건물에 난 네모난 창을 통해 죽은 자의 뼈를 볼 수 있다고 한다.

 

 

영상에서 여성분이 굉장히 자세히 설명하고 있다.

키질 돈 강이 흐르는 다르가브스 협곡을 따라 쭉 가다 보면 나오고,

'키질 돈'이라는 이름의 유래가 타타르어로 '붉은 강'이라는 말이고,

14세기에 이 곳에 살고 있었던 알란족이 타타르족과 전쟁을 벌이면서, 시체에서 나오는 피로 인해 강이 붉어진 것을 보고 그렇게 이름을 지었다고 한다.

전쟁에서 패배한 알란족은 산악지역으로 쫓겨났고, 좁고 거친 땅은 이들에게 충분치 않았다.

그래서 최대한 경작지와 목축지로도 안 쓰일만한 땅에 묘지를 지어 묻곤 했다고 한다.

물이 고이지 않고 건조한 바람이 부는 자연적 특성을 고려하여 짓다 보니, 지금까지 그 형태가 잘 보존되어 있다고 한다.

 

이 곳과 관련하여 이런 전설이 있다고 한다:


엄청난 아름다움을 지닌 여성이 어느날 갑자기 마을에 나타났다.

마을의 남성들이 이 여자를 차지하기 위해 가정이고 뭐고 다 때려치우고 격투를 벌이곤 했다.

그 와중에 남자들이 죽기도 하고, 가정이 와해되기도 하다 보니 여성을 쫓아내고자 했지만, 

남자들이 다른 마을 남자에게 이 아름다운 여성을 넘겨 주기 싫어했다.

혼란이 계속 되자 오랜 시간 끝에 처자를 죽이기로 했다.

오직 신만이 그의 아름다움을 탐닉하도록 하기 위해.

그리고 여성이 죽고 나서 마을에 흑사병이 퍼졌고, 전염병으로 죽은 사람을 땅에 묻으려 했으나,

죽은 사람의 시체를 받아들이지 않았던 땅은 바깥으로 밀어내면서 그 자리에 이 무덤 터가 생겼다.


 

총 97개의 무덤이 있고, 지상형, 반지하형, 지하형으로 지어졌다.

지붕은 계단 형태로 지어졌는데, 빗물이 경사를 타고 흘러내려가면서 무덤 안에 건조함을 유지시키기 위함이라고 한다.

정말 작은 창이 네모나게 나 있는데, 성인이 창을 통해 안으로 들어가기엔 무리가 있지만 안을 충분히 다 내다볼 수 있는 정도의 크기는 된다.

주위에 바다가 없지만, 배의 모양으로 관을 만들어 놓았다고 한다. 왜 그렇게 만들어 놓았는지는 약간의 미스테리로 남아있긴 하다.

알란족 사이에서 '사람이 죽고 나면 죽음의 왕국으로 배를 타고 가야 한다'는 믿음에서 비롯되었다는 가설이 있긴 하다.

 

무덤에 있는 옷과 물건을 통해 이 곳에 묻힌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알아낼 수 있고, 이 곳에서 저승의 배를 탄 사람들은 어린아이부터 노인까지 다양하다.

18세기 다르가브스 지역에 콜레라가 기승을 부리고 있을 때,

더 큰 확산을 막기 위해 감염된 사람들은 약간의 식량과 물을 가지고 와 남은 여생을 이 곳에서 보냈다고도 한다.

어떤 무덤에는 다음과 같은 글귀가 빨간색으로 적혀 있었다고 한다.

"우리를 사랑으로 대해주세요. 우린 한 때 당신과 같았고, 당신은 우리처럼 될 테니까요."

 

유적 복구 작업 중에 한 노동자가 어떤 미친 사람의 낙서인 줄 알고 석회로 덮어버리는 바람에 현재는 그 글귀를 볼 수 없다고 한다.

 

현재 UNESCO 세계 문화유산에 등재되어 유네스코의 보호를 받고 있다.

입장료는 100 루블이라고 하고, 블라디카프카스에서 아침 7시부터 저녁 8시까지 3시간 간격으로 운행하는 버스가 있는 듯하다.

가는 데 까지 소요시간은 약 1시간 반, 버스 기사한테 다르가브스 죽은 도시 가나요 물어보고 타는 걸 추천.

다르가브스 정류장에 내리고 나서 좀 걸어야 하기 때문에, 입구에 내려줄 수 있냐고 버스 기사에게 물어보는 걸 추천.

 

다르가브스 유령 도시 가나요? - Едете ли вы к городу мёртвых в Даргавсе?

입구쯤에 내려도 괜찮을까요? - Можете ли меня высадить у входа даргавского некрополи?

 

블라디카프카스 마르쉬루트카 №115 노선. "Кобан"이라 적힌 부분에서 밑으로 좀 내려가면 호수 3개가 보이는 데, 젤 밑에 있는 호수 부근에 위치함.
시장 공원(Базарный сквер). 저 봉고차 같은 것 중 115번으로 타면 됨. (얀덱스 지도)

 

번거롭거나 불안하다면 택시를 타고 가거나, 투어를 신청해야 할 듯.

택시 타고 갈 경우 택시 기사랑 잘 협의해야 한다. 외국인이라고 바가지 씌우는 경우가 꽤(!) 많다.

투어 같은 경우는 블라디카프카스의 게스트하우스에 문의해 보시는게...

 

18시 이후로는 입장이 불가하니 시간 계획을 잘 짜시길 바랍니다.

 

아니 이렇게 정보를 제공하면 뭐해, 코로나 때문에 하늘길 다 막혔는데 ㅠㅠㅠ

 

아무튼 이렇게 또 한 곳 다녀왔습니다.

언젠가 저도 한 번 가보고 싶군요.

 

북카프카즈 지역(체첸, 다게스탄, 세베로오세티야(북오세티아), 카바르디노발카르(카바르티노-발카리야 공화국), 잉귀쉬(잉구세티아), 카라차예보체르케스카야(까라차이-체르케스), 아디게이(아디게야))은 현재 철수권고로 지정되어 있기 때문에,

혹시 가시게 될 시 유의하시기 바랍니다. (원래 북카프카스 쪽이 내전의 위험이 항상 도사리는 곳이라 철수권고를 내린듯...)

 

html의 h도 모르고, css의 c자도 몰랐던 내가 어찌 어찌 구글링에 구글링을 거쳐 블로그 공사를 해냈다.

정말 언뜻 보면 별 거 아닌 것 처럼 보여도, 하나의 인터넷 사이트가 디자인되기 위해서 엄청난 공이 들어가는 구나 하고 깨달으며,

그 과정에서 흥미를 조금 느껴 차츰씩 웹디자인을 배우기로 마음 먹었다. -- 마음만 먹어서 늘 문제.

 

그냥 티스토리 블로그 하나 꾸밀 수 있을 정도로만 공부를 해보고 싶긴 하다.

미적 감각이 그렇게 좋지 않아 이걸로 돈 벌어 먹고 살기는 무리라는 생각이 든다.

 

뭐 아무튼, 태풍이 한바탕 반도를 휩쓸어 간 뒤에 하늘이 너무너무너무너무너무 이뻐서

한 번 랜선여행을 떠나볼까 한다. 지금 어디 나가지도 못하는 상황인지라,

1~2년 전 여행사진을 보면서 추억을 곱씹는데도 한계가 있기도 하고,

언젠가 코로나가 풀리고, 돈이 어느 정도 생겨 여행갈 시간을 벌 수 있을 때

참고라도 할 수 있도록 이렇게 마치 내가 어디 여행이라도 간 양 포스팅하기로 했다.

 

물론, 써야하는 여행기가 산더미같이 남았긴 했지만, 흠...

 

뭐 아무튼, 그럼 떠나볼까?

 

1. 잘리시치키(Заліщики)

 

위 영상에 의하면,

지리적인 위치로 인해 온난한 기후를 지니게 되어 농사가 잘 된다고 한다.

대표적으로 미는 특산품으로 토마토가 있고, 터키산 토미토를 들이면서 윤작이 가능해졌다고 한다.

그 외에도 포도도 있다고 한다. 매년 포도 축제가 열리곤 했다고 하지만, 소련 시기에 없어졌다고 하는 것 같다.

 

그 다음에 잘리시치키 시장이 나오는데, 도시를 관광의 도시로 발전시키고자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고 한다.

어느 순간부터 의욕적으로 인프라를 구축하곤 했는데 (강변에 벤치나 스포츠 기구나 캠핑장을 세운다거나, 공원에 무료 와이파이를 설치한다거나)

우크라이나 내전 중 전사한 아들이 그녀를 이렇게 바꿨다고 했다.

 

전쟁에 나가기 전, 그러니까 마지막으로 잘레시치키에 왔을 때, 친구와 함께 전망대로 올라가고는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여기 참나무 하나 심어놓으면 정말 좋을 것 같은데... 지금 심어 놓으면 나중에 우리가 황혼의 나이에 접어들면 커다란 나무가 되어 좋은 쉼터가 될 수 있을 것 같아."

그렇게 말했다는 사실을 아들의 친구에게 전해 들은 시장은 아들을 기리고자, 아들의 소망 에 부응하고자 전망대에 참나무를 심어놨다고 한다.

 

폴란드 치하의 잘리시치키

2차 세계대전 이전에는 휴양지로 나름 이름을 알렸다고 한다.

그 이후 잃어버린 명성을 조금씩 찾고자 시장이 많은 노력을 기울이는 듯 하다.

아들의 염원을 이루기 위해 도시를 위해 열심히 일하시는 모습이 굉장히 보기 좋다.

 

대략적인 역사도 설명을 했는데, 1차 세계대전 이후 이 도시는 루마니아와 폴란드의 접경 도시가 되었다고 한다.

당시에는 폴란드 영토 중 가장 남단에 위치한 곳이었는데, 흔치 않은 기후와 빼어난 경치로 폴란드 휴양객들을 끌어모았다고 한다.

심지어 바르샤바-잘레시치키를 왕복하는 열차가 다닐 정도였다고 한다.

 

그러다가 2차 세계대전 후 소련에게 넘어갔는데, 당시 소련에는 관광과 관련해 큰 투자를 하지 않아 많이 침체되기도 했다.

오늘날에야 조금씩 관광객이 늘어가는 추세라고 한다. 관광을 넘어서 자연을 이용한 액티비티도 개발되고 있는 중이라고 한다.

하지만 문제가 있다면, 바로 환경과 관련한 갈등이라고 볼 수 있다.

잘리시치키의 강변에 수력발전소를 설치한다는 것이다!

 

잘리시치키 시장을 비롯하여 지질학자, 환경전문가 등 다수의 전문가가 반대의 의사를 표명하지만,

내가 이해하는 바로는 어떻게는 강행하려는 것 같다.

댐을 짓고 나서 물이 고이면서 수질이 나빠진 사례가 있다. 근방 지역인지 아예 다른 지역을 예로 든 건지는 잘 모르겠다.

그래서 시장은 마을 주민들과 함께 단합하여 수력발전소 공사를 반대하고 있다고 한다.

 

수력발전소 설치를 무력화하고자 한 일은 바로 태양광 전지 설치다.

소규모의 태양광 전지를 설치해 국가에 에너지를 판매하는 사람도 있고,

넓은 면적에 태양광 발전소를 형성하기도 했다.

 

뭐 어찌 되었든, 아직 갈 길이 멀긴 하지만, 언젠가 유명한 관광지가 될 수 있을 거란 기대를 하면서 영상이 끝이 난다.

 

https://www.youtube.com/watch?v=_roWpBt4YRo

 

이 영상은 개인이 만든 영상인데, 이 지역으로 여행가기 위해 특별히 계획을 짜는 건 그닥 추천하진 않는다.

"여행은 가고 싶은데 코로나 때문에 해외 여행은 못 가서 국내 여행으로 어떻게 대리 만족을 하고 싶다면 한 번 쯤 와보는 것을 추천해요.

딱히 뭐 그렇게 볼 게 있진 않아요. 몇몇 오스트리아-헝가리 시절, 폴란드 시절 건축물이랑 소련식 건물, 뭐 거의 이 정도?

근데 물가가 엄청 싸서 가성비 좋게 가정식이나 과일을 먹기는 되게 좋아요.

여기서 할 수 있는 건, 캐년 따라 레프팅하는 거, 전망대 올라와서 도시 전경을 내려다 보는 거, 이 정도예요."

 

우크라이나 국영 방송에서 촬영한 도시 소개 영상이다.

위의 두 영상에 비해 조금 더 도시에 대한 설명에 더 충실한 듯 하다.

두 영상에서 설명했던 것들과 함께,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 시절 건설된 건축물과, 폴란드인이 세운 펜션들, 유대인들의 건물(유대인이 많이 살았다고 함) 등...

근데 영상에 보여진 바에 의하면, 건물들이 방치된 느낌이 없잖아 있는 듯 하다. 길도 비포장 도로가 대부분인 것 같았다.

 

첫번째 영상에서 언급되었듯, 아직 구축해야 할 인프라가 많아 보인다.

그래도 나는 어느 정도의 도시 정비가 되기 '전에' 가보고 싶다.

난 허름한 것에서 매력을 느끼는 변태니까.

 

초록색 마킹... 지난해 여행의 흔적 보소... ㅎㅎ 빨간색 마킹이 잘리시치키 위치. 

 

테르노필 주에 속하지만, 테르노필보다 체르니우치와 더 가깝다.

1차 세계대전 후 폴란드와 루마니아 접경지역이라고 한 게 지도를 보니 더 실감이 난다.

키이브(키예프)에서 가기엔 많이 멀고, 리비우에서 가면 나쁘지 않은 거리인 듯 하다.

만약에 들릴 의향이 있으면 '리비우 - 잘리시치키 - 체르니우치' 루트로 가도 괜찮을 것 같다.

 

버스시간표 참고(영,러,우 지원) : https://ticket.bus.com.ua/order/

리비우 - 잘리시치키

리비우 - 잘리시치키 노선은 하루에 한 번 14:55분에 출발한다. 코로나의 영향인지 원래 그런 건지는 잘 모르겠다.

가격은 212 흐리브냐, 166번 버스. 스트리스카 109에 있는 리비우 버스터미널로 가면 된다.

구글맵에는 'lviv-1 stryiskyi Bs'라고 검색하면 좌표가 나올 것이다. 소요 시간은 6시간(..)

 

잘리시치키 - 체르니우치

잘리시치키 - 체르니우치 노선은 화, 목, 토요일 14:50분에 출발한다.

가격은 50 흐리브냐, 리브네에서 체르니우치가는 버스가 경유하면서 사람을 태우는 듯 하다.

소요 시간은 1시간 반 정도 걸리고, 체르니우치 중앙버스터미널에 내려준다.

Vasylia Stefanyka Street 13이라고 검색하면 어디서 타는지 알게 될 것이다.

근데 버스정류소가 지도에 표시되지 않는 걸 보니 간이매표소처럼 운영하는 듯 하다.

현지인과의 소통이 요구될 지도 모른다. (버스 어디서 타나염?)

 

체르니우치 - 잘리시치키

체르니우치에서 잘리시치키 가는 버스는 꽤 자주 있다.

매일 7회 운행하고 있고, 1시간 반 정도 소요된다. 가격은 천차만별인데,

아침 6시 50분에 출발하는 버스가 50 흐리브냐로 가장 싸고, 그 다음에 출발하는 8시에 출발하는 차가 61.6 흐리브냐로 가장 비싸다.

중간 경유지에서 내리는 셈이니, 버스기사에게 잘리시치키에 내릴 거라고 잘 말해두는 게 좋을 듯 하다. (현지인들도 잘 도와줌)

타는 곳은 체르니우치 중앙터미널로, Central Bus Station Chernivtsi라고 검색하면 구글 지도에 나온다.

 

잘리시치키에서 리비우로 가는 버스는 없지만 리우네(리브네)로 가는 262 흐리브냐짜리 버스가 하루에 한 대 있기 때문에

그거 타고 리우네 가서 사랑의 터널 가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음.

 

sns에서 핫한 장소잖니? ^^

 

- 아침 8시 반에 출발해 16시 15분에 도착한다는 즉슨 8시간을 버스에서 보내야한다는 건 함정! -

 

아니면 리비우에서 체르니우치까지 내려간 뒤(잘리시치키 좀 들리고) 루마니아로 넘어가는 것도 한 방법이다.

체르니우치가 옛 부코비나 수도이기도 하니 루마니아랑 되게 가깝기 때문이다.


https://gidtravels.com/rus/chudesa-ukrainy-chernovcy-i-zaleshhiki

서유럽이나 남유럽 소도시처럼 아기자기하고 이쁜 소도시를 기대했다면 이게 뭔가 싶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곳도 이런 곳 나름대로의 매력이 있는 것 같다.

방치되다시피한 오래된 건물들로 인해 조금은 을씨년스러울수도 있는 분위기가 연출이 되긴 하겠지만,

전망대에서 내려다 보았을 땐 찰리 채플린의 말이 뭔가 조금 더 와 닿을 것 같긴 할 것 같다.

 

"인생은 멀리서 보면 희극이고,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다."

 

내가 잘리시치키로 갔다 온 뒤에는

가까이서 봐도 비극인지 알지 못할 정도로 잘 꾸며졌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관광도시로서의 잠재력을 잘 갖추고 있는 것 같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고, 도시를 잘 꾸미고 인프라를 잘 구축한다면

소련 치하 동안 잃어버렸던 휴양지로서의 명성을 다시 찾을 수 있을 거라 생각이 든다.

 

제발 우리나라처럼 멋 없는 잡건물로 도배되는 일이 발생하지는 않았으면...

마브카, 숲의 노래 일러스트.

 

2021년에 3D 애니메이션 영화 "마브카, 숲의 노래(Мавка, лісова пісня)"가 개봉될 예정이다.

레샤 우크라인카(Леся Українка)의 희곡 작품 '숲의 노래(Лісова Пісня)'를 원작으로 하는 작품으로, 제작사 측에서 많은 공을 들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홈페이지에서 쓰여진 바에 의하면, 이 작품을 통해 기대할 수 있는 것은 다음과 같다고 한다.

 

1. 우크라이나 생태계 문제에 관한 관심을 끌 수 있음.

2. 전 세계로 우크라이나 문화를 수출할 수 있음.

 

카르파티(Карпати), 폴레시아(Полісся), 빌코베(Вилкове) 지방의 숲과 카먀네 셀로의 풍경 등 실제 우크라이나에 있는 장소를 기반으로 배경을 설정했고, 영화 음악같은 경우도 우크라이나의 음악적 요소에 현대적인 기법을 접목시킨, 이른바 퓨전 애스닉 음악으로 가득채워 질 것이라고 했다. 실제로 에스닉 밴드 다하브라하(ДахаБраха), 막심 베레쥐냐크(Максим Бережняк)와 같은 민속음악에 박식한 뮤지션이 사운드트랙에 참여했다고 한다.

 

Даха Браха - Пливе човен

본인도 이 글을 쓸 때 까지 아예 몰랐던 것은 아니었다. 작년, 우크라이나 하르키우에서 구 여친과 함께 서점에 들렀을 때 어떤 책을 보고는 구 여친이 어떤 한 동화책 일러스트를 보여주면서 일러스트가 이쁘지 않냐며 보여줬었다. 우크라이나 신화 속 인물이고, 곧 애니메이션화 된다는 말까지 들었던 것 같다. 그땐 그냥 그렇구나 했다.

 

그러다가 유튜브에서 어떤 애니메이션의 티저를 봤다. 여자 일러스트가 어딘가 익숙한 부분이 좀 있다 싶었는데, 알고 보니 하르키우에서 전 여친이 이야기한 그 책과 관련된 것이었다. 티저를 보고 오, 투자 좀 많이 했구나 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프로젝트는 꽤 기간을 길게 둔 듯 하다. 1차 티저 영상이 나온게 무려 3년 전이니... 

 

한국에서 개봉을 할 지는 모르겠지만, 티저를 보고 대략적인 프로젝트 정보를 보면서 한국에서도 상영했으면 하는 바람이 조금은 생겼다. 이렇게나 자국의 문화를 홍보하려고 애를 쓰고 기를 쓰는데, 기회는 줘야 되지 않겠는가. 한국인에게는 다소 낯선 우크라이나 문화, 우크라이나 신화에 관한 내용을 다루는데, 색다른 영감을 얻고자 하는 사람에게는 정말 좋은 애니메이션이 되지 않나 생각이 든다.

 

1차 공식 티저 영상.

앞에서 언급했듯이 이 영화의 원작은 레샤 우크라인카(Леся Українка)의 '숲의 노래(Лісова Пісня)'이다. 

숲의 정령이자 수호자인 '마브카'가 인간 '루카쉬'를 사랑하게 되면서, 사랑과 정령으로서의 삶 사이에서 갈등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원작 줄거리를 대강 보았을 때, 정령이 인간 남자를 사랑하다가 통수 맞고 지 혼자 가슴앓이 하다가 죽는 이야기다.

 

조금 더 자세한 줄거리를 이야기하자면 다음과 같다.

 

애니메이션 버전 (1976)

1.

루카쉬는 자신의 삼촌 레프와 함께 집을 지으러 숲으로 들어갔다.

갈대로 피리를 만들어 불자, 숲의 정령 마브카는 그 소리에 이끌렸다.

마브카는 결국 루카쉬를 만나게 되었고, 나무를 베려는 그를 보고는

"자매들을 해치지 마세요"라는 말과 함께 자신의 몸으로 지켜냈다.

마브카의 범접할 수 없는 아름다운 외모와 여린 마음씨를 보고

루카쉬는 놀라움을 감추지 못한 채 정체를 물었다.

"저는 마브카예요, 숲의 정령 마브카."

인간이 사랑을 하고 나면 결혼이라는 것을 한다고 루카쉬는 정령에게 설명하고

집을 짓기 위해 나무를 베어야 한다는 말과 함께 둘 사이에 사랑이 싹텄다.

 

2.

집은 다 지어졌고, 집 주위에 밭도 일구었다.

루카쉬의 어머니는 마브카와 연애를 하는 자신의 아들을 못마땅하게 보았다.

그러면서 마브카보고 '그 누구도 호감을 가질 수 없는 불결한 년'이라 하면서

옷차림을 지적하고, 밭일을 하라고 낫을 쥐어줬다.

- 마브카는 숲을 지키는 역할을 맡은 정령인지라 낫으로 곡식을 벨 수 없는 처지였다.

루카쉬는 어머니는 집안일 잘 하는 여자를 원한다며 마브카에게 말했고,

마브카는 이러한 인지상정을 이해하고자 부단히 노력을 했지만,

정령에게 치욕스러운 감정은 굉장히 낯선 법.

그 때 과부 '킬리나'가 루카쉬을 방문했고,

마브카에게 있었던 낫을 가져가 풀을 맸다.

루카쉬와 킬리나는 서로 농담을 주고 받을 정도로 친해졌고,

루카쉬의 어머니도 킬리나를 맘에 들어 했다.

점점 멀어져 가는 루카쉬를 보면서 상처받고 있는 마브카를 보며,

한 루살카는 마브카를 달래면서 "사랑은 자유로운 영혼을 해친다"며 주의를 줬고

숲의 정령 레쉬(Леший)는 이렇게 충고했다.

"자신의 의지와 자연의 아름다움을 기억하며, 인간의 사랑 속 굴레에서 벗어나라"

 

그렇게 인큐버스의 호위를 받으며 정령으로서의 생활로 돌아가는 듯 했으나,

죽음으로 인도하는 귀신 마라(Мара/Марище)가 마브카를 데려가려고 했다.

마브카는 죽지 않았다고 외치며 마라의 손을 뿌리쳤다.


Я в серці маю те, що не вмирає.

제 마음 속에 죽지 않는 것이 있어요.


3.

레쉬가 루카쉬를 오보로텐(Оборотень)으로 변신시켰지만,

마브카는 사랑의 힘으로 루카쉬를 다시 인간으로 돌려낼 수 있을 것이라 믿었다.

결국 사람으로 다시 돌아온 루카쉬는 마브카를 보고 놀라며 달아났다.

루츠(Руц/악마류)에게서 루카쉬의 가족이 가난하게 살아가고 있다는 말을 듣고서

마브카는 루카쉬의 집 주변에서 바짝 마른 버드나무로 변했고,

킬리나의 아들이 버들가지를 꺾어 피리를 만들어 불자, 마브카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달콤하게 속삭이는 피리 소리 / 가슴 속 깊이 깊이 파고 드네

가슴을 스치며 칼집 내어 / 내 심장을 그렇게 도려 가네

 

킬리나가 나무를 베려고 했으나, 인큐버스가 도끼를 든 킬리나를 저지한 뒤 집을 불태웠다.

마브카는 자신의 아름다움으로 타들어갔고,

그렇게 마브카가 사라진 세상에는 눈이 내리고 루카쉬는 미소를 지으며 얼어 들어갔다.


 

우크라이나어+러시아어 영화 버전(1980).

 

소련시절에도 영화화되기도 하고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지기도 했는데, 결말이 아주 조금씩 다른 것 같았다.

일단 위키에 적혀있는 줄거리를 대강 요약하여 번역하긴 했는데, 이해가 되련지는 잘 모르겠다.

 

아무튼, 원작에서는 마브카라는 신화적 요소를 통해 이렇게 낭만적인 이야기가 전개되고 있다.

원작의 줄거리를 크게 해치지 않으면서 영상미에 크게 중점을 둘 것이라 생각이 든다.

 

그럼 마브카는 원래 어떤 존재인 것일까?


 

마브카를 설명하기에 앞서 루살카에 대한 간략한 설명을 해야할 것 같다.

루살카란 흔히 동유럽판 인어라고들 하지만, 원래부터 인어의 모습이 아니라 정령 혹은 망령의 형태였다.

- 19세기에 서방세계의 Mermaid에 영향을 받아 러시아 작가들이 루살카에 그런 이미지를 씌우곤 했다고 한다.

우크라이나에서는 루살카를 서식지에 따라 '강의 루살카', '들판의 루살카', '숲의 루살카'로 나누곤 했다.

이 중 마브카는 '숲의 루살카'에 해당되고, 숲의 정령으로서 자신의 역할을 다했다.

실상 숲의 루살카를 넘어서 모든 루살카를 우크라이나에서는 20세기 초 까지는 '마브카'라 불렀다고 한다.

 

마브카를 비롯한 루살카는 원래 정령과 같은 존재였으며,

아주 먼 옛날에는 인간에게 해를 끼치진 않았다고 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인간이 미지의 자연을 두려워하면서

루살카라는 존재는 요정이나 자연의 파수꾼로 치부되었던 루살카는 악한의 대상으로 변모되었다.

미지의 자연을 두려워했던 인간의 심리가 반영되었다고 볼 수 있는 것인데,

수호자의 역할에서 남자를 유혹하여 물에 빠뜨리거나 간지럽혀 죽이는 존재가 되었다.

마브카도 이러한 흐름을 거스를 수 없었는데, 

숲의 정령에서 '유산되거나 세례받지 못한 채 죽은 7살 이하의 어린아이',

'결혼을 앞두고 죽은 예비신부나 익사한 여성'의 망령이 된 것이다. 

등가죽이 없어 뒤에서 보면 초록색 폐, 썩어 버린 창자, 뛰지 않는 심장 등이 적나라하게 보이지만,

등을 빼놓고 보면 초록색 머리칼에 엄청난 미모를 가지고 있다. 

나뭇가지 위에서 흔들거리면서 휴식을 취하곤 한다.

 

동유럽에서는 '루살카의 주(Русальная неделя)'라는 게 따로 있는데, 

루살카가 활기를 치는 주로 치부되어 그 기간에는 물놀이를 하지 않는다고 한다.

그 외에도 이반 쿠팔라 시기에도 활발하게 활동한다고 한다.

특히 그 주 목요일을 '마브카 부활절'이라 부르면서 특히나 주의를 요했다고 한다.

목요일에는 사람이 사는 집까지 찾아가 사람들을 괴롭히려 들기 때문이다.

이를 피하고자 나무에 하얀 천을 걸어 놓고, 창틀에 뜨거운 빵을 두어 식혀놓는다고 한다.

나무에 걸린 천으로 옷을 지어입고, 빵의 김을 먹는다는 마브카의 특성을 이용한 것이다.

 

즉 정리하자면, 마브카는 '숲의 정령'이자 여타 동유럽 국가의 '루살카'의 우크라이나식 표기다.

원래는 '숲의 노래'에서 나오는 마브카처럼 숲의 정령이자 수호자로서 존재했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사람을 죽이는 망령의 형태로 변화했다. (거진 동유럽판 좀비...)

자신의 출중한 미모를 이용해 남성을 꼬신 뒤 간지럽혀 죽이거나 익사시켜 죽이곤 한다.


<마브카: 숲의 노래>에서는 숲의 정령으로서의 마브카를 다루게 된다.

원작자 레샤 우크라인카도 그런 마브카를 그렸고,  한 나라의 문화를 홍보하는데 물에 사람 빠뜨려 죽이고, 간지럽혀 죽이면...

솔직히 보기 좀 그러니까...ㅋㅋㅋ;

 

보아하니 아직 영화가 상영되지 않았는데도 벌써 캐릭터 상품이 나오는 듯 한다.

이렇게 김칫국을 잔뜩 먹여놓고서는 졸작이 나오진 않을 거라 믿는다.

공들여 잘 만들어서 북유럽 갬성에 이어 '동유럽 갬성'의 선구자가 되었으면 좋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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