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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제의 한류.

 

다행히 보드카여서 그런가 숙취는 없었다.

푹 자고 낮 10시 쯤 일어난 것 같다. 

알혼섬을 떠나기 직전에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원래 계획대로라면, 바이칼 호수에 몸을 담글 계획이었지만,

앞으로 있을 여행 계획을 조금 구체적으로 짜면서 '휴식 중 휴식'을 취하기로 결정했다.

첫날이랑 둘째날 발 담근 걸로 만족하기로 했다.

 

소 팔자가 상 팔자.
마지막 저녁식사. 플롭이랑 빵, 샐러드.

 

낮 동안에는 계속 숙소에 있었다. 

주인 아주머니 손녀랑 주방장 딸내미가 벨튀 비스무리한 걸 하길래

조금 놀아주기도 했다. 

마지막 저녁 식사를 하고 잠시 산책도 했다.

부르한 바위를 또 보긴 했지만 사진을 찍진 않았다. 

- 어제 술에 취해서 같이 이야기 못 나눈 것에 대해 주방장 아저씨한테 사과했다.

늘 그렇듯이 소들이 아무데나 널부러져 있었고,

가끔씩 소똥이 눈에 띠기도 했다.

 

초승달

 

뭐 그렇다. 말 그대로 제대로 휴식을 취한 하루였다.

주인 아주머니랑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고, 주방장 아들내미랑 잠깐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

주인 아주머니는 원래 이르쿠츠크 근교에서 음악을 가르치는 선생님이셨고,

지금은 은퇴하고 알혼으로 와 민박을 운영하면서 후지르 마을의 교회에서 성가대를 운영한다고 하셨다.

성가대 지휘를 하신다는 건지 반주를 하신다는 건지... 기억은 정확히 나지는 않는다.

따님분도 음악쪽으로 전공을 잡았고, 현재 이르쿠츠크에 있다고 한다.

관광객 중에서 러시아어를 좀 하고 오는 사람이 그렇게 많지 않았고,

이렇게 많이 소통한 사람은 처음이라는 식으로 말씀하셨다.

그래서 되게 신기하기도 했고, 의사소통 측면에서 한 시름 놓았다고 하시기도 했다.

몇 일 뒤면 한국인 단체관광객을 받는다는 말도 하셨고, 러시아어 공부 열심히 하라고 격려도 하셨다.

 

조금 비즈니스적인 질문도 좀 했다. 매년 관광객이 많이 오는 편이냐고.

어찌 보면 실례스럽기도 하지만, 관광객&외국인 버프를 이용해 물어봤다.

아무래도 기후도 기후다 보니 여름에 휴양 차 많이 온다고들 했다.

하지만 그 당시 여름에는 그렇게 많은 편은 아니라고 하시긴 했다.

중국인들이 이번에 너무 많이 왔다는 말씀도 하셨고...

특히 목조 건물이다 보니, 겨울엔 너무 추워져서 장사를 안한다고 하셨다.

 

조용히 휴식을 취하고 싶은 사람들이나, 나처럼 돈이 그렇게 많지 않은 사람들이 주로 그 민박을 찾는다고 하셨다.

메인 관광지와 거리가 꽤 있는 편이라 가격이 싼 편인데, 대체로 만족하고 간다고들 하셨다.

관광지와 멀긴 해도, 그 만큼 후지르 마을을 볼 수 있는 시야가 넓어진다는 식으로 말을 하니까,

그렇다고 엄청 공감을 해주시기도 하셨다.

 

뭐 그 외에도 이야기를 꽤 나누긴 했는데, 역시 나는 기억력이 정말 안 좋긴 하나 보다.

 

그렇게 하루가 지나고, 마지막 조식을 먹은 뒤 미샤 아저씨 가족분들과도 작별인사 나누고,

타슈켄트 올 때 연락하라고 아들 분이랑 연락처도 교환했다.

- 그 후로 1년 뒤 우즈벡 갔을 때, 못 만났다고 한다. 갑자기 잠수를 타는 바람에... 사정이 있었겠지.

 

주인 아주머니도 체크아웃 도와주시고, 차량이 올 때 까지 같이 기다리곤 했다.

차가 조금 가까워지자, 내게 선물을 하나 건내 주셨다.

 

감사합니다, 꼭 한 번 더 봬요!

아주 귀여운 네르파였다. 

나도 주인 아주머니께 부채를 선물해 준 뒤 떠났다.

밴에 앉아 한동안 네르파를 쳐다보았다.

 


О.Ольхон.

 

Вижу озеро прозрачное,

Сижу спокойно на пляже,

вписываю красивую летопись в себе,

 

я душею с красною краскою

прощаюсь на закате, до свидания.

горячею росою в туман мутный уезжаю я.

 

воспоминание с инными товарищами.

незабываемые времени с шаманами.

Озеро как море, душа широкой тишины как озеро.

 

알혼섬

 

투명한 호수

호숫가에 조용히 앉아

아름다운 연대기를 내 마음속에.

 

버얼건 노을

가음으로 외치는 안녕.

뜨거운 이슬에 희미해진 마을.

 

추억, 낯선 이와 함께한

잊지 못할 시간, 샤먼의

바다같은 호수, 호수처럼 넓고 고요한 인심.


안녕, 바이칼! 가자, 이르쿠츠크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