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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르가브스 겨울 풍경. 출처 : StarsInsider

치토 그브리토를 포스팅할 때, 카프카스와 사랑에 빠졌다고 언급을 했었다.

이 포스팅을 빌어 조금 더 자세히 말하자면, 조지아와 아르메니아에 대한 사랑인 것이다.

아제르바이잔은 가 보지도 않았고, 그렇게 구미가 당기진 않는 나라라 이 나라 가보고 싶다고 선뜻 말하긴 그렇지만,

조지아랑 아르메니아 같은 경우 정말로 매력 있었고, 심지어 신비하기까지 한 인상을 내게 주어 몇 번이고 또 갈 수 있을 것 같다.

 

북 카프카스도 내심 궁금하긴 하지만, 막상 가기엔 조금은 두려움이 앞서는 게 좀 있다.

크고 작은 내전이 있었던 곳인 건 둘째치고, 북캅카스 계열 사람들이 굉장히 전투적(!!)이라 들었기 때문이다.

작년에 모스크바에서 체첸이나 다게스탄 쪽에서 온 사람들과 이야기를 좀 나눠보았는데 사람들이 나쁘진 않았던 걸로 기억한다.

역시 내가 한국인이라고 하니 가장 먼저 묻는 건 "내가 복싱을 좀 하는데... 너네 나라에서 복싱 선생님 안 구해?" 허허...

 

뭐 아무튼, 호기심은 많지만 두려움이 앞서서 감히 갈 수 있을 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현재로써는 가고싶은 마음이 크니, 한 번 랜선으로나마 여행을 해보려고 한다.

 

가자.

 

 

[소련 영화음악] Вахтанг Кикабидзе - Чито Гврито (Мимино OST)

원어 : ვახტანგ კიკაბიძე - ჩიტო გვრიტო 영화 미미노(Мимино; Mimino) 중. 'Песня Года(1978)' 중 Trio Mandili(무려 약 40만명의 구독자수를 자랑하는 유튜버) 커버. მ..

gyongski.tistory.com

이번에 랜선으로 떠나볼 곳은 바로 북 오세티야에 있는 '다르가브스'라는 곳이다.

- '다르가우스'가 더 입에 착 감기긴 하지만, 외래어 표기법에 따르기로 했다. -

사진으로만 봤을 때는 굉장히 이국적이고 원시적인 매력이 있는 마을로 보이겠지만,

사실 마을이라기 보다는 묘지 단지라고 한다.

즉, 한 건물 안에 여러 명의 시체가 들어가 있었다는 것이고, 지금도 건물에 난 네모난 창을 통해 죽은 자의 뼈를 볼 수 있다고 한다.

 

 

영상에서 여성분이 굉장히 자세히 설명하고 있다.

키질 돈 강이 흐르는 다르가브스 협곡을 따라 쭉 가다 보면 나오고,

'키질 돈'이라는 이름의 유래가 타타르어로 '붉은 강'이라는 말이고,

14세기에 이 곳에 살고 있었던 알란족이 타타르족과 전쟁을 벌이면서, 시체에서 나오는 피로 인해 강이 붉어진 것을 보고 그렇게 이름을 지었다고 한다.

전쟁에서 패배한 알란족은 산악지역으로 쫓겨났고, 좁고 거친 땅은 이들에게 충분치 않았다.

그래서 최대한 경작지와 목축지로도 안 쓰일만한 땅에 묘지를 지어 묻곤 했다고 한다.

물이 고이지 않고 건조한 바람이 부는 자연적 특성을 고려하여 짓다 보니, 지금까지 그 형태가 잘 보존되어 있다고 한다.

 

이 곳과 관련하여 이런 전설이 있다고 한다:


엄청난 아름다움을 지닌 여성이 어느날 갑자기 마을에 나타났다.

마을의 남성들이 이 여자를 차지하기 위해 가정이고 뭐고 다 때려치우고 격투를 벌이곤 했다.

그 와중에 남자들이 죽기도 하고, 가정이 와해되기도 하다 보니 여성을 쫓아내고자 했지만, 

남자들이 다른 마을 남자에게 이 아름다운 여성을 넘겨 주기 싫어했다.

혼란이 계속 되자 오랜 시간 끝에 처자를 죽이기로 했다.

오직 신만이 그의 아름다움을 탐닉하도록 하기 위해.

그리고 여성이 죽고 나서 마을에 흑사병이 퍼졌고, 전염병으로 죽은 사람을 땅에 묻으려 했으나,

죽은 사람의 시체를 받아들이지 않았던 땅은 바깥으로 밀어내면서 그 자리에 이 무덤 터가 생겼다.


 

총 97개의 무덤이 있고, 지상형, 반지하형, 지하형으로 지어졌다.

지붕은 계단 형태로 지어졌는데, 빗물이 경사를 타고 흘러내려가면서 무덤 안에 건조함을 유지시키기 위함이라고 한다.

정말 작은 창이 네모나게 나 있는데, 성인이 창을 통해 안으로 들어가기엔 무리가 있지만 안을 충분히 다 내다볼 수 있는 정도의 크기는 된다.

주위에 바다가 없지만, 배의 모양으로 관을 만들어 놓았다고 한다. 왜 그렇게 만들어 놓았는지는 약간의 미스테리로 남아있긴 하다.

알란족 사이에서 '사람이 죽고 나면 죽음의 왕국으로 배를 타고 가야 한다'는 믿음에서 비롯되었다는 가설이 있긴 하다.

 

무덤에 있는 옷과 물건을 통해 이 곳에 묻힌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알아낼 수 있고, 이 곳에서 저승의 배를 탄 사람들은 어린아이부터 노인까지 다양하다.

18세기 다르가브스 지역에 콜레라가 기승을 부리고 있을 때,

더 큰 확산을 막기 위해 감염된 사람들은 약간의 식량과 물을 가지고 와 남은 여생을 이 곳에서 보냈다고도 한다.

어떤 무덤에는 다음과 같은 글귀가 빨간색으로 적혀 있었다고 한다.

"우리를 사랑으로 대해주세요. 우린 한 때 당신과 같았고, 당신은 우리처럼 될 테니까요."

 

유적 복구 작업 중에 한 노동자가 어떤 미친 사람의 낙서인 줄 알고 석회로 덮어버리는 바람에 현재는 그 글귀를 볼 수 없다고 한다.

 

현재 UNESCO 세계 문화유산에 등재되어 유네스코의 보호를 받고 있다.

입장료는 100 루블이라고 하고, 블라디카프카스에서 아침 7시부터 저녁 8시까지 3시간 간격으로 운행하는 버스가 있는 듯하다.

가는 데 까지 소요시간은 약 1시간 반, 버스 기사한테 다르가브스 죽은 도시 가나요 물어보고 타는 걸 추천.

다르가브스 정류장에 내리고 나서 좀 걸어야 하기 때문에, 입구에 내려줄 수 있냐고 버스 기사에게 물어보는 걸 추천.

 

다르가브스 유령 도시 가나요? - Едете ли вы к городу мёртвых в Даргавсе?

입구쯤에 내려도 괜찮을까요? - Можете ли меня высадить у входа даргавского некрополи?

 

블라디카프카스 마르쉬루트카 №115 노선. "Кобан"이라 적힌 부분에서 밑으로 좀 내려가면 호수 3개가 보이는 데, 젤 밑에 있는 호수 부근에 위치함.
시장 공원(Базарный сквер). 저 봉고차 같은 것 중 115번으로 타면 됨. (얀덱스 지도)

 

번거롭거나 불안하다면 택시를 타고 가거나, 투어를 신청해야 할 듯.

택시 타고 갈 경우 택시 기사랑 잘 협의해야 한다. 외국인이라고 바가지 씌우는 경우가 꽤(!) 많다.

투어 같은 경우는 블라디카프카스의 게스트하우스에 문의해 보시는게...

 

18시 이후로는 입장이 불가하니 시간 계획을 잘 짜시길 바랍니다.

 

아니 이렇게 정보를 제공하면 뭐해, 코로나 때문에 하늘길 다 막혔는데 ㅠㅠㅠ

 

아무튼 이렇게 또 한 곳 다녀왔습니다.

언젠가 저도 한 번 가보고 싶군요.

 

북카프카즈 지역(체첸, 다게스탄, 세베로오세티야(북오세티아), 카바르디노발카르(카바르티노-발카리야 공화국), 잉귀쉬(잉구세티아), 카라차예보체르케스카야(까라차이-체르케스), 아디게이(아디게야))은 현재 철수권고로 지정되어 있기 때문에,

혹시 가시게 될 시 유의하시기 바랍니다. (원래 북카프카스 쪽이 내전의 위험이 항상 도사리는 곳이라 철수권고를 내린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