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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asted
Wasted in a cyber dimension
Pour my heart into simulation
Digital in reciprocation
I'm staring at the screen that you live in

 

I'm trying to remember your name then
The memory before I awaken
Is coded to a million fragments
But all I had was pixel affection

 

Pixel affection
Pixel affection
Pixel affection
Pixel affection

 

Shadows follow me and I let them
I wanna leave the world I was left in
Unstable online interconnection
I'm trying to remember your name then

 

The memory before I awaken
Is coded to a million fragments
Consuming all the bones I have broken
But all I had was pixel affection

 

Pixel affection
Pixel affection
Pixel affection
Pixel affection

 

Wasted
Wasted in a cyber dimension
Pour my heart into simulation
Digital in reciprocation
I'm staring at the screen that you live in


I'm trying to remember your name then
The memory before I awaken
Is coded to a million fragments
But all I had was pixel affection

 


글리치한 요소가 많이 들어가 있는 신스팝이다.

Yeule이라 해서 교포 가수인가 싶어서 유튜브 알고리즘 따라 들어가봤는데,

80년대 일본 시티팝 무대를 방불케 하는 장면이 나와서 아 일본인인가 보다 했는데,

나중에 보니 싱가포르 태생 영국 싱어송라이터라고 하더라.

 

보컬 멜로디는 너무나도 단순하다. 멜로디의 형태가 A와, A'로만 되어있다.

변하는 건 보컬을 감싸는 음악적 요소다.

어떤 음악이 늘 그렇듯 뒤로 갈수록 더 많은 요소가 추가되고, 좀 더 색채가 있는 비트가 나오고 그렇긴 하다.

스퀘어 계열의 파형으로 만들어진 몽글몽글한 사운드로 화음을 연주하고

보컬에 글리치를 입히면서 80~90년대 빈티지함을 살려냈고,

뮤직비디오에서 쇼와 시대 가요 무대를 통해 그 빈티지함의 타당성을 확고히 했다.

 

2020년 9월 기준으로 봤을 땐, 시티팝이라는 요소는 옛스러움과 모던함 사이에 있는 애매한 느낌을 가진 시대고,

이러한 시대적 특징은 많은 예술가에게 색다른 영감을 불어 넣어주곤 한다.

8090년대, 세기말이라 불리는 이 시기에 일본은 최대의 경제적인 호황을 겪었고,

한국, 싱가포르, 홍콩, 대만 등의 나라도 당시 호황의 급류에 휩쓸려 갈 때였다.

아시아적인 것을 상쇄한 뒤 그 자리에 '모던함'으로 상징되는 고층건물과 아파트 단지를 세우면서

네온사인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도시인'으로서의 자부심에 절어 살 때,

전통적인 가치관과 새로이 유입되는 다양한 요소가 시소를 타고 있었다.

 

베이퍼웨이브가 유행했었고, 레트로가 유행하곡 있다는 것은 그만큼

혼란스러운 가치관이 난무했던 이 시기를 이제는 그리워하는 것이 아닐까.

일본도 대만도 한국도 불경기를 겪고 있고, 그 이유를 세기말에서 찾는 게 아닐까.

그 이유를 세기말에서 찾는다는 명목으로 사실 그 황금기 속에 자신을 가두려는 것은 아닐지.

 


Wasted in a cyber dimension
Pour my heart into simulation
Digital in reciprocation
I'm staring at the screen that you live in

사이버 공간 속 낭비되는 시간

가짜 공간 속 흘러드는 내 맘

모든 게 연결된 디지털 세상

스크린 속에서 살아가는 널 보아.


사이버 공간, 시뮬레이션, 디지털, 스크린

세기 말에 구축된 이 요소들은 21세기의 첫 날과 멀어져 갈수록 더욱 더 확장되고

그러다 보니 사이버 공간 속에서 사랑을 찾고 자신의 가치를 찾는 사람이 많아진다.

외모적 결함, 신체적 결함, 성격적 결함을 어느 정도 가려줄 수 있으니, 그런 공간이 더 편하긴 할 것이다.

스크린 상으로 보여주는 건 실재공간에서 살아가는 사람의 고민 끝에 만들어진 '이상적인 모습'이니 말이다.

브라운관에 비춰지는 유토피아의 시뮬레이션을 보면서

세상을 두려워하고, 자신의 부족한 부분을 더욱이 부끄러워 한다.

그렇게 사람들은 히키코모리가 되어가고, 넷상의 관심종자가 된다.

현실과 가상 간 대립, 현실과 이상 간 괴리

그렇게 Pixel Affection에 빠진 사람이 하나 둘 생기는 것이다.

 

황금기를 좇고, 지난 날을 후회하기도 하고, 지금보다 덜 '모던'한 세계를 보며 위안 삼고.

그게 마냥 부정적이라는 것이 아니다.

픽셀로 점철된 것과 망막에 직접적으로 맺히는 실재적 존재는 구분하자 이거다.

 

노래 자체도 나쁘지 않다. 

이렇게 리뷰 아닌 리뷰를 쓸 땐 가사적 의미까지 고려해서 적긴 하지만

보통 음악을 들을 때 가사는 그렇게 중요치 않다.

얼마나 참신하고 멋있는 사운드, 멜로디로 곡이 구성되었는지

전체적으로 곡이 주는 분위기를 음미하기도 바빠서

가사를 들으려 하면 나머지 음악적 요소에 소홀해지기 때문이다.

 

내 음악적 취향에 관한 이야기는 나중에 따로 정리해서 올릴 테지만, 대강은 그렇다.

장르고 뭐고 할 것 없이 곡이 자아내는 분위기와, 분위기를 구성하는 사운드와 멜로디, 화음, 대위적 요소가 중요하지,

가사는 선율로 엮은 수수께끼같은 암호의 단서일 뿐이다.

 

아니 그래서 이 곡이 어떻냐고?

넘치지도 않고, 그렇다고 부족하지도 않고.

곡도 괜찮지만, 뮤직비디오가 곡을 완전히 살렸다 생각이 든다.

조금은 빈티지한 사이버펑크와 아날로그적인 신디 사운드, 사운드의 글리치로 표현된 가상 세계 속에 빠진 인물상을

파란 조명과 노이즈, 시티팝적인 요소를 통해 잘 녹여냈다 생각이 든다.

 

<Serotonin II> 2019

1. Your Shadow

2. Poison Arrow

3. Eva

4. See You Space Cowboy

5. Pixel Affection

6. Nuclear War Post IV

7. Pocky Boy

8. Pretty Bones

9. Reverie

10. Blue Butterfly

11. An Angel Held Me Like a Child

12. Veil of Darkne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