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mall Grey Outline Pointer

그냥 곡이 내 스타일이다. 가사가 없는 곡이고, 말 그대로 가만히 듣기 좋은 곡이다.

굉장히 많은 종류의 노이즈가 사용되어 다채로운 그림이 그려지면서 미래지향적인 큰 사운드를 형성해낸다.

이 곡이 조회수가 214회밖에 안 나온 것은 아직 덜 유명해서 그런건지 너무 실험적이어서 그런 건지 잘 모르겠다.

 

취향을 맞는 사람을 찾고 싶은 건 둘째 치고,

뭔가 확 들어오는 노래를 요즘 그렇게 많이 들어보진 못한 것 같다.

그리고 노래가 너무 많다. 아마추어, 전문가 등 음악에 뛰어드는 사람이 너무 많으니까

아직 못 들어본 곡이 너무나도 많고, 곡을 듣는다고 해도 한 곡 한 곡 일일히 기억해낼 수 없다.

그래서 늘 선택 장애가 온다.

 

뭘 먼저 들어야 할까, 좀 마음에 들었던 아티스트를 기점으로 아이뮤직이나 유튜브에서 파도를 탄다고 해도

여러 번 듣고 싶은 노래로 선정되는 곡은 극히 일부다.

 


 

나도 기계음을 정말 잘 다루고 싶다. 이 곡의 소스를 뽑아내어 내 것으로 만들고 싶다.

오랜만에 로직을 켜고 끄적거려 봤는데, 마스터키보드가 있다 없으니 너무 불편해서 바로 덮어버렸다.

딱히 떠오르는 것도 없고, 좀 쓰다 보면 마음에 안 들어 갈아 엎고.

 

복잡미묘하군. 브레인 댄스나 출까?

Wisp이라는 아티스트의 다른 곡도 좀 들어봐야겠다.

 

아니다, 오늘따라 유독 피곤하다. 잠이나 좀 자야지.

오늘은 글이 너무 짧네. 쓸 게 없기도 하고 러시아어 문서를 번역하기엔 기력도 없고 뭐 그러니...

애드센스 승인 n수 주제에 왜 이렇게 포스트에 성의가 없냐.

아니 성의 있게 써도 뭐 애드센스 시켜나 주셨습니까.

 

예민해진 것 보니까 확실히 피곤하긴 한가보네. 이제 진짜 글을 맺도록 해보자.

 

<Drinking The Goat's Blood> 2010 - 여러 DJ의 곡 모음집임.

 

Wasted
Wasted in a cyber dimension
Pour my heart into simulation
Digital in reciprocation
I'm staring at the screen that you live in

 

I'm trying to remember your name then
The memory before I awaken
Is coded to a million fragments
But all I had was pixel affection

 

Pixel affection
Pixel affection
Pixel affection
Pixel affection

 

Shadows follow me and I let them
I wanna leave the world I was left in
Unstable online interconnection
I'm trying to remember your name then

 

The memory before I awaken
Is coded to a million fragments
Consuming all the bones I have broken
But all I had was pixel affection

 

Pixel affection
Pixel affection
Pixel affection
Pixel affection

 

Wasted
Wasted in a cyber dimension
Pour my heart into simulation
Digital in reciprocation
I'm staring at the screen that you live in


I'm trying to remember your name then
The memory before I awaken
Is coded to a million fragments
But all I had was pixel affection

 


글리치한 요소가 많이 들어가 있는 신스팝이다.

Yeule이라 해서 교포 가수인가 싶어서 유튜브 알고리즘 따라 들어가봤는데,

80년대 일본 시티팝 무대를 방불케 하는 장면이 나와서 아 일본인인가 보다 했는데,

나중에 보니 싱가포르 태생 영국 싱어송라이터라고 하더라.

 

보컬 멜로디는 너무나도 단순하다. 멜로디의 형태가 A와, A'로만 되어있다.

변하는 건 보컬을 감싸는 음악적 요소다.

어떤 음악이 늘 그렇듯 뒤로 갈수록 더 많은 요소가 추가되고, 좀 더 색채가 있는 비트가 나오고 그렇긴 하다.

스퀘어 계열의 파형으로 만들어진 몽글몽글한 사운드로 화음을 연주하고

보컬에 글리치를 입히면서 80~90년대 빈티지함을 살려냈고,

뮤직비디오에서 쇼와 시대 가요 무대를 통해 그 빈티지함의 타당성을 확고히 했다.

 

2020년 9월 기준으로 봤을 땐, 시티팝이라는 요소는 옛스러움과 모던함 사이에 있는 애매한 느낌을 가진 시대고,

이러한 시대적 특징은 많은 예술가에게 색다른 영감을 불어 넣어주곤 한다.

8090년대, 세기말이라 불리는 이 시기에 일본은 최대의 경제적인 호황을 겪었고,

한국, 싱가포르, 홍콩, 대만 등의 나라도 당시 호황의 급류에 휩쓸려 갈 때였다.

아시아적인 것을 상쇄한 뒤 그 자리에 '모던함'으로 상징되는 고층건물과 아파트 단지를 세우면서

네온사인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도시인'으로서의 자부심에 절어 살 때,

전통적인 가치관과 새로이 유입되는 다양한 요소가 시소를 타고 있었다.

 

베이퍼웨이브가 유행했었고, 레트로가 유행하곡 있다는 것은 그만큼

혼란스러운 가치관이 난무했던 이 시기를 이제는 그리워하는 것이 아닐까.

일본도 대만도 한국도 불경기를 겪고 있고, 그 이유를 세기말에서 찾는 게 아닐까.

그 이유를 세기말에서 찾는다는 명목으로 사실 그 황금기 속에 자신을 가두려는 것은 아닐지.

 


Wasted in a cyber dimension
Pour my heart into simulation
Digital in reciprocation
I'm staring at the screen that you live in

사이버 공간 속 낭비되는 시간

가짜 공간 속 흘러드는 내 맘

모든 게 연결된 디지털 세상

스크린 속에서 살아가는 널 보아.


사이버 공간, 시뮬레이션, 디지털, 스크린

세기 말에 구축된 이 요소들은 21세기의 첫 날과 멀어져 갈수록 더욱 더 확장되고

그러다 보니 사이버 공간 속에서 사랑을 찾고 자신의 가치를 찾는 사람이 많아진다.

외모적 결함, 신체적 결함, 성격적 결함을 어느 정도 가려줄 수 있으니, 그런 공간이 더 편하긴 할 것이다.

스크린 상으로 보여주는 건 실재공간에서 살아가는 사람의 고민 끝에 만들어진 '이상적인 모습'이니 말이다.

브라운관에 비춰지는 유토피아의 시뮬레이션을 보면서

세상을 두려워하고, 자신의 부족한 부분을 더욱이 부끄러워 한다.

그렇게 사람들은 히키코모리가 되어가고, 넷상의 관심종자가 된다.

현실과 가상 간 대립, 현실과 이상 간 괴리

그렇게 Pixel Affection에 빠진 사람이 하나 둘 생기는 것이다.

 

황금기를 좇고, 지난 날을 후회하기도 하고, 지금보다 덜 '모던'한 세계를 보며 위안 삼고.

그게 마냥 부정적이라는 것이 아니다.

픽셀로 점철된 것과 망막에 직접적으로 맺히는 실재적 존재는 구분하자 이거다.

 

노래 자체도 나쁘지 않다. 

이렇게 리뷰 아닌 리뷰를 쓸 땐 가사적 의미까지 고려해서 적긴 하지만

보통 음악을 들을 때 가사는 그렇게 중요치 않다.

얼마나 참신하고 멋있는 사운드, 멜로디로 곡이 구성되었는지

전체적으로 곡이 주는 분위기를 음미하기도 바빠서

가사를 들으려 하면 나머지 음악적 요소에 소홀해지기 때문이다.

 

내 음악적 취향에 관한 이야기는 나중에 따로 정리해서 올릴 테지만, 대강은 그렇다.

장르고 뭐고 할 것 없이 곡이 자아내는 분위기와, 분위기를 구성하는 사운드와 멜로디, 화음, 대위적 요소가 중요하지,

가사는 선율로 엮은 수수께끼같은 암호의 단서일 뿐이다.

 

아니 그래서 이 곡이 어떻냐고?

넘치지도 않고, 그렇다고 부족하지도 않고.

곡도 괜찮지만, 뮤직비디오가 곡을 완전히 살렸다 생각이 든다.

조금은 빈티지한 사이버펑크와 아날로그적인 신디 사운드, 사운드의 글리치로 표현된 가상 세계 속에 빠진 인물상을

파란 조명과 노이즈, 시티팝적인 요소를 통해 잘 녹여냈다 생각이 든다.

 

<Serotonin II> 2019

1. Your Shadow

2. Poison Arrow

3. Eva

4. See You Space Cowboy

5. Pixel Affection

6. Nuclear War Post IV

7. Pocky Boy

8. Pretty Bones

9. Reverie

10. Blue Butterfly

11. An Angel Held Me Like a Child

12. Veil of Darkness

 

 

최초의 3원색 컬러 애니메이션인 꽃과 나무(Flowers and Trees, 1932) 영상에 곡을 씌웠다.

그루비한 셔플리듬과 먹구름을 타고 나오는 듯한 전체적인 악기 사운드, 불현듯 나오는 글리치 소스들이

아동용 영상으로 볼 수 있는 영상에 기괴하면서도 음산함을 더했다.

 

코로나가 잇달아 확산되면서 일 잘리고, 어쩌다 보니 자가격리를 하고 있다.

영어고 러시아어고 자시고 눈에 들어오지 않자, 뜻하지 않게 음악을 미친듯이 듣게 되었다.

이것 저것 할 게 많은 취준생으로 살아가면서, 음악을 즐기고자 하는 욕구를 억제한 게 없잖아 있는데,

오늘에서야 이렇게 억압된 게 폭발했고, 언제까지 계속 진행될 지 모르겠다.

 

아무튼, 덕분에 이런 곡 까지 알게 되었네. 정말 맘에 든다.

블로그에 하도 포스팅을 많이 해서 저품질 되는 거 아니야?

 

 

 

<Big Tales> 2014

1. Orange Evening

2. Big Tales

3. Orange Evening (DWIGs dirty dress remix)

 

In life, just belong, though you're a wanderin' soul
And you got to move on from the squandered soil
When you get what you came here for
Will you leave in the dead of night?
In the heart is a wall of horrors
You're the undenied

 

Can't return the sacred time you steal
A fact betrays the way you feel
And the sight delays the right to heal

You decide to stay long

 

I didn't plan to stay long
I didn't plan to stay long (stay long)
I didn't plan to stay long
I didn't plan to stay long (stay long)
In the snake pit so long
I've got posters up (stay long)
Been defending so long
I don't know how to stop

 

Heart, tell them what you came for
Heart, tell them what you came for
Heart, tell them what you've been daydreamin' about
What the evening's about to you

 

Can't return the sacred time you steal
A fact betrays the way you feel
And the sight delays the right to heal
You decide to stay long

 

I didn't plan to stay long
I didn't plan to stay long (stay long)
I didn't plan to stay long
I didn't plan to stay long (stay long)
In the snake pit so long
I've got posters up (stay long)
I've been defending so long
I don't know how to stop
I'm so afraid

 

Tell them what you came for
Heart, tell them what you came for
Heart, tell them what you've been daydreamin' about
What the evening's about to you

Ah, ah
Ah
Ah, ah
Tell them what you came here for (ah, ah)
Oh, oh, oh, stay long
Oh, oh, oh, stay long
Oh, oh, oh, stay long
Oh-oh-oh-oh, long

 


요즘 들어서 정말 꽂힌 노래다. 

초장부터 날카롭게 치고 들어오는 베이스와 영국적 우수,

동유럽의 그것과는 상이한 그런 멜로디가 흐르는 인트로에서 이미 나의 구미를 당겼다.

이제는 장마철이 끝났지만, 한창 장맛비가 간헐적으로 퍼붓곤 했었던 지난 시간동안

이 노래를 들으면서 현대적인 건물이 우후죽순으로 세워져 있는 강남을 걷다보니

나름대로 도시적인 운치가 느껴졌다고 해야 할까.

 

제임스 블레이크만의 멜랑콜리한 보이스와 모지스 섬니의 저 세상(?!) 쥐어짜는 소울의 하모니가 기가 막힌다.


Can't return the sacred time you steal
A fact betrays the way you feel
And the sight delays the right to heal
You decide to stay long

이미 흘러간 소중한 시간

가슴을 배신하는 진실

늦어지는 치유, 왜곡된 시야

그렇게 넌 가만히 있지

* 가사의 운율을 고려하여 의역했습니다.


 

 

이 부분에서 정말 제대로 소름 돋아버렸다. 사실 제임스 블레이크 목소린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모지스 섬니의 보이스였던 것이다. 와 이 가수 도대체 뭐지 하면서 다른 곡도 들어봤는데,

세상에 마상에 어째서 난 이제서야 이 사람을 알게 된 것인가 땅을 치며 지난 세월을 한탄했다.

즉, 이 노래를 듣기 전 모지스 섬니를 그냥 R&B 가수, 그 이상으론 알지는 못했지만,

이 노래를 듣고 잠에 들지 못했다. 이것 저것 듣느라.

 

가사의 뜻을 알고나서 단순히 쥐어짜는 애절함이 아니라는 것을 느꼈다.

일종의 사악함, 간악함, 조롱 등이 섞인 악마의 목소리였던 것이다.

또 다른 해석 방향이 있다면, 제 2의 자아의 두려움, 절규가 섞였다고 볼 수도 있을 것이다.

자신을 조롱하면서도, 그런 자신의 모습이 두려운 것,

언제 떠나갈 지 모르는 악마, 즉 또 다른 자아를 두려워하는 것.

이렇게 가사의 뜻을 알고 나니 더욱이 모지스 섬니의 목소리가 달리 들렸다

 

 

뭐, 시간이 없으니 여기서 글을 마치도록 해야지.

 

<Assume Form> 2019

1. Assume Form

2. Mile High (Feat. Metro Boomin, Travis Scott)

3. Tell Them (Feat. Metro Boomin, Moses Sumney)

4. Into The Red

5. Barefoot In The Park (Feat. Rosalía)

6. Can't Believe The Way We Flow

7. Are You In Love?

8. Where's The Catch (Feat. André 3000)

9. I'll Come to

10. Power On

11. Don't Miss It

12. Lullaby For My Insomniac

 

 

Letting you go
Free your mind
Let out hope
Be unwind

 

I know what 
This healing, 
I'm bleeding oceans
I can't leave this so 
This feeling's over
I'm bleeding oceans
I'm bleeding oceans
I'm bleeding oceans
Oceans
I'm bleeding oceans

 

Let it

Into your mind
Lay your worlds
Into the fire
And I lay you down again
And I lay you down again
And I lay you down again
And I lay you down again

I

 


아이슬란드라는 나라를 동경했던 때가 있다.

몽환적인 자연 풍광, 고대 바이킹어의 많은 부분을 간직하고 있는 언어,

Björk, Sigur rós와 같은 걸쭉한 아티스트를 낸 나라,

거기서 살아보는 상상도 많이 해봤고,

언젠가 나도 아이슬란드 감성을 담은 노래를 만들어 봐야겠다고 다짐하기도 했다.

 

지금은? 글쎄, 아이슬란드라는 나라가 매력이 있는 나라라는 건 변함이 없다.

하지만 전공이 전공인 만큼, 아이슬란드라는 나라는 나와 거리가 멀어지기 시작했다.

세계를 보는 안목이 CIS로 한정되어 있는 느낌까지 최근에 받았을 정도이니 말 다했다고 본다.

 

앞서 말했듯이 아이슬란드는 여전히 내 매력을 끌기에 충분한 나라다.

여전히 Björk나 Sigur rós가 내뿜는 감성을 좋아하고,

아이슬란드의 신비한 화산지형을 보고 싶은 마음도 여전히 크다.

- 물론 물가가 어마어마하게 비싸서 엄두도 못 내겠지만.

 

어찌 되었든, Douglas Dare을 알았던 시기와 비슷한 때 Olafur Arnalds를 알게 되었다.

- 사실 이 아티스트를 통해 Douglas Dare를 알게 되었긴 하다.

무슨 곡으로 알게 되었는지는 모르겠다. 좀 된 일이라..

느낌이 너무 괜찮아서 여러 곡 찾아 듣기도 했다.

 

클래식한 느낌과 함께 현대적인 감각도 살아있는 색채가 인상적이었다.

골방 속에서 울리는 듯한 업라이트 피아노 소리, 리버스된 피아노 소리,

거기에 살을 붙여주는 현악기 소리, 이따금씩 나오는 일렉트릭한 노이즈,

고조되면서 추가되는 전자적 퍼커션,

어찌 보면 시우르 로스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는 것을 알 수 있지만,

날 것의 신비로움보다는, 고립된 자연 속에서의 적적함을 적절하게 잘 가공해 내는 것에 초점을 둔 듯하다.

 

남들에게 Sigur ros를 선뜻 추천해주지 못하는데, 진입장벽이 좀 있어 곡 스타일이 호불호가 굉장히 나뉠 것이라는 느낌 때문이다.

하지만 Olafur Arnalds는 좀 더 부담스럽지 않게 아이슬란드의 감성을 녹아내었다고 볼 수 있기에, 선뜻 추천해주곤 한다.

Oceans만 봐도, 시우르 로스의 곡에서 들릴 법한 리버스 피아노, 현악, 자연의 소리를 나타낸 패드와 같은 음악적 소스를 사용하지만,

다운템포의 하우스 기반의 업비트로 좀 더 대중친화적인 느낌을 주면서 신비로움을 완화시켜준 것을 볼 수 있다.

 

지금도 이따금씩 듣는다. 노래가 뭐고 앨범이 뭐고를 떠나서 그냥 듣는다.

아무 앨범을 하나를 콕 집거나 랜덤 재생을 통해 적적한 집의 BGM으로 깔기도 하고,

잠잠히 생각에 잠기고 싶을 때도 이런 계열의 음악을 많이 듣기도 한다.

 

아마, 주로 듣지는 못하지만, 가끔씩 생각이 들어 찾아 듣게 되는

Björk나 Sigur ros, Mogwai와 같은 매력이 있다고 해야 할까.

마음이 적적해지는 순간 철새처럼 날아가는 곳,

생각의 시간이 필요해질 때 철새처럼 날아가는 곳,

Olafur Arnalds의 곡은 그런 아티스트인 것이다.

 

PS. 콜라보한 작품이다 보니 조금 더 대중적인 방향으로 가지 않았나 싶다. 대중적인 게 나쁘다는 건 절대 네버 아니다.

 

<Oceans - Single> 2020

1. Oceans

Where do you take me, mama?
Where do you go tonight?
Why are we crouching, mama?
Are we hiding inside?

Why are we running up Danny Hill?
Why are we running up there?
Where we'd watch the red owl rose
But can't see them at night

Baby, we're not running, we're not running away
Baby, we are catching, we are catching the day
Baby, we're not running, we're not running away
Baby, we are catching, we are catching the day


비 CIS권 음악은 처음 포스팅해 보네. 뭔가 어색한 느낌이 있긴 하다.

행여 이전에 블로그를 유심히 본 사람... 이 있을 진 모르겠지만

만약에 있다면 "아니 이 사람은 러시아 노래만 듣나?"하는 생각을 가질 지도 모르겠다.

사실 CIS권 국가 노래를 포스팅하는 이유는 따로 있다. - 전공 살리려고...(?)

흔히 러시아 노래 하면 '카츄샤', '칼린카' 이런 것만 떠올리는 사람들이 많아서,

조금 더 한국인의 음악적 지평을 넓히기 위해서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래봤자 관심있는 사람만 보겠지만... 

 

그런데 조금 한계는 있다. 아직 러시아어를 원어민급으로 구사를 하는 것도 아니고 하니

러시아, 우크라이나 가요 시장에 관한 정보를 얻는데 한계도 있다는 것은 둘째 치고,

좋은 노래를 찾기가 정말 어렵다. 가뭄에 콩나듯이 '어! 이거 괜찮은데!'하는 노래가 나올 뿐,

멜로디 라인이 너무 비슷하고, 음악 스타일도 너무 비슷해서 그 노래가 그 노래같은 느낌이 많이 든다.

 

그래서 이 카테고리를 만들었다. 

나도 사람인 만큼 내 음악적 취향이라는 것이 존재하고,

(설령 그것을 설명하는 건 힘들다 한들...)

내가 정말 좋아하는 노래가 어떤 건지 보여주고 싶기도 하기 때문이다.

맨날 구 소련 권 노래만 듣는데도 솔직히 한계가 있으니까...

 

내가 좋아하는 곡을 포스팅한다고는 하지만,

사실 나는 음악을 음악 그 자체로만 보는 경향이 강해서

특정 아티스트나 특정 곡에 대한 정보는 많이 미흡할 거라 생각이 든다.

그냥 이런 이런 부분이 좋고, 가사가 이런 이런 부분이 마음에 들고...

러시아 음악 포스팅할 때와 크게 다르지 않을 거라 생각이 든다.

 

본론으로 넘어가자면, Douglas Dare의 Red Arrows...

더글라스 데어를 안 지는 얼마 되지 않았다.

한창 여행경비 모으려고 알바 2탕 뛸 때 알게된 가수였다. 약 2년 반 전 쯤 되겠네.

 

제일 먼저 들은 노래는 Swim이었다. 듣자 마자 느낀건 황홀함이었다.

곡의 구성, 발전의 양상, 보컬 보이스, 미니멀리즘, 가사까지...

정말 하나도 빼놓지 않고 마음에 들지 않는 구석이 없는 곡이었다.

뭔가 많은 걸 보여주려고 쓸데없이 리버브나 딜레이를 많이 걸어 놓거나,

쓸데없이 베이스를 너무 키우거나, 악기를 너무 많이 넣거나 한 것도 없이,

곡 전체의 밸런스가 너무 좋았다. 곡을 발전하는 데 있어서도 지나침이 없었다.

 

멜랑꼴리한 보컬 보이스, 뿌연 안개에 감춰진 섬처럼,

한(恨)이라고는 할 수 없는 아쉬움에 사무친 응어리 진 목소리, 

염세적인 보이스가 곡에 잘 어우러지는 느낌이 들었다.

더글라스 데어가 게이인 걸로 아는데, Swim이라는 곡 뿐만 아니라 다른 곡 가사를 봐도,

그러한 자신의 성 정체성이 전체적인 예술적 지향점에 큰 영향을 준 듯한 생각이 든다.

 

꼭두새벽에 더글라스 데어의 노래를 들으며,

이런 곡 한 번 써보고 싶다 끝임없이 생각하게 되었고,

말 없이 상상속에 빠지기도 하고, 생각 속에 잠기기도 했다.

 

그러다 한동안 좀 잊고 지냈다. 

복학해야 돼서 편의점 알바를 그만 두고, 

학과 공부에, 러시아어 공부에, 서점 알바에...

여행 계획도 짜고, 앞으로의 인생 계획도 짜보고,

더글라스 데어 뿐만 아니라 음악과 굉장히 멀어진 2년을 보내곤 했다.

카자흐스탄 가서는 러시아 음악을 주로 들었고,

어학연수 끝나고 복학을 해보니 할 일이 더 산더미...

통역봉사, 학과공부, 취업 정보 탐색, 거기다 자격증 공부까지.

 

그러다 최근, 음악을 랜덤재생하다가 올라퍼 아르날즈의 음악이 흘러나왔다.

자그마한 오두막집, 벽난로의 장작이 타들어가는 것을 응시하듯

포근한 음색에 잠기다가 더글라스 데어가 생각이 났다.

검색을 해보니, 그사이 앨범을 하나 냈었네?

그리하여 처음 들은 곡이 이 노래였다.

 

'역시 날 실망시키지 않는군. 심지어 동심까지 자극해버리네?'

 

돌림노래로 진행되는 목가적인 멜로디, 제목이 제목인지라 비행기 이륙하는 소리,

부족하지 않게 컴핑해주는 업라이트 피아노 사운드, 뒤로 가면서 단조로 전조되면서 곱절이 된 아련한 감성.

흐린 날씨에 창밖을 가만히 응시하면서 듣기 좋은 노래라 생각이 든다.

 

Baby, we're not running, we're not running away
Baby, we are catching, we are catching the day

 

이 가사를 읽고서야 가슴을 크게 한 대 세게 얻어맞은 느낌을 받았다.

영어 듣기 실력이 영 형편 없어서 노래를 먼저 들으면서 노래를 느낀 다음

노래가 전반적으로 괜찮으면 그제서야 가사를 보는 편인데, (러시아 노래도 마찬가지.)

어린 시절로 회상을 하다가 마지막 이 두줄을 읽고 나서 그대로 멍때렸다.

 

정확한 의미를 알 수는 없지만, 정확한 의미를 알 수 없다면 알 수 없는 대로의 해석이 나온다.

미래의 그 날인지, 과거의 그 날인지.

미래의 그 날이 되었다가, 과거의 그 날이 되었다가,

가끔씩은 현재의 그 날이 되기도 한다.

 

천차만별한 답이 오고 가다가 그대로 잠들어버렸다.

 

지금 이 포스팅을 쓰는 시점에서, 명징하게 답을 내려보고 잠을 청해봐야 겠다.

 

""에어쇼를 통해 하늘에 수놓아진 아름다운 그림을 잡으러 간다. 에어쇼는 언젠가 했었고, 언젠가 또 하겠지.

아름다운 순간은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존재하겠지. 언제가 되었든 엄마 손 잡고 아름다운 무언가를 잡고싶다."

 

<Milkteeth> 2020

1. I'm free

2. Red arrows 

3. Heavenly bodies

4. The piano room

5. Silly games

6. The joy in sarah's eyes

7. The stairwell

8. Wherever you are

9. The window

10. The playground

11. R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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