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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래가 이 블로그에선 재생이 안되니 링크 타고 유튜브에서 감상하시길 바랍니다. *

Под небом голубым есть город золотой,
С прозрачными воротами и яркою звездой.
А в городе том сад, все травы да цветы;
Гуляют там животные невиданной красы.

푸른 하늘 아래 금빛 도시가 있네

투명한 관문과 밝게 빛나는 별

도시 속 정원에는 풀과 꽃이 잔뜩 피었네

미지의 아름다움을 지닌 동물들이 돌아다니네

 

Одно - как желтый огнегривый лев,
Другое - вол, исполненный очей;
С ними золотой орел небесный,
Чей так светел взор незабываемый.

하나는 불 같은 금빛 갈퀴의 사자

하나는 눈이 초롱한 금빛 소

그 위에는 황금빛 하늘 독수리

빛나는 눈빛을 잊을 수 없네

 

А в небе голубом горит одна звезда;
Она твоя, о ангел мой, она твоя всегда.
Кто любит, тот любим, кто светел, тот и свят;
Пускай ведет звезда тебя дорогой в дивный сад.

푸른 하늘에 별 하나가 빛나네,

이건 그대의 것, 나의 천사여, 항상 그대 곁에.

사랑하는 자를 사랑하고, 빛나는 자를 성스러이 여기어,

별이 사랑스런 그대를 아리따운 정원으로 데려가길

 

Тебя там встретит огнегривый лев,
И синий вол, исполненный очей;
С ними золотой орел небесный,
Чей так светел взор незабываемый.

불 같은 금빛 갈퀴의 사자를 그대와

눈이 초롱한 파란 소를 그대와

그 위에는 황금빛 하늘 독수리

빛나는 눈빛을 잊을 수 없겠지


나는 과연 푸른 하늘에 아름답게 반짝이는 별을 누군가에게서 받을 자격이 있는 사람일까.

금빛 도시로 나를 인도해줄 그런 별을 만날 수 있을까.

희망적인 가사, 아름다운 노랫말을 음미하면서도 어디 한 구석이 찜찜해지곤 한다.

시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항상 나의 현실과 비교하는 나 자신이 이상한 걸까,

있지도 않는, 있을 수도 없는 유토피아를 꿈꾸는 행동이 이상한 걸까.

 

- 이런 고민을 하는 내가 가장 변종이다.

 

내게도 사랑하는 이가 하나 있다. 정말 먼 곳에 있고, 실제로 만난 일수는 얼마 되지 못한다.

여러모로 나와 맞지 않는 여인이다. 취향도, 가치관도 완전히 엇갈렸다고 볼 수 있다.

만약 그녀가 이 노래를 듣는다면(아마 들었을 것이다.) 별을 내게 주겠노라 하겠지만,

나는 오히려 내가 먼저 가진 뒤 금빛 도시에서 사랑하는 여인을 기다릴 것이다.

 

나보고 이기적이라며 질타할 사람도 물론 있을 것이다.

충분히 이해는 간다 그런 사람들도.

그냥 가치관의 차이니까.

 

나로 인해 그 곳에 갈 사람보다는, 나를 위해 그곳에 갈 사람을 원할 뿐이다.

물론 나도 사랑하는 사람으로 인해 그 곳에 가고 싶지는 않고,

내 힘으로, 내 노력과 끈기로 연인을 위해 그곳으로 갈 준비는 얼마든지 되어 있다.

 

다만,

내가 그대보다 더 일찍 세상을 떠나게 된다면

하늘나라에서 이 노래를 그대에게 부르리라.

 

<Десять Стрел> 1986

1. Каменный уголь

2. Хозяин 

3. Трамвай 

4. Стучаться в двери травы 

5. Она может двигать

6. Десять стрел

7. Платан

8. Шары из хрусталя

9. Небо становится ближе

10. Яблочные дни

11. Город

 

Ровный бег моей судьбы
Ночь, печаль и блеск души
Лунный свет и майский дождь
В небесах

흔들림 없이 나아가는 내 운명

영혼의 밤, 슬픔과 반짝임

달빛은 봄비에 번지우는

하늘나라

 

Долгий век моей звезды
Сонный блеск земной росы
Громкий смех и райский мед
В небесах

오랜 시간 반짝이는 나의 별

땅에 맺힌 이슬에 반짝이는 햇빛

웃음소리 시끄럽고 꿀은 천국과도 같은

하늘나라

 

На заре голоса зовут меня
На заре голоса зовут меня

노을 속 목소리가 나를 불러

노을 속 목소리가 나를 불러

 

Солнца свет и сердца звук
Робкий взгляд и сила рук
Звёздный час моей мечты
В небесах

햇빛 그리고 박동하는 심장

수줍은 시선 그리고 단단한 주먹

별빛의 시간 소망을 비추는

하늘나라

 

На заре голоса зовут меня
На заре голоса зовут меня
На заре голоса зовут меня
На заре небеса зовут меня
На заре

노을 속 목소리가 나를 불러

노을 속 목소리가 나를 불러

노을 속 목소리가 나를 불러

노을 속 목소리가 나를 불러

노을 속

 


전형적인 소련적 뉴웨이브라고 해야 할까.

더 정확히 말하자면 '에스트라다 감성'이라고나 할까.

더 나은 미래를 향한 염원이 노골적이게 드러나는 곡이라고 할 수 있겠다.

낙관적인 미래상, 낙관적인 미래로 나아가고자 하는 아우성.

인생의 발걸음을 앞으로 내딛으며 평탄한 길만 걸을 순 없는 노릇이지만,

아무리 그래도 별빛조차 보이지 않고, 노을의 목소리가 내게 닿지 않은 것은 조금 이상하다고나 할까.

 

- 노을 속 목소리가 들리지 않은 것은 내 귀가 병신인 탓인 걸까 아니면 이미 노을이 지나 낮이 밝아온 탓인 걸까.

 

심장박동소리와 같은 8비트의 베이스와 고음을 내지르는 후렴구는

마치 해가 뜨면서 붉게 물든 하늘이 "오늘 하루도 힘차게 살아보자"며

하루 일과를 준비하는 이들에게 힘을 실어주는 듯 했다.

만일 밤낮의 위치가 바뀌게 되면, 하루 일과를 시작하면서 듣기 좋은 노래인 것 같다.

 

 

<Альянс 87> 1987

 

 

1. Фальстарт

2. День Освобождения

3. Падение - взлёт

4. Порабощённые трудом

5. Вальс

6. Дайте огня!

7. На заре

8. Воспоминания (live)

9. Город (live)

 

 

 

 

Купила я ботиночки по камушкам ходить,
Нашла себе тропиночку, решила дальше жить,
Пустила змея белого в небесные врата,
И что же я наделала, святая простота?

자갈 길을 걸으려고 장화를 샀어

내 갈 길을 찾았어, 계속 살기로 다짐했지

새하얀 뱀을 내보내 하늘 문으로

무엇을 해댔던 걸까, 고결한 어수룩함


Качается послушная под ветром, под дождинкой
Душа моя воздушная, тяжёлые ботинки.

바람에 흔들리는 보슬비에 흔들리는

공기같은 내 순진한 영혼, 무거운 장화

Дошла до лодки ломаной, что помнит обо мне,
Под нею заколдованы все камушки на дне,
И море всё просило к себе одну меня,
И где меня носило последние три дня?

나를 기억하는 부서진 나룻배에 다달아

그 아래 물 깊숙한 곳 마법에 빠진 돌

바닷속 모든 것들은 내게 물었지

어디서 마지막 3일 동안 떠밀려 있었는지

Качается послушная под ветром, под дождинкой
Душа моя воздушная, тяжелые ботинки.

바람에 흔들리는 보슬비에 흔들리는

공기같은 내 순진한 영혼, 무거운 장화


Нашла себе тропиночку, решила дальше жить,
Иль снять свои ботиночки, иль змея отпустить,
То ласточка, то веточка, то ветер, то река,
То женщина, то девочка со змеем в облаках.

내 갈 길을 찾아냈지, 다짐했어 계속 살던가

장화를 벗던가, 구름 속으로 뱀을 보내주기로

제비와 함께, 나뭇가지와 함께, 바람과 함께,

강과 함께, 여자와 함께, 소녀와 함께

 

Качается послушная под ветром, под дождинкой
Душа моя воздушная, тяжелые ботинки.

바람에 흔들리는 보슬비에 흔들리는

공기같은 내 순진한 영혼, 무거운 장화


계속 남을 죽이며 살아갈지

평생 고통 속에서 살아갈지

아님 내가 죽을지 생각하는

 

90년대 끝자락

바르드의 끝자락

언저리에 놓인 절망적인 시.

 

<Старые Песни> 1999 

1. Доброе утро!

2. Король

3. Сиу

4. Холм

5. Ковёр

6. Айболит

7. See the snow come down

8. Поддавки

9. Не бойтесь

10. Чёрный дворик

11. Старый год

12. Антракт

13. И вот мне пятнадцать

14. Осень

15. Восемь мальчиков

16.Ёжик

17. Балерина

18. Клава

19. Белая песня

20. Два Андрея

21. Ворона

22. Ботиночки

23. Идиот

24. Скверик

25. Кузнечик

26. Тюк-тюк

27. Серебряный Фольксваген

28. Моряки

29. Прутики

 

Слышу голос из прекрасного далёка,
Голос утренний в серебряной росе,
Слышу голос, и манящая дорога
Кружит голову, как в детстве карусель.

아름다운 미래에서 들려와요

은빛 아침이슬의 목소리

신비로운 길에서 머리가 핑 돌아요

어릴 적 회전목마처럼

 

Прекрасное далёко, не будь ко мне жестоко,
Не будь ко мне жестоко, жестоко не будь.
От чистого истока в прекрасное далёко,
В прекрасное далёко я начинаю путь.

아름다운 미래여, 공포를 주지 마요

부디 제게 무섭게 다가오지 마요 

순수한 출발점에서 아름다운 미래로

아름다운 미래로 발걸음 내딛어요.

 

Слышу голос из прекрасного далёка,
Он зовёт меня в чудесные края,
Слышу голос, голос спрашивает строго -
А сегодня что для завтра сделал я.

아름다운 미래에서 들려와요

멋있는 세계로 오라는 목소리

진중한 목소리로 물어보는군요

내일을 위해 오늘 무엇을 했는지

 

Прекрасное далёко, не будь ко мне жестоко,
Не будь ко мне жестоко, жестоко не будь.
От чистого истока в прекрасное далёко,
В прекрасное далёко я начинаю путь.

아름다운 미래여, 공포를 주지 마요

부디 제게 무섭게 다가오지 마요 

순수한 출발점에서 아름다운 미래로

아름다운 미래로 발걸음 내딛어요.

 

Я клянусь, что стану чище и добрее,
И в беде не брошу друга никогда.
Слышу голос, и спешу на зов скорее
По дороге, на которой нет следа.

더욱더 순수하고 착해질 거예요

절대 친구를 슬픔에 안 빠뜨릴 거예요

목소리 따라 걸음을 서둘러요

흔적을 남기지 않는 길 따라

 

Прекрасное далёко, не будь ко мне жестоко,
Не будь ко мне жестоко, жестоко не будь.
От чистого истока в прекрасное далёко,
В прекрасное далёко я начинаю путь.

아름다운 미래여, 공포를 주지 마요

부디 제게 무섭게 다가오지 마요 

순수한 출발점에서 아름다운 미래로

아름다운 미래로 발걸음 내딛어요.


어쩌다가 소련판 어린이 드라마를 보게 되었다.

어린 아이들이 쓰는 러시아어는 좀 더 알아듣기 쉽겠지...

생각하다가 주걱으로 뒤통수를 얻어맞은 듯 했다.

여전히 러시아어는 내게 친숙하지가 않았던 것이다.

 

순전히 교육목적으로 봤다곤 하지만

엄청난 퀄리티와 작품성에 깜짝 놀랬다.

물론 기술적으로는 요즘 시대에 나오는 드라마에 비하면 많이 부족하지만

1984년 작품이 아니던가, 충분히 감안을 하고 보았다.

 

초등학교에 다닐 때 매직키드 마수리가 그렇게 핫했었다.

문방구에 가면 마수리 목걸이를 팔았었고,

같은 반 아이들은 목걸이에 달린 펜던트를

검지와 엄지로 움켜쥐면서 마법아닌 마법을 부리곤 했었다.

마수리처럼 브릿지 염색하고 싶어서 엄마한테 조르다가 면박을 받기도 했고

빗자루가 있으면 양 다리에 빗자루를 끼운 채 날아가는 시늉을 하곤 했다.

(해리포터의 영향도 있었을 것이다.)

 

조금씩 크게 되면서 어린이 드라마보단 만화를 더 보곤 했지만

뭐 아무튼 기억속에 굵직하게 남은 유일한 어린이 드라마임에는 틀림이 없었다.

너무 오래전이라 무슨 내용으로 계속 이어갔는지 기억은 잘 안나지만,

마수리랑 친구맺는 상상을 자주 했던 걸로 보아 꽤나 마음에 들었던 모양인 듯 했다. 

 

나와 같은 세대에겐 마수리가 있다면

소련 80년대 세대에겐 바로 이 드라마가 있다.

댓글을 보면 옛날을 추억하는 중년분들의 댓글이 가득하다.

내가 한때 알리사를 짝사랑했냐는 둥, 엽서를 보냈냐는 둥,

미엘로폰이 스마트폰이 되었냐느니...

 

나도 이런 향수를 느낄 수 있을까 하고

유튜브에서 매직키드 마수리를 검색해서 봐봤다.

혼자 민망해 몸서리치고 그랬지만... 뭐 그랬다. 그랬는데...

<미래에서 온 손님>에서 풍겨나오는 따뜻함이 없었다고 해야할까.

낮은 화질과 펜던트 목걸이는 향수를 일으키기 충분했지만,

어색한 배우들의 연기와 유치하기 짝이 없는 내용,

잔잔한 여운이 없는 내용에서 내 몸이 반응했다.

 

'아직까진 준비가 안됐어!'

 

이렇게 글로 표현은 했는데,

과연 그런 의미로 몸서리치는 건지는 모르겠다.

내 몸짓을 내가 해석해내지 못한다니...

마수리를 나보다 더 재밌게 봤고,

내가 느낀 것과는 달리, 어린시절 향수를 느끼며 본 사람들은

사대주의니, 빨갱이니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내 몸이 이렇게 반응하는 걸 어찌하라는 건가. 

 

왜 <미래에서 온 손님>을 보면서 몸서리 치진 않았을까?

나한테 있지도 않는 소련시절 향수를 흠씬 느끼게 된 건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배우들의 연기력? 알리사의 외모? 

 

나한테 있어본 적이 없는 세계,

너무나도 머나먼 세계의 이야기라서 그런게 아닐까?

과거의 향수가 아닌, 미지의 세계를 향한 호기심이 아닐까?

타임머신에 올라타 100년 뒤 세계로 온 콜랴처럼

1984년의 소련시절,

나와 내 주변사람들에게 있어본 적도 없고 있지도 않을 모습들이 그저 신기해서?

 

지금까지 단 한번도 미국에 대한 동경을 내비친 적이 없었다.

매체에서 흔하디 흔하게 보여주는 미국 모습,

흔하게 보는 미국 뚱뚱보 아저씨들, 맥도날드, KFC

주위 사람들이 흔히 가고 싶어들 하는 미국, 자유의 나라

정치인들이 기계처럼 내뱉는 클리셰와도 같았다.

(물론 음악은 미국꺼 꽤나 들었다.)

 

호기심을 자극시킬 만한 것도 없었고, 새로운 것이랄 것도 없었다,

한국은 늘 미국의 영향을 받아왔으니까.

미국인처럼 옷 입고, 미국인처럼 집짓고, 미국인처럼 노래하고,

미제라고 하면 환장하고, 미제를 무조건 추종해야할 것이라 여기고,

그런 환경 속에서 자라다보니, 경상도에서 창원사람 보듯 별 다른 흥미는 없었다.

 

그래서 특히 중학교 다닐 땐 영어 말고 다른 언어를 이것저것 배웠던 기억이 난다.

불어, 스페인어, 일본어, 체코어, 러시아어, 독일어 등등.

그 때 영향으로 읽을 줄 아는 언어는 꽤 된다.

- 그 영향으로 지금 러시아어를 전공하고 있는 걸수도...

소심한 반항으로 영어시간에

영어단어를 불어처럼 읽다가 선생님한테 혼난 적도 꽤 있었고,

책상 위에 외국어 책을 막 쌓아올린 것을 본 선생님들은

너는 진짜 특이한 놈이다 하고,

남해안 바다에 불쑥 나타난 비버 보듯 쳐다보곤 했다.

 

펜팔도 해보고, 세계지리와 언어에 관한 책은 닥치는 대로 읽었던 것 같다.

그러면서 주변국가와 미국만 겨우 알고 있는 친구들을 보며

괜히 속으로 우쭐대기도 했던 것 같다.

 

즉, 나는 빨갱이가 아니라 단지 호기심이 많은 것 뿐이다.

나와는 먼세상의 이야기인듯한 소련, 소련 사람들,

내가 어쩌다 러시아어에 관심을 가져서 소련시절 '모습'에 향수를 느끼게 된건지.

정말 미스테리하긴 하지만, 괜히 소련시절 영화나 소련시절의 무언가를 보면

왠지 모르게 벅차올랐다.

 

그 사람들의 맑스주의, 반자본주의에 벅차올랐다는 게 아니다.

당시 사람들의 행동, 당시 사람들이 먹는 것, 당시 사람들이 입는 것,

당시 사람들의 노래, 당시 사람들의 포스터, 당시 사람들의 사고방식

낯섦에서 오는 멋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그 낯섦에서 오는 멋때문에 오그라든다며 몸서리치지 않았던 걸까?

어쩌면 그럴 지도 모르겠다. 물론 아역의 연기력도 괜찮았고,

내용도 26살의 대학생이 보기에도 정말 괜찮았다.

유치함이 없다고 말할 순 없지만, 그 유치함은

알아듣지 못하는 내 귀 두짝과 '낯섦에서 오는 멋'으로

충분히 가리어지는 듯 했다.

 

그럼 반대로,

마수리를 보며 몸서리치며 왠지 내가 민망해지는 것은

내가 겪어왔던 시대의 모습, 내 가족이 겪어왔던 시대의 모습이기에,

익숙했기 때문일까? - 어쩌면 그럴 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이런 생각이 들기도 한다.

미래에서 온 손님(Гостья из будущего) DVD 표지

<미래에서 온 손님>과

<매직키드 마수리>의 가장 큰 차이는

OST라고 볼 수도 있을 것 같다.

아동물 특유의 직관적인 표현, 유치'짬뽕'한 표현이

공감대를 '어린이'로 한정짓는 것이 아닐까.

<Прекрасное Далеко(아름다운 미래)>는 성인이 보기에도

가사도 멜로디도 너무 아름답다.

서정적이고 순수하면서도, 메세지가 있는 노래, 그야말로 아름다운 노래였다.

 

가사 번역하면서도

왜 내 유년시절을 장식했던 콘텐츠는

이토록 아름다운 문구를 지니지 못했는가 생각이 들기도 한다.

 

'낯섦에서 오는 멋'

단지 낯설기에 오는 것만은 아닌 것 같다.

 

ps. 아름다운 가삿말과 멜로디가 굉장히 잘 어우러진 곡이라 생각이 든다. 아련함을 자아내는 멜로디.

 

 

 


Улица, лица, длится, не спится
Засыпаю, не могу остановиться
Зажигаю, наблюдаю за собой там со стороны
Раны, не зажили
Долго кружили
Вдох, снова тени ожили
Были, любили, забыли, оставили там

길게 뻗은 길, 잠이 오지 않아

잠에 들어, 멈출 수가 없지

불 태워, 불에 탄 곳에서 뒤를 돌아 봐

저기, 타오르지 않지

오랫동안 길을 헤매

한숨을 쉬어, 또 다시 어둠이 드리워

그 곳에서 사랑했고, 잊었고, 멈췄지.

 


Я не вернусь, и снова не будет весны
Я поднимусь, я уже не боюсь высоты
Я не хочу, чтобы ты
Я не хочу, чтобы я
Часами, словами-весами грузили себя

돌아오지 않을거야, 봄은 또 오지 않고

올라갈거야, 높이가 두렵지 않아

난 네게 바라건대

난 내게 바라건대

시간과 말의 무게로 자신을 힘들게 하지 않길...

 


Ночь наступает на пятки
Звуки играют в прядки
Сладки взятки, прячутся, их не достать
До них не добраться
Можно смеяться, не приземляться
Трудно понять, легко догадаться
Нет, не отнять того
Чтобы было, опять догонять
Время не ждать
Можно сгореть, не успеть, не допеть
Не догнать, не узнать, потеряться
Можно смеяться, не приземляться
Трудно понять, легко догадаться

발 뒤꿈치에 밤이 찾아오고

어딘가에 숨겨진 소리가 울려

달콤한 뇌물, 숨겨져 있어, 찾을 수 없게

도달하지 못하도록

웃어도 돼, 착지하지 않아도 돼

이해는 어렵지만, 예측은 쉬워

그렇다고 빼앗진 마

다시 뒤쫓으려면

시간은 기다려주지 않아

열을 쬐어도 돼, 성공하지도 끝까지 노래 하지도

뒤쫓지도, 알아내지 않아도 다 잃어도 괜찮아.

웃어도 돼, 착지하지 않아도 돼

이해는 어렵지만, 예측은 쉬워

 


Я не вернусь, и снова не будет весны
Я поднимусь, я уже не боюсь высоты
Я не хочу, чтобы ты
Я не хочу, чтобы я
Часами, словами-весами грузили себя

돌아오지 않을거야, 봄은 또 오지 않고

올라갈거야, 높이가 두렵지 않아

난 네게 바라건대

난 내게 바라건대

시간과 말의 무게로 자신을 힘들게 하지 않길...



На ответы у меня есть вопросы
Папиросы, расспросы
Спроси меня: "Где ты?"
Нигде, я иду в никуда, да
Горят провода, это правда
Сухая вода – бесконечная нота
Спроси меня: "Кто ты?"
Никто, но я здесь навсегда

내려진 답에 질문을 하지

담배를 물고 캐묻곤 해

내게 물어봐 "어디야?"

그 어디에도 없고 어디로도 가지 않아 

전선에 전기가 흘러, 진짜야

메마른 물은 끝없는 음표

내게 물어봐 "누구야?"

그 누구도 아니지만 영원히 여기 있어

 


Я же вернусь, и снова наступит весна
Когда я проснусь, я знаю, тебе не до сна
Я так хочу, чтобы ты
Я так хочу, чтобы я
Дышали одной тишиной и не видели дня
Я так хочу, чтобы ты
Я так хочу, чтобы я
Дышали одной тишиной и не видели дня
Я так хочу, чтобы ты
Я так хочу, чтобы я
Дышали одной тишиной и не видели дня
Я же вернусь, и снова наступит весна
Я же вернусь, и снова наступит весна
Я же вернусь, и снова наступит весна

돌아가지 않을거야, 다시 봄이 올거야

잠에서 깨면, 알게 돼, 넌 아직 자고 있다는 걸

난 네게 바라건대

난 내게 바라건대

조용히 숨을 쉰 채 하루를 보지 않기를...

난 네게 바라건대

난 내게 바라건대

조용히 숨을 쉰 채 하루를 보지 않기를...

난 네게 바라건대

난 내게 바라건대

조용히 숨을 쉰 채 하루를 보지 않기를...

돌아가지 않을거야, 다시 봄이 올거야

돌아가지 않을거야, 다시 봄이 올거야

돌아가지 않을거야, 다시 봄이 올거야

 


가사를 번역하면서 내가 제대로 번역하고 있는지 헷갈릴만큼

운율을 맞추기 위해 단어를 마음대로 껴넣은 부분이 꽤 있었다.

- 아니면 아직 이 가사를 완벽히 번역하기에 러시아어 실력과 한국어 실력이 많이 부족한 것일까?

 

아무튼, 무슨 노래라도 하나 포스팅 해야겠다는 의무감으로 유튜브를 한참 뒤졌다.

이전에 우크라이나 곡을 포스팅 했으니

이번엔 러시아나 카자흐스탄 등 다른 나라의 곡을 포스팅해볼까 생각했을 때

연관 동영상에 5'nizza의 곡이 있었다.

뭔가 익숙한 듯 낯선 이름이 아련하게 내 이목을 끌었고, 내 손이 가는 대로 재생을 해봤다.

어 뭔가 많이 들어봤는데?

레게톤의 보컬, 미니멀한 악기구성, 에이 설마 하면서 폰 메모장을 뒤져봤더니 

아니나 다를까 5'nizza가 버젓이 적혀있었던 것이다. 

 

지난 겨울, 내 생에 처음으로 히치하이킹이라는 것을 해보았다.

키이브에서 오데사까지, 장장 약 500km를 이동하기 위해 총 3번의 자동차를 거쳤다.

키이브-빌라 체르크바, 빌라 체르크바-우만, 우만-오데사...

5'nizza를 알게된 건 우만에서 오데사로 갔을 때였다.

 

우만IC에서 추위속에 오들오들 떨면서 ОДЕСА라고 적힌 피켓을 15분 정도 흔들었던 것 같다.

그 때 봉고차가 하나 탁 서더니, 앳된 얼굴을 지닌 소년이 창문을 열고 '오데사?'하고 묻는 것이다.

"딱! 딱!"하며 목 빠지도록 위아래로 고개를 흔들었다. 그러더니 내게 손짓을 하는 것이다.

뒷칸에 탔더니 다양한 나잇대(였던 걸로 기억한다)의 남자들이 타고 있었다.

뭔가 불안하긴 했지만, 해가 뉘엿뉘엿 질 참이라 불안해서 일단 타고 봤다.

 

알고보니 오데사로 일하러 가는 인부들이었던 것이다. 내게 손짓한 앳된 남자가 내게

러시아어 할 줄 아냐고 물어보더니,

할 줄 안다고 하니까 수르직(러시아어+우크라이나어 짬뽕)으로 내게 몇마디 말을 걸었다.

어디서 왔느냐, 우크라이나에 오래 있었느냐, 어땠느냐, 우만까지 오는 데 힘들지 않았느냐

그러다가 또 자기네들끼리 우크라이나어로 이야기를 나눴다.

그 사이에 어두워져 가는 바깥 풍경을 보고 있었다.

차를 얻어타는 상황인지라 최대한 자지 않으려 애썼으나,

나도 모르게 살짝 잠들어 버렸다.

나한테 말도 안거는데... 무슨 수로 잠을 피할쏘냐 ㅠㅠ

 

잠에 깨보니 무슨 레게음악이 들리는 것이다.

지금 내가 포스팅한 Весна가 그때 울려퍼졌던 것이다.

(아마 그럴거라 생각이 든다, 멜로디가 익숙했으니...)

나름 인상깊어서 가수 이름 폰에다 적어 달라고 하니 5'nizza라고 적어줬었다.

앞에서 인부들끼리 운전석을 돌아가면서 차지하며,

자기네들 나름대로의 열띤 잡담을 이어가고 있었다.

내 옆에 있었던 인부도 폰으로 소설보느라 바빠서 딱히 말을 걸 겨를도 없었다.

그냥 가만히 듣기만 했다. 그렇게 거진 1시간 이상이 흘렀던 것 같다.

1시간 동안 5'nizza의 여러 곡이 흘러나오다가,

어느 순간부터 다른 가수의 노래가 울려퍼졌다.

그렇게 정신없이 음악을 듣다보니 오데사에 도착하게 되었고,

역에 내리자 마자 수많은 택시기사들의 호객행위를 튕겨내곤 했다.

 

노래에서 무슨 말을 하는 지는 몰랐지만,

그루브있는 목소리, 초 미니멀하지만 빈틈 없는 악기 구성(보컬, 어쿠스틱 기타, 비트박스),

CIS권 음악에선 흔하지 않은 스타일의 곡이라 뭔가 인상이 깊었다.

노래의 느낌을 마음속에 남기고, 가수 이름을 폰 메모장에 남기며

단 한번도 유튜브나 애플뮤직에서 찾아듣진 않았다.

그러다가 약 10개월이 흐른 지금에서야 이렇게 다시 듣게 되었다.

 

그렇게 우연찮게 들은 5'nizza는 인부 속에 둘러싸인 그 때를 떠올리게 했다.

사람들 수다떠는 것을 대충 엿들었는데, 원래는 나를 태울 생각이 없었던 것 같다.

그 앳된 청년이 호기심에 나를 태우작고 했다는 양 그렇게 자기네들끼리 한 얘기들이 기억난다.

하긴, 히치하이커를 태우는 운전수들은 대체로

자기네들이 혼자 운전하면 심심하니 태우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하니...

 

아무튼,

길게 뻗은 길을 달리며

언제쯤 오데사에 도착할까...

오데사로 얼른 도착하고픈 맘은 큰데

왜 목적지가 보이지 않는 걸까...

당시 초조했고, 어색했고, 피곤하기도 했던 순간을 떠올리며

포스팅을 마침.

 

포스팅이 끝나면 노래를 몇개 더 들어볼까 생각중이다.

가사는 여전히 이해가 안되겠지만,

......

내가 언제부터 가사를 들었다고...

 

어쩌다 보니 이번에도 우크라이나 노래네...

 

<Пятница> 2003

1. Сюрная

2. Я не той...

3. Я тебя вы...

4. Весна

5. Сон

6. Вода

7. Я с тобой

8. Ты кидал

9. Стрела

10. Ямайка

11. Свобода

12. Big Badda Boom

13. Нева

14. Солдат

15. Ушедшим слишкком рано

16. Пятница

17. Ты на ту

18. Зима

19. Тянуться

20. Солдат (Видео)

* 러시아어를 모르시는 분이나, 운율의 이해를 돕기 위해 가사에 색을 입혀 어디서 라임이 이루어지는지 표시했습니다 :)

 

Як би я була не я

 

Я б не шукала біти, я б не шукала свій стиль
Я би палила мости, і була би з простих, з точністю, як ти
Я б не копила думки, я би була аби з ким
Я би ладнала замки, і будувала від всіх барикади, з точністю, як ти
Я би ховала себе, і я ховала себе; в'яла, а мала цвісти
Тихо плекала наївні надії, а мала би встати і йти
Мала би бачити ціль, те, що я хочу в кінці
Мала б синицю в руці,
та я рахувала лелечі хвости — з точністю, як ти, ей!

 

А тепер під дикий біт всіх кидає в піт
Так минає цілий рікна минулеRIP
Десять років як у грі, вже мовчати — гріх
Сотні рук уже вгорі — в небі чути грім
А тепер під дикий біт всіх кидає в піт
Так минає цілий рікна минулеRIP
Десять років як у грі, вже мовчати — гріх
Сотні рук уже вгорі — в небі чути грім

 

Як би я була не я, якби я не я
Як би я була не я, якби я не я
Як би я була не я, якби я не я
То не рвали б вас баси, як коса бур'ян
Як би я була не я, якби я не я
Як би я була не я, якби я не я
Як би я була не я, якби я не я
То не рвали б вас баси, як коса бур'ян

 

Розкажіть мені, що кому я винна (що?)
Філіжанка я, або може бочка винна (хто я?)
Мій вид — це мій світ, історія моя (ага)
Оберталась би Земля, якби я була не я?

А! Розкажіть мені, що кому я винна (що?)
Філіжанка я, або може бочка винна (я — бочка?)
Мій вид — це мій світ, історія моя (хей, хей, хей)
Оберталась би Земля, якби я була не я?

 

А мене важити, важити — не переважити
Реп витікає мій, ніби зі скважини
Слово за словом і рима за римою
Видимо то моя карма


А мене міряти, міряти — не переміряти
Силу й вагу мою не перевірити
Репу роздати? Тю, елементарно
Трек на повторі мій знову не дарма


Я не тікаю тепер, я не шукаю де двері
Не уникаю всіх ям, я тут вже своя, й ти роби як я
Не перевтілююсь знов, не уникаю розмов
В жилах кипить моїх кров (ага)
А під ногами трясеться земля, ти роби як як (Зе-мля!)
Маю в руці своїй майк. Чуєш — шумить дикий гай?
Чуєш, Альону — качай!
Хочеш родючі і плідні поля, то роби як я
Маєш прийняти себе, і полюбити себе
Маєш так жити тепер, визнай всередині себе маля — ти будеш як я. Ей!

 

Хай тепер під дикий біт всіх кидає в піт
Хай минає сотня літна минулеRIP
Десять років як у грі, вже мовчати — гріх
Сотні рук уже вгорі — в небі чути грім
Хай тепер під дикий біт всіх кидає в піт
Хай минає сотня літ  на минуле  RIP
Десять років як у грі, вже мовчати — гріх
Сотні рук уже вгорі — в небі чути грім

 

Як би я була не я, якби я не я
Як би я була не я, якби я не я
Як би я була не я, якби я не я
То не рвали б вас баси, як коса бур'ян
Як би я була не я, якби я не я
Як би я була не я, якби я не я
Як би я була не я, якби я не я
То не рвали б вас баси, як коса бур'ян

 

Не питай мене, звідки я і хто я
Холодок в очах, але стигне словозброя
Так цікава всім, ніби я чужа білизна
І скажу "Game Over", коли рак у полі свисне
Не питай мене, звідки я і хто я
Холодок в очах, але стигне слово  зброя
Так цікава всім, ніби я чужа білизна
І скажу "Game Over", коли рак у полі свисне

 

Як би я була не я, якби я не я
Як би я була не я, якби я не я
Як би я була не я, якби я не я
То не рвали б вас баси, як коса бур'ян
Як би я була не я, якби я не я
Як би я була не я, якби я не я
Як би я була не я, якби я не я
То не рвали б вас баси, як коса бур'ян

Ей, ей, ей, ей
Ей, ей, ей, ей
Ей, ей, ей, ей...


알료나 알료나를 알게된 건 아마 카자흐스탄에서 교환학생으로 가 있을 때인걸로 알고있다.

러시아어는 머릿속에 들어오지도 않는데, 카자흐스탄에 있는 시간이 아까워서라도 열심히 해야 되니

내가 음악 듣는 걸 좋아하니, 가사 해석하면서 공부를 해볼까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정말 닥치고 들었다. 괜찮다 싶은 건 다음에 또 들을 거라 다짐하면서 좋아요도 누르고

별로다 싶은 건 다 듣기 전에 패스해버리고.

 

그러다가 유난히 눈에 띠는 썸네일이 있었다. 

웬 우리가 흔히 아는 슬라브 아주머니가 흑백화면 속에서 뛰는 모습이었다.

Alyona Alyona, 음, 되게 이름을 막 지었네 생각하면서 뭐 한번 들어나 보지 하고 열었다.

 

홀로베 홀로베 드다다드다다 홀로메 홀로메 

음? 러시아어는 아닌 것 같은데 하고 제목을 보니 'голови(머리; holovy)'였다.

마침 우크라이나 사람들과 랜선상으로든 실제로든 몇명 알고 지내서

러시아어와 달리 우크라이나 사람들은 г를 ㅎ발음으로 낸다는 것을 기억해냈다.

 

'아, 우크라이나 래퍼구나, 들어나 보자, 우크라이나 힙합은 어떤지나'

 

결론부터 말하자면, 정말 넋 놓고 들었다. 마치 평소 친구들하고 말하듯이 플로우가 안정적이었고,

어떻게 기교를 부려서 내 실력을 뽐내봐야지 하는 억지성도 없었다.

정말 자연스러움 그 자체였고, 비트에 자신의 목소리를 정말 잘 녹여낸 것이다.

스크립토닛, 파라오, 미야기, 엘제이, 막스 코르지 이런 류의 음악을 계속 듣다가

알료나 알료나의 곡을 들으니, 와, 뭔가 익숙하다는 느낌이 많이 들었다.

요즘 미국의 메인스트림 영향을 받지 않는 팝이 어딨겠냐마는

러시아도 러시아 나름대로의 특징이 있다. 

슬라브 베이스라 불리는 통통 튀는 베이스, 단조성의 촉촉한 느낌을 자아해 내는 사운드,

곡마다 상세하게 들으면 당연히 차이야 있겠지만, 대체로 느낌은 비슷한 느낌이 들었달까.

물론 러시아 가요도 더 깊숙히 들어가보면 개성있는 곡들이 많겠지만, 대체로 러시아노래의 느낌이라면

이질적인 그 무엇이 있었다는 것 하나는 자신있게 말할 수 있다.

 

스테레오타입을 완벽하게 깨숴버린 클립을 본 뒤 좋아요를 누르고

다른 곡을 들었다. 우크라이나어를 배울 여유는 없으니.

 

그리고 지금, 우크라이나 곡을 조사하는 과제를 하고 있는 지금,

갑자기 그 아줌마 래퍼가 생각났다. 그래, 이 사람은 무조건 소개시켜 줘야겠다.

그래서 노래를 더 찾아 듣고 알료나 알료나라는 사람에 대한 정보도 이것 저것 찾았다.

유치원 교사를 하다가 28살의 나이에 첫번째 클립을 냈다고... (아줌마라고 한 건 ... 비바치떼)

인터뷰 영상도 봤는데, 나름 정말 소박하게 사는 듯 해보였다.

천장은 헤져있었고, 어느 평범한 사람의 방처럼 보였던 곳에 앉아 있는 호쾌한 누나,

진짜 털털한 이웃집누나 같은 느낌이 들었다. (물론 내 이웃 중 그런 누나는 없었다.)

 

오랜 시간이 흐른 뒤 다시 Голови를 들어봤다.

또 들었다. 또 들었고 또 들을까 생각하다 또 들었다.

사람의 귀를 끄는 힘이 있다.

 

흔히 스웩이라고 하던가, 부티나게 입는 것, 튀게 입는 것, 돈자랑, 자기 허세

이 누나(뭔가 누나라고 부르고 싶다.)가 아무리 스웩을 부린다고 해도 그 친근한 이미지를 지우긴 힘들다.

부드러운 카리스마, 친근한 카리스마라고 표현할 수 있을 것 같다.

정말 흔한 덩치 큰 누나인데, 랩실력에 흠칫 놀라다가도, 

너무나 자연스럽게 랩 하는 모습에 다시 친근해진다.

내가 우크라이나어를 이해하지 못해서 그런가,

어떻게 보면 이런 면에서 가사를 이해하지 못하는 게 다행이라 생각이 들기도 한다.

 

만약 알료나가 알료나가 아니였다면...

힙합이란 걸 들어보면서, 해바라기 밭 한가운데

소련식 아파트가 세워진 모습을 생생하게 떠올릴 수 있을까?

 

<Пушка> 2019
3번 트랙 : Якби я була не я

 

 

Коли настане день,
Закінчиться війна,
Там загубив себе,
Побачив аж до дна.

또 다른 하루가 찾아와

전쟁이 끝나고

그 곳에 자신을 묻은 채

깊숙한 곳을 바라봐

 

[후렴]

Обійми мене, обійми мене, обійми
Так лагідно і не пускай,
Обійми мене, обійми мене, обійми
Твоя весна прийде нехай.

안아줘, 안아줘, 나를

그렇게 다정하게 떠나지 말아줘

안아줘, 안아줘, 나를

너와 봄을 함께할 수 있도록.

 

І от моя душа

складає зброю вниз,
Невже таки вона
Так хоче теплих сліз?

그렇게 내 영혼은

무기를 숨겨

정말로 원하는 걸까

따뜻한 눈물을

 

[후렴]

Обійми мене, обійми мене, обійми
Так лагідно і не пускай,
Обійми мене, обійми мене, обійми
Твоя весна прийде нехай.

안아줘, 안아줘, 나를

그렇게 다정하게 떠나지 말아줘

안아줘, 안아줘, 나를

너와 봄을 함께할 수 있도록.


Обійми мене, обійми мене, обійми
І більше так не відпускай
Обійми мене, обійми мене, обійми
Твоя весна прийде нехай.

안아줘, 안아줘, 나를

그렇게 다시 두고 가지 말아줘

안아줘, 안아줘, 나를

너와 봄을 함께할 수 있도록

 


첫번째 포스팅은 이 곡이 장식했다. 그게 곧 연인과 헤어졌을 때 많이 들었던 노래라는 둥, 시험에 떨어져 낙심했을 때 들으면서 울었다는 둥, 그런 깊은 사연이 있는 곡은 아니다. 앞으로 포스팅을 하게 되면서 나 자신에게 사연이 있는 곡을 올리기도 할 것 같다. 

 

수업 발표를 위해 우크라이나 대중음악 시장을 분석하게 되었다. 어떤 식으로 흘러가고 있고, 무슨 곡이 유행하고 있고 어떤 아티스트가 유명한지 자료수집을 하는 과정에서 알게된 곡이다. 딱히 내가 우크라이나어를 할 줄 아는 것도 아니라, 한국어로 된 자료는 신빙성이 없으니(그러한 걸 다룬 논문도 존재하지 않았다.), 영어나 러시아어로 된 자료를 수집을 했는데 우크라이나 음악 시장에 관해 세세하게 적어놓은 포스팅도 잘 없었고, 논문은 찾을 여력이 되지 않았다. - 사실 찾는다고 해도 내가 다 정독할 수 있을거란 보장은 없다. - 그래서 조금은 미비하게 끝나지 않았나 싶다. 대신에 여럿 아티스트를 추천하는 데 비중을 많이 싣자고 다짐한 채 많은 가수들을 찾아봤다.

 

러시아에서 활동하는 가수도 엄청 많았고, 우크라이나 자국 내에서 유명한 가수도 많았다. 심지어 음악성도 그 어떤 나라에 꿀리지 않았다. 모 칼럼니스트의 말마따나 "우크라이나 음악은 스웨덴 음악에 비해 꿀릴 것도 없고, 심지어 우크라이나 음악이 더 우세한 면도 있다."는 말이 확 와닿았었다. 음악적인 재능이 이다지도 많은 사람들이 왜 좀 더 큰 시장으로 가지 못할까, 간다고 한들 러시아를 비롯한 CIS국가에 그칠까. 

 

언어적 문제도 있긴 하지만 사실 음악을 듣는 데 언어가 그리 중요한가 싶기도 하다. 나는 음악에 있어서 가사보다는 들려오는 것에 치중을 해서 듣는지라 언어적 문제르 굳이 들고 싶지는 않다. 들려오는 것으로 치면 우크라이나 음악들도 굉장히 괜찮은 곡들이 많다. 트렌드에 따라가는 가수들도 많지만(주로 메인스트림이나 러시아 음악시장), 자신만의 색을 확실히 지닌 아티스트들이 정말 많기 때문에 듣는 맛이 있다고나 할까. 어쩌면 학술적인 이유로, 공감대 형성을 이유로 CIS권 음악들을 많이 듣다보니 그쪽 음악에 익숙해진 걸까, 아니면 진짜 다른 CIS국가들의 노래가 이 한국인 괴짜의 이목을 끌만한 요소가 없는 걸까... 어찌 되었든 나는 그렇게 들었다.

 

Океан Ельзи(Ocean Elzy; 이하 오케안)도 내 일에 충실하다가 찾게된 밴드다. 꽤나 우크라이나에서 오랫동안 활동을 한 밴드고(밴드가 나랑 동갑이다.), 보컬로 활동하는 바카르추크(Святослав Бакарчук; Svyatoslav Bakarchuk)은 심지어 정치적인 활동까지 하는 밴드라고 한다. 노래를 들어보면 대체로 브릿팝의 영향을 많이 받은 느낌이 든다. '~같다'라는 인상을 나 자신도 곡을 듣다보면 받기도 하지만, 그렇게 표현한다는 것은 각자의 개성을 폄훼하는 느낌이 들어, 아티스트로 대놓고 비교는 하지 않겠다. 아무튼, 대체로 들어보면 그렇다. 동유럽음악, 특히 구 소련을 구성했던 국가들의 노래들이 그러하듯이, 단조성 곡들이 거의 대부분이고, '비 내리는 잿빛도시'를 연상시키는 그런 곡들이 많고, 서정적이기도 하다. 우크라이나어를 잘 몰라 가사의 내용은 깊게 파악하긴 힘든데, 사실 이 밴드가 지닌 서정적인 곡과 가사 덕에 우크라이나인은 물론 러시아인들에게도 사랑을 받는다고도 한다. 앞으로 여러 곡 올릴거지만(여러 곡 올릴수록 포스팅은 짧아질 거라 생각이 든다.) 정말 이 밴드가 서정적이고 많은 사람의 사랑을 받을만한 곡을 썼는지는 독자 본인이 판단하길 바란다.

 

이 곡만 놓고 보자면, 정말 좋다. 단순히 좋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은 누구나 말할 수 있는 말이다. 거기에 살을 붙여 말하자면, 민요적인 창법, 연로밴드만이 가진 농후한 깊이(짬에서 나오는 바이브라고 흔히들 표현하는 것), 서정적인 가사, 미니멀한 편성으로 부담스럽지 않은 사운드에 매료되어 버렸다. 다양한 음악을 얕게 얕게 듣지만, 최근에는 힙합이나 그라임, 일렉트로니카를 주로 들어왔다. 그러다가 자극적인 베이스 없이 잔잔하고 구구절절한 노래를 들어보니, 내가 그동안 얼마나 트렌드에 쫓겨 살았나, 배우기 위해 음악을 들었나 생각도 든다. 사실 좋은 음악의 기본 베이스는 '간단함'과 '접근성'인데 나는 그동안 얼마나 멀리 가있었나 반성의 시간을 가지면서, 취업준비로 인해 가뜩이나 할 것도 많고 힘들고 그런데 이 노래를 안아주며 잠시나마 온기를 얻을 수 있었다.

 

<Земля> 2013

1. З нею 

2. Стіна 

3. Бодегіта 

4. Незалежність  

5. Rendez-vous 

6. Стріляй 

7. Обійми 

8. Караван

9. Джульєтта 

10. На небі 

11. Пори року 

12. Коли навколо ні душі