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Далила
Что ты наделала
Влюбила а потом предала

데릴라

무슨 짓을 한 거야

사랑을 하고 배반을 하네

 

Деньги дороже не стоят
А счастье такое простое
И было так близко

돈은 중요치 않아

행복이란 건 정말 간단해

가깝기도 했고

 

Я оставлю все оставлю
Все что я могу тебе отдать

여기 둘게, 모두 둘게

네게 줄 수 있는 모든 것

 

Я запомню это имя
Я тебя запомню навсегда

그 이름을 난 기억할래

널 영원히 기억할 거야.

 

Все что ты хочешь

네가 원하는 것

 

Далила

Как ты могла
Далила зачем в тебе столько зла

데릴라

어떻게 그래

데릴라, 왜 이렇게 화났어


Сила моя не вернется
Но горе красиво поется
И льется под ноги

되찾을 수 없는 나의 힘

슬픔은 아름답게 울리고

발 밑으로 흐르고

 

Я оставлю все оставлю
Все что я могу тебе отдать

여기 둘게, 모두 둘게

네게 줄 수 있는 모든 것


Я запомню это имя
Я тебя запомню навсегда

그 이름을 난 기억할래

널 영원히 기억할 거야.

 

Далила

Сила моя не вернется
Но горе красиво поется
И льется и льется

데릴라

되찾을 수 없는 나의 힘

슬픔은 아름답게 울리고

흐르고 또 흐르고

 


호되게 당하고, 멍청하게 이용을 당한다 한들

그걸 보지 못하고, 보려고 하지도 않았던 시절이 있었던가

사랑이라는 것 때문에 사리분별을 못 할 만큼 눈 멀었던 시절이 있었던가

 

글쎄, 연애 경험이 그렇게 많은 편은 아니고,

연애를 하든 말든 나 자신을 챙기기 바빴기 때문에

내 야망에 눈이 멀었으면 멀었지 사람에 눈 멀거나 한 적은 없는 것 같다.

 

아무리 이쁜 여자, 완벽한 여자를 만나도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질리더라.

금새 사랑에 빠지지만, 금새 사랑이 식어버리기도 하니까

무의식 중에 오히려 내가 호되게 행동하고, 연인을 이용했으면 했지...

정말 내가 그랬다면 정말 미안할 따름. 그럴 의도는 없었으니까.

 

내가 저렇게 행동하진 않지만, 또 한편으론 이해가 되는 바다.

짝사랑으로 그치기만 했던 20대 초반 시절

사랑에 눈 먼 나 자신을 상상하곤 했으니까.

실제론 그 사람과 소소하게 연애하고 맛집 탐방하고 그러는 게 아닌 섹스를 원했던 것이었지만.

 

지금 생각하면 그렇네. 난 순수히 상대방을 사랑했노라 생각은 하고 싶지만,

과연 그 사람과 연애를 하는 상상을 할 때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한 게 무엇일까.

여행가서 섹스, 산책하고 섹스, 요리하고 섹스, 티비보다 섹스...

기승전섹스 아니였던가. 조금 건전하게 나가자면 키스정도.

 

어떻게 보면 여자들이 나의 그런 머릿속을 투시라도 하듯이

연인관계로 까지 발전하고자 하는 여자들이 잘 없더라. - 물론 내가 쑥맥이라는 것도 한 몫 한다.

전 여친을 사귀면서 느낀건, 섹스 없는 사랑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닭살돋는 멘트, 낭만적인 글귀, 빠른 답장에 감동하는 것도 한두번이지.

 

나는 육감이 좋다, 육감이 좋기 때문에 나는 데릴라다.

그렇다고 육감이 좋아 간이나 쓸개 다 빼놓을 정도로 거기에 미친 건 아니다.

그냥 그걸 느낄 수 있으면 느끼고, 아니면 말고.

만약 내 연인과 그런 걸 느끼지 못한다면 그 사람은 더이상 내 연인이 될 수 없는 거고.

 

부모님은 나보고 빨리 결혼하라고 하신다.

직장 구하고 여자 구하고 언넝 결혼해서 자식 낳아라.

나는 내 영혼의 범위에서 벗어나는 사람까지 챙겨줄 정도로 그릇이 큰 사람은 아니다.

바람피고, 미래의 동반자에게 소홀해지면서 상처를 주고 싶지 않다.

 

무책임하게 결혼을 하고 싶지 않고,

무책임하게 씨를 뿌리고 싶지 않고,

무책임하게 감히 '사랑한다'는 말을 하고 싶지 않다.

세상이 다부다처제가 되지 않는 이상 결혼을 염두하진 않을 것 같다.

 


Сила моя не вернется
Но горе красиво поется
И льется под ноги

되찾을 수 없는 나의 힘

슬픔은 아름답게 울리고

발 밑으로 흐르고


내가 이런 글을 쓰고 있는 건

전 여친과 헤어지고 난 뒤 후유증이 아직도 가시지 않았다는 데 있다.

솔직히 전 여친을 그렇게 사랑하진 않았다.

너무 방어적이었고, 지나치게 낭만을 좇았고,

내가 모든 걸 다 하길 바랐고, 너무 비현실적일 정도로 낙관적이었다.

예술관도 맞지 않았고, 추구하는 이상의 양상도 달랐고

너무 과거에 머물러 있고, 위로를 받아도 위로를 받은 것 같은 느낌을 많이 받았다.

너무 장거리라 섹스도 못했고, 아니 애초에 사귀면서 섹스를 안했지.

내가 헤어지자고 말했을 때 전 여친은

여태까지 기다린 시간이 아깝다는 말을 했다.

그건 나도 마찬가지.

 

"

애초에 네가 사귀자고 말했을 때 선을 그었어야 했는데.

마음에도 없는 사람 사랑하려고 하니 나만 존나 힘들더라.

그 와중에 네가 나를 정말 좋아했고, 나한테 너무 잘해줘서

나한테 남은 건 죄책감 뿐이더라. 내가 나쁜 놈이었고.

"

 

이 노래는 아마 내 감정이 아니라 헤어질 당시 전 여친이 느꼈던 감정이었던 걸까.

그래서 난 이 노래를 듣고 나서 마음이 그렇게나 찝찝했던가.

직접 인용한 가사를 빼면 사실 내가 할 얘기는 아니다.

 

후유증은 평생 없어지지 않을 것 같다.

저번 연애를 통해 나는 연애를 해선 안될 사람이라는 걸 느껴버렸다.

나는 사랑을 찾아해맬 힘을 완전히 잃었고,

내가 그런 사람이라는 걸 깨달았을 때 다크초콜릿처럼 쌉싸름한 달콤함을 느꼈다.

 

알콩달콩한 연애도, 황홀한 섹스도 이젠 내 것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을 때

결혼도, 자녀계획도 이젠 내 것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을 때 진심으로 홀가분했다.

 

난 언제쯤 이 글을 읽고 브라운관에 훅을 날릴 수 있을까.

 

퍼커션 소리에 이끌려 멜로디 위주로 들었지만,

가사를 헤집고 보니 죄책감이 많이 든다.

일단 나아댜의 목소리도 마음에 들고, 퍼커션 소리도 웅장하니 좋아서

가사는 잊고 멜로디와 사운드에만 초점을 두어야 겠다.

 

<Наадя> 2014

1. Наоборот

2. Сестра

3. Веди

4. Лауданум

5. Омут

6. Солнце

7. Спи

8. Корабли

9. Далила

10. Туман

11. Положила

마브카, 숲의 노래 일러스트.

 

2021년에 3D 애니메이션 영화 "마브카, 숲의 노래(Мавка, лісова пісня)"가 개봉될 예정이다.

레샤 우크라인카(Леся Українка)의 희곡 작품 '숲의 노래(Лісова Пісня)'를 원작으로 하는 작품으로, 제작사 측에서 많은 공을 들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홈페이지에서 쓰여진 바에 의하면, 이 작품을 통해 기대할 수 있는 것은 다음과 같다고 한다.

 

1. 우크라이나 생태계 문제에 관한 관심을 끌 수 있음.

2. 전 세계로 우크라이나 문화를 수출할 수 있음.

 

카르파티(Карпати), 폴레시아(Полісся), 빌코베(Вилкове) 지방의 숲과 카먀네 셀로의 풍경 등 실제 우크라이나에 있는 장소를 기반으로 배경을 설정했고, 영화 음악같은 경우도 우크라이나의 음악적 요소에 현대적인 기법을 접목시킨, 이른바 퓨전 애스닉 음악으로 가득채워 질 것이라고 했다. 실제로 에스닉 밴드 다하브라하(ДахаБраха), 막심 베레쥐냐크(Максим Бережняк)와 같은 민속음악에 박식한 뮤지션이 사운드트랙에 참여했다고 한다.

 

Даха Браха - Пливе човен

본인도 이 글을 쓸 때 까지 아예 몰랐던 것은 아니었다. 작년, 우크라이나 하르키우에서 구 여친과 함께 서점에 들렀을 때 어떤 책을 보고는 구 여친이 어떤 한 동화책 일러스트를 보여주면서 일러스트가 이쁘지 않냐며 보여줬었다. 우크라이나 신화 속 인물이고, 곧 애니메이션화 된다는 말까지 들었던 것 같다. 그땐 그냥 그렇구나 했다.

 

그러다가 유튜브에서 어떤 애니메이션의 티저를 봤다. 여자 일러스트가 어딘가 익숙한 부분이 좀 있다 싶었는데, 알고 보니 하르키우에서 전 여친이 이야기한 그 책과 관련된 것이었다. 티저를 보고 오, 투자 좀 많이 했구나 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프로젝트는 꽤 기간을 길게 둔 듯 하다. 1차 티저 영상이 나온게 무려 3년 전이니... 

 

한국에서 개봉을 할 지는 모르겠지만, 티저를 보고 대략적인 프로젝트 정보를 보면서 한국에서도 상영했으면 하는 바람이 조금은 생겼다. 이렇게나 자국의 문화를 홍보하려고 애를 쓰고 기를 쓰는데, 기회는 줘야 되지 않겠는가. 한국인에게는 다소 낯선 우크라이나 문화, 우크라이나 신화에 관한 내용을 다루는데, 색다른 영감을 얻고자 하는 사람에게는 정말 좋은 애니메이션이 되지 않나 생각이 든다.

 

1차 공식 티저 영상.

앞에서 언급했듯이 이 영화의 원작은 레샤 우크라인카(Леся Українка)의 '숲의 노래(Лісова Пісня)'이다. 

숲의 정령이자 수호자인 '마브카'가 인간 '루카쉬'를 사랑하게 되면서, 사랑과 정령으로서의 삶 사이에서 갈등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원작 줄거리를 대강 보았을 때, 정령이 인간 남자를 사랑하다가 통수 맞고 지 혼자 가슴앓이 하다가 죽는 이야기다.

 

조금 더 자세한 줄거리를 이야기하자면 다음과 같다.

 

애니메이션 버전 (1976)

1.

루카쉬는 자신의 삼촌 레프와 함께 집을 지으러 숲으로 들어갔다.

갈대로 피리를 만들어 불자, 숲의 정령 마브카는 그 소리에 이끌렸다.

마브카는 결국 루카쉬를 만나게 되었고, 나무를 베려는 그를 보고는

"자매들을 해치지 마세요"라는 말과 함께 자신의 몸으로 지켜냈다.

마브카의 범접할 수 없는 아름다운 외모와 여린 마음씨를 보고

루카쉬는 놀라움을 감추지 못한 채 정체를 물었다.

"저는 마브카예요, 숲의 정령 마브카."

인간이 사랑을 하고 나면 결혼이라는 것을 한다고 루카쉬는 정령에게 설명하고

집을 짓기 위해 나무를 베어야 한다는 말과 함께 둘 사이에 사랑이 싹텄다.

 

2.

집은 다 지어졌고, 집 주위에 밭도 일구었다.

루카쉬의 어머니는 마브카와 연애를 하는 자신의 아들을 못마땅하게 보았다.

그러면서 마브카보고 '그 누구도 호감을 가질 수 없는 불결한 년'이라 하면서

옷차림을 지적하고, 밭일을 하라고 낫을 쥐어줬다.

- 마브카는 숲을 지키는 역할을 맡은 정령인지라 낫으로 곡식을 벨 수 없는 처지였다.

루카쉬는 어머니는 집안일 잘 하는 여자를 원한다며 마브카에게 말했고,

마브카는 이러한 인지상정을 이해하고자 부단히 노력을 했지만,

정령에게 치욕스러운 감정은 굉장히 낯선 법.

그 때 과부 '킬리나'가 루카쉬을 방문했고,

마브카에게 있었던 낫을 가져가 풀을 맸다.

루카쉬와 킬리나는 서로 농담을 주고 받을 정도로 친해졌고,

루카쉬의 어머니도 킬리나를 맘에 들어 했다.

점점 멀어져 가는 루카쉬를 보면서 상처받고 있는 마브카를 보며,

한 루살카는 마브카를 달래면서 "사랑은 자유로운 영혼을 해친다"며 주의를 줬고

숲의 정령 레쉬(Леший)는 이렇게 충고했다.

"자신의 의지와 자연의 아름다움을 기억하며, 인간의 사랑 속 굴레에서 벗어나라"

 

그렇게 인큐버스의 호위를 받으며 정령으로서의 생활로 돌아가는 듯 했으나,

죽음으로 인도하는 귀신 마라(Мара/Марище)가 마브카를 데려가려고 했다.

마브카는 죽지 않았다고 외치며 마라의 손을 뿌리쳤다.


Я в серці маю те, що не вмирає.

제 마음 속에 죽지 않는 것이 있어요.


3.

레쉬가 루카쉬를 오보로텐(Оборотень)으로 변신시켰지만,

마브카는 사랑의 힘으로 루카쉬를 다시 인간으로 돌려낼 수 있을 것이라 믿었다.

결국 사람으로 다시 돌아온 루카쉬는 마브카를 보고 놀라며 달아났다.

루츠(Руц/악마류)에게서 루카쉬의 가족이 가난하게 살아가고 있다는 말을 듣고서

마브카는 루카쉬의 집 주변에서 바짝 마른 버드나무로 변했고,

킬리나의 아들이 버들가지를 꺾어 피리를 만들어 불자, 마브카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달콤하게 속삭이는 피리 소리 / 가슴 속 깊이 깊이 파고 드네

가슴을 스치며 칼집 내어 / 내 심장을 그렇게 도려 가네

 

킬리나가 나무를 베려고 했으나, 인큐버스가 도끼를 든 킬리나를 저지한 뒤 집을 불태웠다.

마브카는 자신의 아름다움으로 타들어갔고,

그렇게 마브카가 사라진 세상에는 눈이 내리고 루카쉬는 미소를 지으며 얼어 들어갔다.


 

우크라이나어+러시아어 영화 버전(1980).

 

소련시절에도 영화화되기도 하고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지기도 했는데, 결말이 아주 조금씩 다른 것 같았다.

일단 위키에 적혀있는 줄거리를 대강 요약하여 번역하긴 했는데, 이해가 되련지는 잘 모르겠다.

 

아무튼, 원작에서는 마브카라는 신화적 요소를 통해 이렇게 낭만적인 이야기가 전개되고 있다.

원작의 줄거리를 크게 해치지 않으면서 영상미에 크게 중점을 둘 것이라 생각이 든다.

 

그럼 마브카는 원래 어떤 존재인 것일까?


 

마브카를 설명하기에 앞서 루살카에 대한 간략한 설명을 해야할 것 같다.

루살카란 흔히 동유럽판 인어라고들 하지만, 원래부터 인어의 모습이 아니라 정령 혹은 망령의 형태였다.

- 19세기에 서방세계의 Mermaid에 영향을 받아 러시아 작가들이 루살카에 그런 이미지를 씌우곤 했다고 한다.

우크라이나에서는 루살카를 서식지에 따라 '강의 루살카', '들판의 루살카', '숲의 루살카'로 나누곤 했다.

이 중 마브카는 '숲의 루살카'에 해당되고, 숲의 정령으로서 자신의 역할을 다했다.

실상 숲의 루살카를 넘어서 모든 루살카를 우크라이나에서는 20세기 초 까지는 '마브카'라 불렀다고 한다.

 

마브카를 비롯한 루살카는 원래 정령과 같은 존재였으며,

아주 먼 옛날에는 인간에게 해를 끼치진 않았다고 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인간이 미지의 자연을 두려워하면서

루살카라는 존재는 요정이나 자연의 파수꾼로 치부되었던 루살카는 악한의 대상으로 변모되었다.

미지의 자연을 두려워했던 인간의 심리가 반영되었다고 볼 수 있는 것인데,

수호자의 역할에서 남자를 유혹하여 물에 빠뜨리거나 간지럽혀 죽이는 존재가 되었다.

마브카도 이러한 흐름을 거스를 수 없었는데, 

숲의 정령에서 '유산되거나 세례받지 못한 채 죽은 7살 이하의 어린아이',

'결혼을 앞두고 죽은 예비신부나 익사한 여성'의 망령이 된 것이다. 

등가죽이 없어 뒤에서 보면 초록색 폐, 썩어 버린 창자, 뛰지 않는 심장 등이 적나라하게 보이지만,

등을 빼놓고 보면 초록색 머리칼에 엄청난 미모를 가지고 있다. 

나뭇가지 위에서 흔들거리면서 휴식을 취하곤 한다.

 

동유럽에서는 '루살카의 주(Русальная неделя)'라는 게 따로 있는데, 

루살카가 활기를 치는 주로 치부되어 그 기간에는 물놀이를 하지 않는다고 한다.

그 외에도 이반 쿠팔라 시기에도 활발하게 활동한다고 한다.

특히 그 주 목요일을 '마브카 부활절'이라 부르면서 특히나 주의를 요했다고 한다.

목요일에는 사람이 사는 집까지 찾아가 사람들을 괴롭히려 들기 때문이다.

이를 피하고자 나무에 하얀 천을 걸어 놓고, 창틀에 뜨거운 빵을 두어 식혀놓는다고 한다.

나무에 걸린 천으로 옷을 지어입고, 빵의 김을 먹는다는 마브카의 특성을 이용한 것이다.

 

즉 정리하자면, 마브카는 '숲의 정령'이자 여타 동유럽 국가의 '루살카'의 우크라이나식 표기다.

원래는 '숲의 노래'에서 나오는 마브카처럼 숲의 정령이자 수호자로서 존재했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사람을 죽이는 망령의 형태로 변화했다. (거진 동유럽판 좀비...)

자신의 출중한 미모를 이용해 남성을 꼬신 뒤 간지럽혀 죽이거나 익사시켜 죽이곤 한다.


<마브카: 숲의 노래>에서는 숲의 정령으로서의 마브카를 다루게 된다.

원작자 레샤 우크라인카도 그런 마브카를 그렸고,  한 나라의 문화를 홍보하는데 물에 사람 빠뜨려 죽이고, 간지럽혀 죽이면...

솔직히 보기 좀 그러니까...ㅋㅋㅋ;

 

보아하니 아직 영화가 상영되지 않았는데도 벌써 캐릭터 상품이 나오는 듯 한다.

이렇게 김칫국을 잔뜩 먹여놓고서는 졸작이 나오진 않을 거라 믿는다.

공들여 잘 만들어서 북유럽 갬성에 이어 '동유럽 갬성'의 선구자가 되었으면 좋겠다. :)

 

 

크세니아, 세르게이와 헤어진 뒤 스탈로바야에서 간단하게 저녁을 먹었다.

뭘 먹었는지 기억도 나지 않고, 사진도 찍어놓지 않아 조금 아쉽긴 했지만, 뭐 크게 특별한 건 없었던 것 같다.

바우만 거리 동상에서 사진찍는 관광객

저녁을 먹고 나니 해가 뉘엿뉘엿 지고 있었다.

해질녘의 크렘린.
카잔 크렘린, 야간.
크렘린 뒤편.

 

해가 질 때 까지 바우만 거리를 좀 걷다가, 크렘린으로 가서 또 산책을 했다.

해가 조금씩 져가고, 가로등에 불이 붙었고, 쿨 샤리프에 조명이 빛났다.

그냥 가만히 걸었다. 그래 크렘린이라도 원없이 보자고!

흠이라 함은 삼각대가 없어서 많이 아쉽긴 했다...;

ios를 낮추고 찍었는데도 흔들리곤 해서 좋은 결과물이 나오진 못했다.

 

농민 궁전, 야간.

농민 궁전도 퍽 이뻤다. 가운데 나무는 언제 봐도 인상적이었다.

더 걸어볼까 하다가 하루종일 걸은 탓에 몸이 많이 지친 상태였다. 집으로 돌아가기로 했다.

 

사진 정리를 좀 하다가 푹 뻗었다. 원래 그 다음 날 모든 종교 사원을 가려고 했으나

늦잠 + 정보 부적 + 늑장으로 인해 그냥 오후까지 집구석에서 쉬었다.

 

소시지가 많이 싸길래 라면에 넣어 먹었다.

라면과 소세지로 배를 잔뜩 채우고, 3시 쯤에 다시 시내로 향했다.

알차게 하루를 채우고 싶었지만, 천성적으로 게으른 성격과 오랜 여행으로(당시로서는 최장기간 최장거리 여행이니...) 지친 탓에

모든종교사원(혹은 통합종교사원)은 포기하기로 하고, 크렘린 내부 구경과 소련 생활 박물관으로 가기로 했다.

 

크렘린 내부.
쿨 샤리프. 짙은 에메랄드 빛을 가진 돔이 인상적인 모스크.
삼각대 또 놔두고 왔어... ^^;

시계탑 밑에 있는 문을 통과해보니 (기억 상 무료였던 걸로 기억...) 크렘린 내 여러 건축물이 펼쳐졌다.

하얗고 파랗고... 뭐 그랬다. 그 청량감이 정말 좋았다. 여태까지 그 어떤 러시아 도시에서도 느낄 수 없었던 느낌.

바우만 거리나 그 일대를 돌아다녀 보면, 과연 이 곳이 이슬람 교를 믿는 사람들의 도시가 맞나 싶겠지만,

타타르인의 종교이자 정체성을 나타내는 대표적인 건물이 바로 쿨 샤리프가 아닌가 싶다.

크렘린 안에 모스크? 크렘린 하면 모스크바의 크렘린을 주로 떠올리는 사람들에게는 다소 낮선 조합일 수도 있겠지만,

그 나름대로 정말 조화로웠다 생각이 든다.

 

모스크 내부. 저 때 촬영 실력이 너무 아쉽다.
아랍어를 몰라 무슨 말인지 모르겠음.

코란을 읽고 있는 성직자가 나긋나긋하면서도 이국적인 선법으로 알라의 말을 읊조리고 있었고,

관광객들과 예배객들이 섞여 약간은 정신사나운 느낌이 좀 들었지만,

사소한 동선의 엇갈림과 약간의 소음은 그 건물 자체에서 풍기는 고유의 경건함, 근엄함을 뒤엎을 순 없었다.

저 날 모스크라는 곳에 처음 들어가봤는데, 그야말로 압도당했다.

 

쿨 샤리프 앞 전경

대강 둘러보고 나왔다. 그리고 길이 나 있는 대로 무작정 걸었다.

항상 어딜 가든 거의 무계획으로 다니기 때문에, 그만큼 타국으로 떠날 때 큰 정보 없이 무작정 떠난다.

비슷한 모습의 도시를 계속해서 다니다 보면 질리는 감이 있지 않냐고 물으면, 내 답은 이러하다.

 

"마술의 비밀을 알고 나서 마술 공연을 보면 재미가 반감이 된다.

내가 여행하는 동안에는 오로지 불완벽한 내 감각으로 새롭거나 진부한 것에 감탄하고 지겨워하고 싶다.

대략적인 카탈로그를 짜는 것도 괜찮지만, 카탈로그에 명시되지 않은 루트에서 종종 경이함을 느끼는 것 또한 여행의 묘미가 아닐까."

 

그냥 핑계다. 게을러서 그렇다.

 

성모 수태고지 성당(благовещенский собор), 그 뒤에 초록색 건물은 타타르스탄 대통령궁.
슈윰비케 탑, 저 멀리 볼가강과 신시가지.
크렘린 전망대

슈윰비케 탑을 본 방향에서 오른쪽 길로 새면 이렇게 전망 좋은 곳이 나온다.

강 규모만 봤을 땐 거의 한강 수준이지만, 사실 저 멀리 보이는 강은 볼가강으로 흐르는 한 강줄기라는 것.

실제로 볼가강은... 어마어마하게 폭이 넓다. (지도상으로 봤을 땐 그랬다.)

 

강 너머로는 아파트 단지가 많이 보인다.

월드컵의 영향으로 꾸준히 새건물을 올리곤 한다고 다음 포스팅에 언급할 동행이 설명했다.

확실히 말할 수 있는 건 구도심이든 신도심이든 도시가 되게 정갈하다는 느낌을 받았다는 것이다.

깔끔한 빈티지, 잘 복원된(?) 도시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카잔은 분명히 맘에 들지도 모른다.

월드컵의 최대 수혜 도시...라고나 할 수 있을 것 같다.

어색한 포즈 어쩔...

인생샷은 틀렸다. 풍경이 안 이쁘다는 게 아니라, 내가 그 속에 잘 안 어우러지는 느낌이 심하게 든다.

뭐 아무튼, 강 보면서 멍 때리다가 크렘린에서 나갔다.

 

나가는 길. 왼쪽 건물은 공사중이었다.
여객 마차라고나 할까. 안 그래도 하양하양한 도신데, 말까지 백마다. 급하게 찍어서 초점이고 자시고...

바우만 거리 끝자락 쯤에 있는 소련 생활 박물관으로 향했는데,

마침 주현절 성당 종탑이 보여서, 엄청난 전망을 기대하고 올라갔다.

아마 입장료를 낸 것 같은데 얼마인지 정확히 기억이 나진 않는다.

어찌 되었든 올라가봤다.

 

종탑에 있는 종. 어쩐지 가끔씩 뜬금없이 땡 하고 울렸나 싶었다. 관광객의 짓이었어!
다들 이런 포즈로 사진을 찍길래 나도... ㅎㅎ
전망은 쏘-쏘. 추락 방지 쇠창살이 있어 전경을 온전히 감상하긴 힘들었다.

높다란 종탑을 오르내리면서 개고생 좀 하다가 (종 사진 하나 건지긴 했지만...)

이제 진짜 나의 덕력을 만족시켜줄 박물관으로 향하고 있다.

 

이름하야:

사회주의 생활 박물관, 소련 생활 박물관... 어떻게 해석을 해야 하지?

원래 여행 갈 때 박물관은 잘 안 가는 편이지만, 바우만 거리와 크렘린 외에 어느 정도의 루트 변화를 두고 싶었다.

마침 70~80년대 소비에트 문화 덕후인 만큼 이 박물관은(!!) 방문하지 않을 수 없었다!

표 가격은 국제학생증 있으면 150루블, 없으면 250루블! (사실 표 가격 까먹어서 구글링했음...;)

이름 그대로 소련 시절의 물건을 이것 저것 전시해 놓았다. 너무 이것 저것이라 행복했다. (?!)

그만큼 볼 것도 많고, 특히 해빙기 시절 소련 문화에 관심이 많다면 정말 추천하는 장소다.

 

 

1977년 카잔에서 공연했을 때 받은 블라디미르 비소츠키 싸인.
소련에서 최초로 생산된 청바지 "트베리(Тверь)"
ВЕСНА-202, 70~80년대 소련에서 많이 사용되었던 카세트 플레이어.
"아디다스 신발을 신는 사람은 내일 조국을 팔아넘길 지어니!" 1980년대 아디다스를 향한 소련인의 시선.
유리 가가린이 카잔에서 찍은 사진. 수용소 <볼가>에서, 1967.
뱃지나 선전포스터 마그넷 같은 기념품도 살 수 있다.

사진은 더 있고, 사진으로 담기엔 너무나도 많은 것들이 있어서 카잔에서의 일정이 널널하면 한 번 방문해보는 걸 적극 추천해주고 싶다.

돈을 조금은 아낄 필요가 있어 기념품을 사진 못했다. 소련 구제(?) 옷도 몇 개 팔았었는데, 꽤 비쌌던 걸로 기억한다.

아무튼, 덕심을 충족시킨 뒤 나가서 전날 갔던 카반호수 근방과 바우만 거리를 돌아다녀 보았다. 사진을 많이 찍진 않았다. 

그냥 거리를 온전히 느껴보고 싶어서 잠시 촬영은 접어두기로 했다. 

 

아예 안 찍진 않았고, 그냥 몇 컷만 찍었는데, 괜찮은 사진이 영... 없네.

 

저 멀리 보이는 갈리아스카르 카말 극장.
카반 호수.
바우만 거리, 해가 뉘엿뉘엿 지는 중.
해가 져가면서 제법 선선해지니 길거리 악사들도 하나 둘 생겨났다.
카잔도 슬슬 끝이 보인다.

그렇게 특별할 것 없을 것 같으면서도 나름 특별했던 하루였다.

모스크라는 곳을 처음으로 들어가 봤고, 종탑에도 처음 올라가 보고, 소련시절 물건들과 영접도 해보았다.

 

피로가 많이 누적되었긴 했지만, 모스크바에 대한 기대감이 스멀스멀 올라오면서 조금씩 피로가 희석이 되는 느낌을 받았다.

그 날 밤은 카잔에서의 마지막 밤이었다. 집으로 돌아와 짐을 완전히 다 싼 뒤,

그 다음 날 만날 '알리나'와 약속시간을 정하고 잠자리에 들었다.

 

아침에 일어나 카잔역 물품보관소에 캐리어를 맡기고 바우만 거리로 가 점심을 먹고난 뒤 카페에서 기다렸다.

'알리나'가 누구냐 함은... 숙소 체크인 전에 카잔 크렘린을 둘러보고 있을 때 만난 여자 아이였다.

한국 문화를 좋아하는 친구였고, 나한테 먼저 다가가 다짜고짜 카톡 번호를 땄다.

그 다음날에는 선약이 있어 약속을 잡지 못했고, 그 다음 다음날에는 알리나가 시간이 안 돼서,

카잔에서의 마지막 날에, 모스크바로 떠나기 전에 보기로 했다.

 

지금은 알리나와 연락이 되진 않는다. 하도 연락을 안해서 먼저 인스타를 언팔한 모양...

뭐 그래도 알리나 덕분에 카잔에서의 마지막 시간을 알차게 보냈고, 잊지 못할 추억을 또 선사해줬다.

뭐 알아서 잘 살겠지. 자세한 이야기는 다음 포스팅에서.

 

다음 포스팅을 언제 쓸 지 모르겠다. 여행기 쓰는 게 슬슬 귀찮아졌다.

무려 2년 전 일이라 살짝 가물가물해졌으니 추억을 끄집어내는 데 은근히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

기억이 많이 바래진 경우, 약간의 소설도 써야 하고... 

이래서 여행기는 그 때 그 때 작성했어야 했어. 제길할.

 

[Вступление, Инстасамка]
Run (run, run)
Gotta run (gotta run, gotta run)
Run (run, run)
Gotta run (gotta run, gotta run)

Gotta run (gotta run, gotta run)
Gotta run (gotta run, gotta run)

Skrrt

Это Инстасамка и Apashe
Уёбок

 

[Припев, Инстасамка]
Holy shit, holy shit, уёбок, gotta run
Make a hit, make a hit, we're here for fun
Holy shit, holy shit, это hit and run
Make a hit, make a hit, like a machine gun

 

Пиф-паф, мой stuff, я коп, где штраф? (где штраф, где штраф?)
Травмат кровав, bitch, ты не прав (не прав, не прав)

Ну-ка назад, ловлю fresh blood (fresh blood, fresh blood)
Full всё вверх дном будто Рембо, заряжаю пули — это пинг-понг

 

Holy shit, уёбок, gotta run
Make a hit, make a hit, we're here for fun
Holy shit, holy shit, это hit and run
Make a hit, make a hit, like a machine gun

 

[Переход, Инстасамка]
Gotta run (gotta run, gotta run)
Gotta run (gotta run, gotta run)
Уёбок (уёбок, уёбок)

 

[Дроп, Инстасамка]
Уёбок
Уёбок
Уёбок
Уёбок
Уёбок
Уёбок, gotta run!

 

[Припев, Инстасамка]
Run, run, run, gotta run (gotta run)
Run, run, run, run, run, run, run, gotta run (gotta run)
Run, run, run, run, run, run, run, gotta run (gotta run)
Run, run, run, run, run, уёбок, gotta run

 

[Припев, Инстасамка]
Пиф-паф, мой stuff, я коп, где штраф? (где штраф, где штраф?)
Травмат кровав, bitch, ты не прав (не прав, не прав)

Ну-ка назад, ловлю fresh blood (fresh blood, fresh blood)
Full всё вверх дном будто Рембо, заряжаю пули — это пинг-понг

 

Holy shit, уёбок, gotta run
Make a hit, make a hit, we're here for fun
Holy shit, holy shit, это hit and run
Make a hit, make a hit, like a machine gun

 


앜ㅋㅋㅋㅋㅋㅋㅋ 이 노래 뭐얔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슬라브 하드 베이스로 전환될 때 덩달아 춤 출 뻔했다.

러시아어 영어 혼용 가사인데, 솔직히 가사 내용 몰라도 지장 없다.

어차피 뮤비에서 다 설명해주기 때문...ㅋㅋㅋㅋ

 

여기서 하나 알아둬야 할 단어는 UEBOK(УЁБОК)이다. [우요-벜] 

노노 사전에 의하면 여러가지로 설명되었지만, 다 비슷한 말이라 첫 번째 설명만 불러오도록 하겠다.


человек, раздражающий кого-либо своими словами, 

поведением, внешним видом и т. п., вызывающий желание его ударить, побить

누군가를 빡치게 하는 말이나 행동, 위화감 드는 외모 등으로 때리고 싶은 충동을 부르는 사람.


그냥 ㅆ새끼, ㅈ같은 놈(년) 이런 식으로 해석하면 될 것이다.

 

뭐 아무튼, 이 곡의 하이라이트는 상기에 언급한 '다운템포에서 하드 베이스로 전환하는 부분'이다.

앞부분만 들었을 땐 고프닉 컨셉, 슬라브 인과 관련된 스테레오타입을 컨셉으로 뮤비를 찍었구나 하고 넘어갈 수 있는데,

곡이 하드 바쓰 (보리스 피셜에 따르면)로 말미가 장식되면서 그야말로 '블럇!'이 절로 나오게 된다.

 

내가 알기론 Apashe가 벨기에 출신 DJ인데, 외국인이 작곡한 곡이라는 생각은 얼추 들었다.

이런 테마를 다루는 사람들은 대부분 외국인이니까...ㅋㅋㅋㅋㅋㅋㅋㅋ

(러시아인 입장 외국인)

 

카테고리는 애매해서(Apashe - 벨기에, Instasamka - 러시아) CIS로 넣었다.

이상, 라이프 오브 보리스(Life of Boris)나 슬라브 짤 같은 데 나올법 한 곡.

 

<Renaissance> 2020

1. Overture

2. Distance (Ft. Geoffroy)

3. Behind My Eyes byb Apashe & LIA (Ft. LIA)

4. Lord & Master

5. Dead (Ft.Yizzy)

6. Uebok (Gotta Run) by Apashe & Instasamka

7. Good News

8. Insane (Ft. Tech N9ne)

9. Work (Ft. Vo Williams)

10. I'm Fine by Apashe & High Klassified (Ft. Cheery Lena)

11. Legend by Apashe & Slumberjack (Ft. Wasiu)

12. Green Crack (Ft. wifisfuneral)

13. Rain (Ft. KROY)

 

 

최초의 3원색 컬러 애니메이션인 꽃과 나무(Flowers and Trees, 1932) 영상에 곡을 씌웠다.

그루비한 셔플리듬과 먹구름을 타고 나오는 듯한 전체적인 악기 사운드, 불현듯 나오는 글리치 소스들이

아동용 영상으로 볼 수 있는 영상에 기괴하면서도 음산함을 더했다.

 

코로나가 잇달아 확산되면서 일 잘리고, 어쩌다 보니 자가격리를 하고 있다.

영어고 러시아어고 자시고 눈에 들어오지 않자, 뜻하지 않게 음악을 미친듯이 듣게 되었다.

이것 저것 할 게 많은 취준생으로 살아가면서, 음악을 즐기고자 하는 욕구를 억제한 게 없잖아 있는데,

오늘에서야 이렇게 억압된 게 폭발했고, 언제까지 계속 진행될 지 모르겠다.

 

아무튼, 덕분에 이런 곡 까지 알게 되었네. 정말 맘에 든다.

블로그에 하도 포스팅을 많이 해서 저품질 되는 거 아니야?

 

 

 

<Big Tales> 2014

1. Orange Evening

2. Big Tales

3. Orange Evening (DWIGs dirty dress remix)

 

Я не закончил школу, влом было вставать к восьми
Мама сказала: «Когда надо, разбужу — поспи»
Я спал и видел, как я рву грелку на куски
Пока другим учителя капали на мозги
Я набирался ума днем и ночью пялясь в телик
Тягал металл, глотал метан — мама давала денег
Росла бицуха на глазах, и я глазам не верил
Пока других преподы прессовали в универе
Я не читал книжек, без них и так ума палата
Не знаю языков, но знаю: мой язык богатый
Мама сказала: «Все, подъем, греби деньги лопатой»
И пристроила меня куда-то депутатом

От колыбели и до могилы
Мы хмурые, как небо над Тагилом
Куда ни глянь, абсурд и дебилы
А-а-а, обстановка неплоха!
От колыбели и до могилы
Мы хмурые, как небо над Тагилом
Куда ни глянь, абсурд и дебилы
А-а-а, обстановка неплоха!

Че ты как чмо? Че ты как черт? Че ты, не патриот?
Ты че, волчонок, ты до*уя умный? Слышишь, ты че на*?
Ты же крещеный, ну ты ж не копченый, ну вот и все на*
Хочешь быть порабощенным?
Слышь, я тебе повторяю еще раз


Че ты как чмо? Че ты как черт? Че ты, не патриот?
Ты че, волчонок, ты до*уя умный? Слышишь, ты че на*?
Ты же крещеный, ну ты ж не копченый, ну вот и все на*
Хочешь быть порабощенным?
Слышь, я тебе повторяю еще раз

Мы хотим плохих дорог, мы хотим, чтоб нас гнули в рог
Мы хотим жить не в прок, а в долг, только чтоб задать урок
Нашим заклятым врагам понадавать по щекам
Всем они строят козни, ну а всех больше нам
И пускай ярмо тяжело, но у нас есть скрепы-скрепы
Мы все здесь заодно, с нами деды из склепа
Пусть наконец все узнают, что есть на земле такой народ
У которого есть царь, над которым есть Бог
А с ними дикий черт, а нам все ни по чем
И если надо, мы намертво встанем рядами плечу к плечом
А если ты не с нами, тогда, приятель, подъем
Пора ноздрями втянуть поглубже чернозем

От колыбели и до могилы
Мы хмурые, как небо над Тагилом
Куда ни глянь, абсурд и дебилы
А-а-а, обстановка неплоха!

От колыбели и до могилы
Мы хмурые, как небо над Тагилом
Куда ни глянь, абсурд и дебилы
А-а-а, обстановка неплоха!

 


우리나라의 1.5세대 힙합이 그러하듯, 카스타도 1.5세대의 향기가 물씬 풍긴다.

권위주의적인 국가에 반항하는 직설적인 가사.

우리나라도 예전엔 이런 노골적인 가사가 많았다더라.

음악을 넓고 얉게 아는 지라 정확히 예를 들수 있을 정도의 교양은 되지 않지만

서태지라던가... H.O.T.라던가... 

지금도 적나라한 가사는 많이 나오지만, 예전의 적나라함과 지금의 적나라함은 차이가 있다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다.

 

1~1.5세대의 가사의 느낌은 약간 이런 것? (아마 전세계 공용이 아닐까 싶다.)


От колыбели и до могилы // 요람에서 무덤까지
Мы хмурые, как небо над Тагилом // 타길(Tagil)의 하늘처럼 음침한 우리
Куда ни глянь, абсурд и дебилы // 온데간데 병신같은 게 가득
А-а-а, обстановка неплоха! // 아-아-아 나쁘지만은 않군


90년대, 00년대 초반의 스타일을 현대적 기법을 통해 표현을 했고,

이러한 표현 방식이 누군가의 환영을 받고 있다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부패함은 여전하다는 것을 내포한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실제로 정치적으로나 경제적으로나 러시아는 아직까지 넘어야 할 산이 많고,

이 곡 또한 산을 넘어가는 과정에서 어떤 한 등반가의 외침이라고 볼 수 있다.

 

1절에서는 자랑스럽게(?) 학교에서의 반항을 표현해낸다.

8시에 못 일어나 매일 지각하고, 수업시간 중에 딴 짓 하고

티비를 보면서 세상을 익히고, 그렇게 얻은 풍부한 언어(모국어) 지식으로 돈을 삽으로 퍼 나른다는 말을 한다.

 

정규 교육이라는 것은 자신의 성공에 이바지한 바는 딱히 없다는 것을 나타내는 것 같고,

조금 더 거시적으로 본다면, "난 너희들(실로비키)에게 세뇌되지 않겠다"라는 메시지가 아닌가 싶다.

이를 정당화하는 기제로 경찰 유니폼을 입은 블라디가 다음과 같은 가사를 내뱉는다.


Че ты как чмо? Че ты как черт? Че ты, не патриот? // 미쳤어? 돌았어? 매국노야?
Ты че, волчонок, ты до*уя умный? Слышишь, ты че на х..? // 네가 ㅅㅂ 그렇게나 잘났어?
Ты же крещеный, ну ты ж не копченый, ну вот и все на* // 너 정교신자잖아, 병신자가 아니라, 그래 ㅅㅂ
Хочешь быть порабощенным? // 뭐 노예가 되고 싶다 이거지?


뮤직비디오를 보면 이 가사를 듣는 대상으로 하스키(Хаски)가 나온다.

하스키의 곡은, 이전에 올린 포스팅에서 보면 알 수 있듯, 마냥 그렇게 낙관적이진 않다.

퇴폐적인 가사를 쓰면서 러시아의 어두운 한 단면을 표현해내는 래퍼고,

실제로 최근에는 그의 라이브 공연에 러시아 당국이 제재를 가하기도 했다.

 

 

Хаски - Поэма о Родине

Бараки-недоростки топорщатся кое-как Неприветливые, словно пропойцы на "голяках". Или как из крадущейся каре..

gyongski.tistory.com

 

 

하스키(Хаски): «비난의 화살이 두렵지 않아.»

Рэпер Хаски просидел неделю в тюрьме, его концерты в разных городах были сорваны, а в песнях обнаружили п..

gyongski.tistory.com

포괄적으로 보자면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시스템'에 반항하는 것이다.

학교와 '하스키'에게 호통치는 경찰은 러시아 정부의 우민화를 실행하는 대상인 것이다.

 


И пускай ярмо тяжело, но у нас есть скрепы-скрепы // 좀 힘들면 어때, 악으로 깡으로 버텨내
Мы все здесь заодно, с нами деды из склепа // 한 곳에 모여 다함께, 선조의 넋이 우리와 함께
Пусть наконец все узнают, что есть на земле такой народ // 이런 민족이 존재한다고 널리 퍼뜨려
У которого есть царь, над которым есть Бог // 왕이 있고 그 위에 신이 있는 그런 민족.
А с ними дикий черт, а нам все ни по чем // 그 사이에 우리의 것이 아닌 악마가 있고
И если надо, мы намертво встанем рядами плечу к плечом // 악마를 따라야 된다면 서로 어깨를 맞대어 막아.
А если ты не с нами, тогда, приятель, подъем // 우리와 함께 하지 않으면, 친구, 
Пора ноздрями втянуть поглубже чернозем // 콧구녕으로 체르노젬을 씹어먹게 될거야.


2절에서는 현재 러시아 사회에서 일어나고 있는 '크렘린-정교회 유착'현상을 들면서 사람들의 연대를 요구한다.

연대를 요구하지 않게 되면 결국 가축같은 인생을 살아야 된다는 경고와 함께.

 

 

 

사실 이런 운동권스러운 가사는 내 취향이 아니다.

연대해! 좆같은 세상 이건 바꿔야 돼! 공부 따위 안하고 말지! 

이런 적나라한 메시지가 어느 순간부터는 너무 부담스럽다고 느껴졌다.

나한테 '부당한 현실'이라는 개념을 강요하는 느낌이라고 해야 하나.

나는 나 나름 대로 어떤 부분에서 불합리함을 느끼는데,

왜 내가 저 선동장의 의견을 내 의견 앞에 두어 연대를 해줘야 하는가.

 

물론 이런 노래가 잘못된 노래라는 것은 아니다.

실제로 한국같은 경우도 민주화를 이룩할 수 있었던 것도 '운동권의 연대의식' 덕을 봤고,

부조리한 면이 있으면 고발을 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무비판적 수용, 이런 노래를 들으면서 우려되는 것이 바로 이것이다.

 

만약 내가 러시아 사람이었다면, 이 곡을 보는 시선은 달랐을까?

글쎄, 러시아 사람이 아니고, 앞으로도 러시아 사람이 되지 않을 거라 잘 모르겠네.

확실한 건 1.5세대 래퍼가 2020년 지금까지도 왕성한 활동을 보이고, 

현재 트렌드를 어느 정도 수용하면서 자신들이 고수해왔던 음악적 스타일을 잘 보존해오는 것은

정말 존경 받을 만하다.

 

<Четырёхглавый орёт> 2017

1. Сказочная

2. Не держу зла

3. Стоп-игра

4. Привет (Feat. Рем дигга)

5. Медленный танец

6. Впередиидущий

7. Скрепы

8. Серёга-водолаз

9. Алёнаташа

10. На том конце

11. Зомби-пати

12. Они

13. Новый путь

14. Лучше, чем сейчас

15. Прочь из дома

16. Ледяная карусель

17. Земная

18. Макарэна

 

Бараки-недоростки топорщатся кое-как
Неприветливые, словно пропойцы на "голяках".
Или как из крадущейся кареты ППС
Две пары глаз блестящих, что конфетки M&M's.


Небо подпирают новостройки-костыли.
Всё та же чёрная "девятка" разрезает пустыри;
И работяга тащит горб, что тарантул кокон,
И человечья требуха в фоторамках окон.

 

Я пройду, как по Манхэттену по улицам Восточного.
От солнечного света не пряча лица отёчного.
Дети сопят в колясках, укачанные рессорами.
Все мои одноклассницы рядышком нарисованы.

По улицам полуденным будто по Монпарнасу.
Я позволю обмануть себя каждому оборванцу.
До одури в подворотне я буду бухать и дуть,
И бомбою водородную рухну тебе на грудь.

 

Моя родина - моя любовь. Вид из окна -
Моногородок в платье серого сукна.
Моя родина - моя любовь. В каждом окне
Солдаты трущоб улыбаются мне.

Моя родина - моя любовь. Вид из окна -
Моногородок в платье серого сукна.
Моя родина - моя любовь, где я невпопад
"Читаю стихи в автомат".

Наши люди на войне, и наши люди на тюрьме.
Я помню поминутно понедельник в октябре:
Как я собирал на взятку розовому менту
Боясь, что впарит десятку, как кенту.

Другой братан сказал, что ему не**й выбирать.
Уехав на войну, он уехал умирать.
А я - остался здесь, птицей-говоруном,
Испуганным ребёнком за пластиковым окном.

Мы выглядим, как ровесники в вагоне-ресторане,
За соседними столами нечаянные сотрапезники.
Помнишь, ты умерла - и мы твоё мясо ели,
Что пахло, как мумия, забытая в мавзолее.

Потерянного халдея шлю, куда он привык.
Потея и холодея, осклабился проводник.
И я в любви рассыпаюсь, громко и без стыда
Тебе в вагоне-ресторане поезда в никуда.

Моя родина - моя любовь. Вид из окна -
Моногородок в платье серого сукна.
Моя родина - моя любовь. В каждом окне
Солдаты трущоб улыбаются мне.

Моя родина - моя любовь. Вид из окна -
Моногородок в платье серого сукна.
Моя родина - моя любовь, где я невпопад
"Читаю стихи в автомат".

Ава, ава, ава, ава;
Ава, ава, ава, ава;
Ава, ава, ава, ава;
Ава, ава, ава, ава;

Улан-Удэ!

 


시베리아 횡단철도 타고 블라디보스톡에서 이르쿠츠크로 갈 때, 칭기즈라는 친구를 만났는데 (나이만 봤을 땐 거진 삼촌)

기차가 울란-우데의 폐허가 된 공장지대를 지나칠 때쯤, 건너편에 있는 상남자 아저씨에게 이런 식으로 말했다.

 

"이게 진짜 울란 우데의 모습이에요. 잘 보세요. 완전 죽은 도시 아니에요? 이래서 제가 한국으로 일하러 가는 거예요."

 

하스키의 고향 또한 울란 우데다.

필자가 울란 우데라는 도시를 정식적으로 방문한 적은 없지만,

러시아의 전형적인 외곽 풍경을 여행 기간 동안 충분히 보았기 때문에

하스키가 어떤 모습을 그려내고자 하는지 어느 정도 감은 오는 듯하다.

 

이 곡의 가사를 번역하지 않은 이유는... 번역하기가 너무 어렵기 때문이다.

(어휘뿐만이 아니라... 전체적으로.)

물론 음수율 음보율 압운 다 X 까라 하고 뜻을 위주로 해석한다면

그다지 어렵진 않다. 있는 대로 직역해버리면 그만이니까.

하지만 러시아 시는 엄연히 나름의 규칙을 지니고 있고

러시아의 시를 번역할 때 그러한 것을 고려하여 한국어에 잘 접목시켜야 된다는 것을 필자는 나름 중요시 여긴다.

물론 울란우데라는 곳에 대해 그렇게 잘 아는 편은 아니라 쉽사리 번역을 해낼 수 없었다.

 

그래서 번역을 하지 않고 내비 두었다.

 

내가 이 노래를 들으면서 느낀 건  '공감'이었다.

러시아의 전형적인 중소도시의 모습을 잘 그려냈다는 것을 넘어서

한국의 중소도시에서 27년의 대부분을 보낸 나를 공감시켜줬다는 것이다.


Моя родина - моя любовь. Вид из окна - // 내가 사랑하는 고향. 차창 너머
Моногородок в платье серого сукна. // 회색 원피스를 입은 흑백 도시
Моя родина - моя любовь, где я невпопад // 내가 사랑하는 고향, 어울리지 않게

"Читаю стихи в автомат". // 그 속에서 읽어 모던 시


우선 노래를 들으면서 가장 많이 듣게 될 구절, 즉 후렴이다.

한국의 중소도시가 흑백 도시임을 부인하는 사람이 분명 있을 것이고

그 속에서 시를 읽는다는 것이 어울리지 않은 행동이라는 것을 부인하는 사람 분명 있을 것이다.

 

물론 잠시 스쳐 지나간 울란우데의 폐공장지대만큼 암울한 풍경을 담지는 않는다.

하지만 우리가 살고 있는 도시 또한 "아파트 공화국"이라 불릴 만큼 삭막하지 않은가.

아무리 휘황찬란한 색을 시멘트에 끼얹는 들, 닭장 같은 아파트는 흑백이 아닐 수 없는 법.

고유의 색을 갖춘 들 내게는 그냥 흑백일 뿐이다. 시각적인 흑백이 아니라, 직관적인 흑백인 것이다.

 


И работяга тащит горб, что тарантул кокон, // 잡아당겨, 둥글게 솟은 타란튤라의 번데기
И человечья требуха в фоторамках окон. // 창문 테두리 속에는 내장을 내놓은 사람들


'둥근 융기(горб)'를 잡아당긴다는 표현으로 미루어 보아

마르쉬루트카나 버스를 표현한 문구인 듯하다.

하늘은 새로운 건물을 지팡이 삼아 지탱하고,

그 속에 도시를 난도질하는 9(девятка)는 버스인가 전차인가.

울란우데에 전차가 돌아다녔던가? 에라 모르겠다, 버스로 보던가 해야겠다.

 

3, 4 행에서는 버스 내부를 묘사하는데,

기어를 타란튤라의 번데기(Тарантул кокон)로 비유하였고,

버스에 탄 무기력한 인간상을 '죽은 사람의 내장(Человечья требуха)'으로 비유하였다.

마치 좀비에게 잠식당한 도시 인양 자신의 고향을 표현해 놓은 것이다.

타란튤라가 독거미라는 건 잘 아는 사실일 것이다.

잘못하면 사람의 목숨을 끊을 수도 있을 만큼 맹독을 가진 거미다.

즉, 내장을 내놓은 승객들 뿐만 아니라 버스기사도 이미 무기력한 군중 중 하나라는 것이다.

 

일도 없고, 일이 있더라도 박봉이라 하루하루 고단히 살아가는 시민들을 나타내고 있는 듯하는데,

마치 지금 우리나라의 중소도시를 연상케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자리가 없어 수도권으로 가고, 그렇게 지방 중소도시는 점점 더 생명력을 잃어가는 것이 아니겠는가.

특히나, 고향이 거제인 사람으로서, 조선업계에 불황이 찾아들면서 생긴 무기력한 분위기가 더욱더 와 닿는다.

꼭 그런 게 아니더라도, 고등학생 시절 아침 첫 차의 분위기가 떠오르기도 했다.

피곤에 찌든 고등학생들, 아침 일찍 일어나 조선소로 출근하는 분들, 장터로 나가는 할머니들

지친 군상은 어딜 가든 있는 것지만, 지친 군상을 에너지 삼아 활기를 띠는 호황기 도시의 역설적인 모습과 달리

중소도시는 그런 모순조차 존재하지 않아 군상은 연료가 아니라 다 타들어간 장작일 뿐인 것이다.


Дети сопят в колясках, укачанные рессорами. // 유모차에는 용수철의 자장가에 잠든 아이
Все мои одноклассницы рядышком нарисованы. // 내 동갑내기들이 그 옆을 장식하지


연료로서의 제 역할을 수행해내지 못하는 지친 사람들은

마치 유모차 속 용수철의 자장가에 잠든 아이들과 유사한 모습을 띤다는 건지

그 옆에서 구직생활에 지쳐 있거나, 실패하여 노숙 중인 동갑내기가 나란히 있다는 건지

정확히 내 입장을 피력하기에는 아직 러시아어 실력이 좋지는 않다.

어떻게 해석이 되었든 간에 확실한 것은

래퍼 자신의 동갑내기(93년생)들이 무기력하고 힘든 생활을 이어나가고 있다는 것이다.

 


По улицам полуденным будто по Монпарнасу. // 몽파르나스 거리를 걷듯 대낮에 거리를 활보하며

Я позволю обмануть себя каждому оборванцу. // 소매치기들이 내 물건을 털어가도록 할 거야
До одури в подворотне я буду бухать и дуть, // 꽐라가 될 때까지 구석탱이에서 술을 마셔서
И бомбою водородную рухну тебе на грудь. // 네 심장부에 수소폭탄을 떨어뜨리던가 할 거야


잃을 것 없는 자들은 범죄를 저지를 때도 대담하다.

그래서 차라리 이런 망상을 하기도 한다.

내가 잃을 것 없는 사람이 된 뒤에, 이 세상을 폭파시키겠노라.

나랑은 망상의 양상이 조금은 다르긴 하지만, 정말 비슷한 공상을 많이 한다.

거제 시내에 대테러가 일어나, 내가 난세의 영웅이 되어 이 기회에 아파트를 싹 밀어버리고

한국의 건축 역사를 담으면서도 미래지향적인 건축물로 하늘 아래 박물관을 세우는 그런 공상?

비현실적이긴 하지만.

혹은 진주 시내를 완전히 유럽의 어느 구도심처럼 전통적인 색채를 가진 구간으로 재개발을 한다거나.

비현실적이긴 하지만.

 

한국사람들이라는 게 원래 그렇잖아.

청담동에 닭장을 지어도 그걸 사고도 남을 사람인데, 얼른 건물 올려서 팔 생각을 해야 하니까

맨날 그 좆같은 아파트만 쳐 올리고, 가격 존나 쳐 올려서 집도 못 사게 해 놓으니...

지방은 그래도 사정이 낫다고 하지만 (오히려 아파트가 남아돈다고)

지방에 그 정도 일자리가 있고, 그 정도 사람을 끌어들일 인프라가 있나?

공기업을 지방으로 이전시키면 뭐해, 사기업은 서울로 다 몰빵인데.

 

아무튼, 뉴스에서 가끔씩 아파트 단지 같은 거 보여주면

이 가사에서 처럼 술 오질나게 마셔서 다 폭파시켜버리고 싶은 마음뿐이다.

물론, 그 양상은 좀 다르긴 하지만.

하스키의 그것은 가난과 절망에 찌든 사람의 울분이라면

나의 그것은 '무분별한 도시계획'과 '인간성-경제발전의 반비례'를 향한 분노라고 볼 수 있다고 해야 할까. 

비현실적이긴 하지만.

 

그런 세상 속에서 하스키가 선택할 수 있는 것은 그저 겁에 질린 아이(испуганным ребенком)가 되어 거리를 배회하는 것.

뇌물로 자신을 방어하며, 뇌물을 통해 얼마나 오랫동안 나를 방어할 수 있나 고민을 해야 하고,

'전장'으로 떠난 친구, 즉 죽음으로 향하는 친구를 바라보면서 겁에 질린 채 하루하루를 살아가야 하는 것.

그 전장이라는 것을 의미 그대로 받아들인다면, 뭔가 20% 부족한 느낌이 들지 않나 싶고,

내 견해로 미루어 보았을 때 전장이란 곧 사회를 의미하는 것이라 생각이 든다. 사회 속에서 고군분투하다 죽는 것을 표현하는 것이다.

 

Наши люди на войне, и наши люди на тюрьме. // 우리네 사람들은 전장에 그리고 감옥에

 

전장이라는 말과 함께 '감옥'이라는 말도 쓰이는데, 어쩔 수 없이 갇혀 살아가야 하는 곳, 즉 울란우데, 그의 고향에서 살아남는 것이다.

'전쟁'이나 '감옥'으로 자신의 고향을 표현할 만큼 그에게 있어서 울란우데란 어지간히도 디스토피아적인 공간이다.

경우에 따라서 해석이 달리 되기는 하는데, 다른 지역으로 이동한 친구가 될 수도 있고,

그 다른 지역이 '전장'이고 '감옥'일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배제할 수만은 없다.

 

어찌 되었든 디스토피아적인 특성은 다음 연에서 극명하게 드러난다.


Мы выглядим, как ровесники в вагоне-ресторане, // 열차카페 속 동갑내기처럼 우리는
За соседними столами нечаянные сотрапезники. // 건너편 식탁에 앉은 사람과 음식을 나눠먹어.
Помнишь, ты умерла - и мы твоё мясо ели, // 기억해둬, 넌 죽었고, 우린 네 살을 뜯어먹어.
Что пахло, как мумия, забытая в мавзолее. // 잊혀진 무덤 속 미이라의 향기를 풍기는.


고향을 '너(Ты)'로 지칭한다는 점과, 미이라의 냄새로 비유를 든 '네 살코기(твоё мясо)'의 향기를 통해 마치 식인을 연상케 한다.

식인이라는 것은 일부 원시부족이나, 극단적 상황에 몰린 사회적 현상 속에서 나타나는 것인데,

하스키가 여기서 나타내고자 하는 '식인'의 함의는 '전쟁'과 '감옥'에 향기를 추가하면서

다각면으로 디스토피아 같은 자신의 고향을 나타낸 것이다.

 

다른 방향의 해석이 있다면, '추억을 안주 삼는 것'이다.

지옥 같은 삶 속에서 지옥같은 고향의 추억을 곱씹으며 잠시나마의 위안을 얻는 것.

내 생각에는 두 가지 다 고려해야 할 사항이라 생각이 들긴 한다.


Потерянного халдея шлю, куда он привык. // 잊혀진 칼데이를 제 시간으로 돌려보내.
Потея и холодея, осклабился проводник. // 보낸 이는 땀을 식히며 살짝 웃음 지어.
И я в любви рассыпаюсь, громко и без стыда // 난 사랑에 빠졌다고 당당히 말해
Тебе в вагоне-ресторане поезда в никуда. // 움직이지 않는 열차 속 식당에 있는 네게.


고향이라는 것을 다시 '칼데이'라는 고대 민족으로 비유하고는, 그가 있어야 할 자리로 돌려보냈다. 

래퍼는 자신이 자신의 고향을 추억 속에 보낸 것이다. 즉, 울란우데를 떠났다는 말이다.

절망적이고 부패한 도시로 여태 자신의 고향을 묘사했지만 그럼에도 그런 도시를 사랑한다는 것은

스톡홀름 신드롬을 방불케 하는 면이 없잖아 있다.

 

내가 유년기, 청소년기를 보낸 거제에 느끼는 감정과 비슷하다고나 해야 할까.

 

고향 하늘을 받치는 천편일률적인 성냥갑 아파트, 더럽게 비싸기만 한 물가, 더러운 시내 거리, 동갑내기끼리 나누곤 했던 계급.

어느 순간부터 큰 변화가 없는 시내의 풍경, 초중학교 시절 마음속에 가득했던 우울함, 외로움, 자기 비하, 염세.

고등학교에서 겪은 몇 개월 간의 셔틀짓, 삥 뜯김, 괴롭힘, 부당한 친구의 행동에 반항하지 못해 자해를 거행하곤 했던 그 시절.

 

정말 돌아가고 싶지 않은 곳이지만, 1년에 몇 번은 돌아갈 수밖에 없는 곳.

그곳에 내가 사랑하는 가족이 살고 있고, 각지에 흩어진 고등학교 시절 친구들과 추억을 공유할 수 있는 곳이고,

정말 힘든 시기에 나를 위로해 준 어떠한 것 또한 내가 그토록 환멸을 느끼는 고향 속에 있으니 말이다.

세월이 지날수록 유독 고향 앞바다를 그리워하고, 마당에 있는 잔디밭이 그립고, 대나무 숲이 그리운 건

어떻게 보면 그 속에서의 현실은 정말로 좆같았지만, 가장 순수했던 시기를 보낸 곳 또한 그곳이라 그런 것이 아닐까.

 

물론 하스키의 정서를 100% 동감할 수는 없다.

그와 나는 비슷한 연령대이기는 해도 (하스키 - 93년생, 나 - 94년생)

자라온 환경이 다르고 나라가 다르고 겪은 역사가 다르기 때문이다.

그래도 비슷한 시기에 경제적 위기를 겪어 조금은 침울한 경기 속에서 유년기를 보냈다는 건 비슷하지 싶다.

그래서 어느 정도 통하는 면이 있지 않나 싶다.

 

처음에 하스키라는 래퍼를 접했을 땐, 와 제대로 약 빨았다, 고프닉 감성 엄청나다 이런 식의 인상을 받았지만,

가사의 뜻을 조금씩 알게 되면서 사람이 조금 달라 보이기 시작했다.

 

<사색하는 고프닉>

 

그래서 여러모로 끌리는 래퍼가 아닌가 싶다.

모국어로 쓰는 언어는 다르지만, 그의 감성을 배워보고 싶다.

 

<Поэма о родине> - 2018

1. Поэма о родине.

 

In life, just belong, though you're a wanderin' soul
And you got to move on from the squandered soil
When you get what you came here for
Will you leave in the dead of night?
In the heart is a wall of horrors
You're the undenied

 

Can't return the sacred time you steal
A fact betrays the way you feel
And the sight delays the right to heal

You decide to stay long

 

I didn't plan to stay long
I didn't plan to stay long (stay long)
I didn't plan to stay long
I didn't plan to stay long (stay long)
In the snake pit so long
I've got posters up (stay long)
Been defending so long
I don't know how to stop

 

Heart, tell them what you came for
Heart, tell them what you came for
Heart, tell them what you've been daydreamin' about
What the evening's about to you

 

Can't return the sacred time you steal
A fact betrays the way you feel
And the sight delays the right to heal
You decide to stay long

 

I didn't plan to stay long
I didn't plan to stay long (stay long)
I didn't plan to stay long
I didn't plan to stay long (stay long)
In the snake pit so long
I've got posters up (stay long)
I've been defending so long
I don't know how to stop
I'm so afraid

 

Tell them what you came for
Heart, tell them what you came for
Heart, tell them what you've been daydreamin' about
What the evening's about to you

Ah, ah
Ah
Ah, ah
Tell them what you came here for (ah, ah)
Oh, oh, oh, stay long
Oh, oh, oh, stay long
Oh, oh, oh, stay long
Oh-oh-oh-oh, long

 


요즘 들어서 정말 꽂힌 노래다. 

초장부터 날카롭게 치고 들어오는 베이스와 영국적 우수,

동유럽의 그것과는 상이한 그런 멜로디가 흐르는 인트로에서 이미 나의 구미를 당겼다.

이제는 장마철이 끝났지만, 한창 장맛비가 간헐적으로 퍼붓곤 했었던 지난 시간동안

이 노래를 들으면서 현대적인 건물이 우후죽순으로 세워져 있는 강남을 걷다보니

나름대로 도시적인 운치가 느껴졌다고 해야 할까.

 

제임스 블레이크만의 멜랑콜리한 보이스와 모지스 섬니의 저 세상(?!) 쥐어짜는 소울의 하모니가 기가 막힌다.


Can't return the sacred time you steal
A fact betrays the way you feel
And the sight delays the right to heal
You decide to stay long

이미 흘러간 소중한 시간

가슴을 배신하는 진실

늦어지는 치유, 왜곡된 시야

그렇게 넌 가만히 있지

* 가사의 운율을 고려하여 의역했습니다.


 

 

이 부분에서 정말 제대로 소름 돋아버렸다. 사실 제임스 블레이크 목소린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모지스 섬니의 보이스였던 것이다. 와 이 가수 도대체 뭐지 하면서 다른 곡도 들어봤는데,

세상에 마상에 어째서 난 이제서야 이 사람을 알게 된 것인가 땅을 치며 지난 세월을 한탄했다.

즉, 이 노래를 듣기 전 모지스 섬니를 그냥 R&B 가수, 그 이상으론 알지는 못했지만,

이 노래를 듣고 잠에 들지 못했다. 이것 저것 듣느라.

 

가사의 뜻을 알고나서 단순히 쥐어짜는 애절함이 아니라는 것을 느꼈다.

일종의 사악함, 간악함, 조롱 등이 섞인 악마의 목소리였던 것이다.

또 다른 해석 방향이 있다면, 제 2의 자아의 두려움, 절규가 섞였다고 볼 수도 있을 것이다.

자신을 조롱하면서도, 그런 자신의 모습이 두려운 것,

언제 떠나갈 지 모르는 악마, 즉 또 다른 자아를 두려워하는 것.

이렇게 가사의 뜻을 알고 나니 더욱이 모지스 섬니의 목소리가 달리 들렸다

 

 

뭐, 시간이 없으니 여기서 글을 마치도록 해야지.

 

<Assume Form> 2019

1. Assume Form

2. Mile High (Feat. Metro Boomin, Travis Scott)

3. Tell Them (Feat. Metro Boomin, Moses Sumney)

4. Into The Red

5. Barefoot In The Park (Feat. Rosalía)

6. Can't Believe The Way We Flow

7. Are You In Love?

8. Where's The Catch (Feat. André 3000)

9. I'll Come to

10. Power On

11. Don't Miss It

12. Lullaby For My Insomniac